1. 서 론
반도체 및 금속, 금속산화물로 대표되는 무기물 기반의 나노입자는 1990년대 후반 화학적인 합성법이 개발된 이래로, 입자 크기의 선택 적 조절에 의한 물성 제어가 가능해지게 되면서 나노기술 시대의 중 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1]. 무기 나노입자는 합성법 및 물성 탐색 에 집중한 초기 연구 시기부터 나노미터 크기에서 유래되는 독특한 물리-화학적 성질로 기존 벌크-마이크로 크기 물질의 기능적 한계를 극복하리라 예상되었으며, 최근 20여 년 동안 에너지, 바이오,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응용이 시도되어왔다. 특히, 나노입자를 이용한 새로운 분석-진단법 및 치료법의 개발과 도입은 현재 생물-의 학 분야에서 무기 나노입자의 주요한 응용분야로 자리 잡았다[2].
일반적으로 진단 및 치료제로서 무기 나노입자의 응용은 나노미터 크기에서 유래된 물리적 성질을 주로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양자점 나노입자는 양자구속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에서 유래된 밴 드갭(band gap) 제어를 통한 형광 특성에 의해 유기 형광 염료를 대체 하는 광학 표지 물질로 활용이 가능하였고[3], 금속 나노입자는 국소 표면 플라즈몬 공명(localized surface plasmon resonance) 현상에 의한 큰 소광(extinction) 효과에 의해 민감도가 우수한 광학 표지 물질로 산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4], 상온에서 초상자성 효과를 갖는 자성 금속산화물 나노입자는 자성을 이용한 분리[5], 자성 온열치료(hyper- thermia)나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6]. 최근에는 이러한 물리적 성질 이외에도 무기 나노입자가 보유한 고유 한 화학적 성질을 생명-의학분야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 중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접근법이 인공효소(artificial enzyme) 또는 나노자임(nanozyme)으로 불리는 나노물질의 효소 모사 활성에 기반한 응용 연구이다[7,8].
효소는 분자량이 15,000~수백만 달톤의 고분자 단백질로 2,000종류 이상이 알려져 있는 생체 촉매제이다. James B. Sumner가 1926년 urease를 작두콩(jack bean)에서 정제 및 결정화하여 효소 단백질의 구조 를 이해하기 시작한 이래로[9,10], 효소는 구조적 특성인 활성 자리 (active site)에서 유래한 기질(substrate) 및 생성물(product)에 대한 고 도의 선택성과 뛰어난 효율성으로, 생명공학을 포함한 다양한 의학 및 산업적 분야에서 폭넓게 이용되어왔다. 그러나 생체 유래 물질인 만큼 발현과 정제 과정이 복잡하여 제조단가가 높고, 생체 물질의 특 성상 활성을 보이는 조건이 화학 촉매제에 비해 제한적이며, 외부 환 경에 의해 3차원 구조가 변성(denaturation)되기 쉬워 안정성이 낮다는 단점들로 일반적인 유무기 화학 물질에 비교해 한계를 가진다.
효소의 높은 선택성과 반응성을 유지하면서 산업적인 활용성을 확 보하기 위해, 단백질이 아닌 물질로 효소의 활성 자리를 모사하여 인 공효소를 합성하려는 노력은 1980년대 이래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11]. 많은 효소들의 활성 자리는 중심의 금속 이온과 주변의 3차원 아미노산 구조로 이루어져 기질에 대한 선택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데, 균질 촉매로 대표되는 유기금속화합물 기반의 화학 촉매제는 금 속 이온 주위에 결합된 리간드로 금속의 산화상태를 조절하는 동시에 3차원 구조를 형성하여 효소의 입체화학적 특성을 모사함으로써 효소 와 유사한 촉매 활성을 갖도록 설계될 수 있다. 한편, 나노소재는 분 자와 벌크 사이의 크기 특성과 높은 분산성으로 균질 촉매와 불균질 촉매의 중간적인 위치에서 촉매 응용성을 갖는 동시에, 단백질, 세포 조직 등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특히, 나노입자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 들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고 높은 비표면적으로 추가적인 결합 화학 을 통해 다차원적인 구조 형성이 가능하여 복합적인 기능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효소 모사 활성을 갖는 나노소재로는 금속 나노입자, 금속산화물 나노입자, 탄소기반 나노입자 등의 무기 나노입자가 주로 연구되고 있는데, 이들은 최근 “나노자임(nanozyme)”이라는 이름 아래 연구 영 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물 기반의 나노자임은 생체 촉매제 와 비교해 높은 안정성을 갖는데, 높은 기질 농도 및 다양한 활용 조 건에서도 뛰어난 저항성을 가져 변성으로 인한 비활성화(deactivation) 없이 안정적인 활성을 유지할 수 있어, 촉매 활성의 제어가 용이하고 저장 환경에 유연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량 생산성을 갖는 제조법과 보다 간단한 정제과정으로 뛰어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산화효소 모사 활성을 갖는 산화철(Fe3O4) 나노입자[12] 및 카탈 레이즈 모사 활성을 갖는 나노세리아(CeOX 나노입자)의 보고 이후로 [13], 다양한 물질의 효소 모사 특성이 보고됨과 동시에 진단 검출법 에 사용되는 효소를 나노자임으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중심이 되었다. 초기의 나노자임 응용 연구는 효소 모사 활성의 검증 및 진단 검출법 에의 활용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활성 메커니즘의 이해를 통한 적극적인 활성 제어와 함께 치료 분야 등으로의 확장이 시도되고 있다. 본 총설에서는 무기 나노입자에 기반한 나노자임을 중심으로, 촉매 활성 제어와 관련된 연구성과들과 함께 치료 및 진단 분야에서의 최근 연구 동향을 정리하였다. 나노자임의 활용성은 그 촉매 활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므로 과산화효소, 카탈레이즈, 산화 효소, 다중효소 등 나노자임이 모사하는 촉매 활성을 중심으로 구분 하여 기술하였다(Table 1).
2. 본 론
2.1. 과산화효소 모사 나노자임
과산화효소(peroxidase)는 과산화수소(H2O2) 등의 과산화물(peroxide) 을 매개로 기질의 산화를 촉매하는 효소이며, HRP (horseradish peroxidase) 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과산화효소는 ELISA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등의 면역분석법에 많이 쓰이며, 산화효소 (oxidase)를 모사하는 나노자임과 더불어 바이오마커의 검출을 통한 진단분야의 활용 사례가 많다. 앞서 언급한 산화철 나노입자의 과산 화효소 활성이 대표적으로, 2007년의 첫 보고 이후에 포도당(혈당) 센 서로의 응용이 적극적으로 시도되었다[14].
효소나 나노자임을 이용한 생체물질 검출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 이 비색화 분석법이다. ELISA에 널리 활용되는 비색화 분석법은 기질 의 색 변화 정도에 따라 UV-VIS 분광광도계를 이용한 흡광 측정에 의한 정량법과, 별도의 장치 없이 육안으로 판단이 가능한 정성법에 모두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효소나 나노자임을 이용한 기질 의 색변화는 촉매와 기질 간의 전자 이동을 통한 기질의 흡광 특성 변 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촉매와 기질 간의 촉매 활성에 크게 의 존하기에 기질과 촉매 간의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표면 성질이 매우 중요하다. 본 연구진은 산화철 나노입자의 표면을 개질하여 효소 모 사 활성을 향상한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15]. 균일하게 합성된 산화철 나노입자의 표면을 친수성 리간드인 poly(ethylene glycol)로 개질하여 용액 상에서 나노입자의 응집을 막고 분산도를 향상시켰다. 이에 의해 활성 표면이 확보되고 ABTS (2,2’-azino-bis(3-ethylbenzothiazoline- 6-sulfonic acid), TMB (3,3’,5,5’-tetramethylbenzidine) 등 기 질에 대한 접근성도 상향되어 산화철 나노입자의 과산화효소 모사 활 성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그 결과 과산화수소를 매개로 한 포도당 검 출에서 선택성과 민감도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Lu 등은 Co3O4 나노입자의 표면을 β-사이클로덱스트린(β-cyclodextrin, β-CD)으로 개질하여 만든 입자(Co3O4@β-CD)를 사용해 아스 코브르산(ascorbic acid, AA)을 검출하는 비색센서를 구성하였다(Figure 1a)[16]. β-CD은 소수성의 중심 구멍과 친수성 표면이라는 구조적인 특성을 통해 기질인 TMB와 host-guest interaction이 가능하기에, Co3O4 와 TMB 간의 흡착 효율을 향상시켜 TMB 발색반응의 효율을 향상시 킬 수 있었다. 이러한 개선 결과 Co3O4@β-CD는 순수한 Co3O4 나노 입자 대비 9.5배 높은 활성을 보였다. AA의 검출에서는 항산화 성질 을 갖는 AA가, 파란색으로 산화된 TMB (oxTMB)를 환원시켜 발색 세기를 감소시키는 특성을 이용하였는데, 반응계 내에 존재하는 AA 의 농도에 반비례해 TMB의 발색세기가 감소하게 된다. 최적화된 조 건(pH 4.4, 25 ℃, 10 min)에서 AA의 검출한계는 1.09 μM 로 순수한 Co3O4 나노입자 대비 신호 강도가 3배 향상됨을 보였다.
나노자임의 경우 천연 효소에 비해 기질 선택성(specificity)이 매우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olecularly imprinted polymers (MIPs)를 이용해 선택도와 활성을 높이는 방법이 제시되 었다. Fan 등은 과산화효소 활성을 갖고 있는 PtPd nanoflowers (PtPd NFs)의 표면을 MIPs로 덮어 만든 구조체로 과산화수소와 포도당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각각 구성하였다(Figure 1b)[17]. PtPd NFs 표 면의 MIPs에는 TMB의 분자구조가 새겨져 있어 반응계 내에서 TMB 만을 선택적으로 포착하기 때문에, PtPd NFs가 과산화수소(포도당 센 서의 경우 포도당 산화 효소에 의해 생성됨)를 매개로 TMB를 산화하 는 반응이 보다 높은 효율로 진행될 수 있고, 이것이 곧 센서의 성능 을 향상시키는 원리이다. 과산화수소의 경우 선형범위와 검출한계는 0.01~5000 및 0.005 μM이었으며, 포도당의 경우는 0.02~4000 및 0.017 μM로 Prussian blue 나노입자를 사용한 선행 연구 결과(0.1~1000, 0.04 μM)에 비해 검출능력이 향상되었다[17].
노출된 활성점의 개수를 증가시켜 촉매 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 끈한 입자형태의 나노소재 외에 다공성 나노구조체를 응용하는 시도 도 진행되고 있다. Cao 등은 다공성 RuSe2 나노입자(P-RuSe2)를 활용 해 과산화수소 및 포도당을 검출하는 방법을 보고하였다[18]. 해당 입 자는 KIT-6 실리카 주형(template)에 RuCl3를 담지하고 셀레늄(selenium) 가루와 함께 석영관 전기로(quartz tube furnace)에서 550 ℃로 가열함 으로써 RuSe2를 형성시킨 후 불산(HF)으로 주형을 제거하는 방식으 로 만든 것인데, 촉매반응이 촉매의 표면에서 일어나므로 나노자임을 다공성으로 만들면 표면적이 증가되어 촉매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원리이다. 최적화된 조건(과산화수소의 경우 pH 4.5, 상온, 15 min, 포 도당의 경우 pH 7, 37 ℃, 30 min) 하에서 과산화수소의 선형범위는 5~200 및 200~1000 μM로 나타났고(200 μM에서 변곡점을 가진다), 포도당 산화효소(glucose oxidase, GOx)와 함께 사용하여 포도당을 검 출한 경우는 0~250 μM 범위의 포도당 농도에서 선형성을 가졌다.
최근에는 전이금속-칼코젠(transition-metal chalcogenides, TMCs) 또한 과산화효소 모사 촉매활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Song 등은 산화철 나노입자(Fe3O4 NPs)를 황화(sulfidation)시켜 제조한 황화철 나 노입자(FeS2 NPs)로 과산화수소와 글루타치온(glutathione, GSH)을 검 출한 결과를 보고하였다[19]. 이들은 FeS2 NPs가 적절한 band gap (0.95 eV)을 가져 과산화수소를 수산화 라디칼(hydroxyl radicals, ⋅OH)로 분해시키기 때문에 높은 과산화수소 검출 능력을 가진다고 보고하였 는데, 이는 Heme-Fe 구조에 의해 과산화수소 모사 특성을 보였던 산 화철 나노입자와 활성 메커니즘이 다르다. FeS2 NPs로 과산화수소를 검출하는 것은 TMB의 발색을 활용하였으며, 선형범위는 0~80 및 80~ 200 μM (80 μM에 변곡점이 존재), 검출한계는 0.91 μM이었다. GSH 검출의 경우에는 과산화수소가 존재하는 조건에서 황화철 나노입자 에 의해 산화된 TMB를 GSH이 다시 환원시키는 발색억제효과를 응 용하였는데, GSH의 선형범위와 검출한계는 각각 0.2~35 및 0.15 μM 이었다.
Hu 등은 구체적인 검출 타겟은 설정하지 않았지만, BSA (bovine serum albumin)로 안정화된 금 나노클러스터(Au-NC)의 TMB에 대한 산화반응 효율을 향상시킴으로써 해당 입자의 높은 pH 의존성을 극 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였다[20]. BSA로 안정화된 금 나노클러스 터는 크기가 작고 표면이 생친화성을 갖는 단백질이기에 생체에 적용 하기 이상적이지만, 중성의 pH 조건에서는 과산화효소 모사 활성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입자에 헤파린 (heparin)을 도입하면 BSA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음전하를 띠는 헤파 린이 입자 표면에 고정되고, 이렇게 고정된 헤파린이 TMB의 정전기 적 흡착을 유도해 입자 주변의 TMB 농도를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러 한 현상에 의해 중성조건에서 낮아진 금 나노클러스터의 과산화효소 활성을 보상할 수 있었다.
2.2. 카탈레이스 모사 나노자임
카탈레이스(catalase)는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반응을 촉매하는 산화환원 효소이다. 앞서 기술한 과산화효소 모사 나노자임 과 유사하게 카탈레이스 모사 나노자임의 대표적 응용 분야는 발색 기질의 분해를 이용한 비색검출법이다. Li 등은 카탈레이스 특성을 나 타내는 5 nm 크기의 산화코발트 나노입자(Co3O4 NPs)로 GSH를 검출 하는 비색 검출법을 소개하였다[21]. Co3O4 NPs가 과산화수소 존재 하에서 비색물질인 TMB를 산화시킴에 따라 푸른색을 띠게 하기에 과산화효소와 유사한 촉매로 오인할 수 있으나, 메커니즘 분석에 의 하면 과산화수소를 산소로 분해하는 카탈레이스 모사 촉매 특성에 의 한 것임이 확인된다. 반응계에 GSH가 존재할 경우 그 농도에 비례해 Co3O4 NPs의 활성이 억제되어, oxTMB의 652 nm 흡광이 점진적으로 감소되는 원리를 통해 GSH를 정량할 수 있었으며, GSH에 대한 검출 한계는 500 nM이었다.
과산화효소 모사 나노자임들이 생체물질의 검출에 주로 응용되는데 반해 카탈레이스 모사 나노자임은 세포에 유해한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을 체내에서 제거할 수 있는 항산화 특성을 이용 한 치료 목적의 응용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나노세리아(nanoceria) 로 불리는 세리아 나노입자(CeNPs)가 대표적으로, 표면의 Ce 이 +4과 +3의 산화 상태를 가역적으로 순환할 수 있어 라디칼의 제거를 통한 뇌졸증의 치료가 가능함이 확인되었다[22]. Singh 또한 +4의 산화 상 태를 갖는 CeNPs가 세포내의 활성산소종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 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는데[23], 사람 간세포인 WRL-68 세포에 3-amino- 1,2,4-triazole (3-AT)를 처리하여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카탈레이스 의 작용을 억제한 상태에서 축적된 활성산소종이 나노세리아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세포 및 유전자 수준에서 분석함으로써 그 효용성을 확인하였다. 특히 해당 실험에서 카탈레이스는 3-AT에 의해 비가역적 으로 활성이 저해되는데 반해 CeNPs는 촉매활성이 영향을 받지 않아 항산화 물질 치료제로 활용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었다.
최근의 나노자임 연구에서는 단일 촉매 반응이나 효소 간 연계반응 과 같은 단순한 활용법을 넘어 보다 복합적인 응용이 시도되고 있다. 카탈레이스 나노자임의 경우도 다른 구조체 및 반응과 결합 및 연계 시켜 다기능성 복합체를 구성하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예로, Kim 등은 카탈레이스 특성을 갖는 나노세리아와 포도당 산화효소를 함께 담지한 메조다공성 실리카(mesoporous silica) 입자를 당뇨병 치료제 인 인슐린과 함께 민감성 키토산 마이크로겔 내에 가교결합 시킨 약 물전달 시스템을 구성하였다(Figure 2a)[24]. 해당 약물전달체가 포도 당(glucose) 농도가 높은 곳에 도달하면 먼저 포도당 산화효소의 작용 으로 포도당이 글루콘산(gluconic acid)과 과산화수소로 분해되는데, 이렇게 생성된 글루콘산은 약물전달체 주변의 pH를 낮춰 pH 민감성 키토산 마이크로겔이 팽창됨으로써 내부의 인슐린이 방출된다. 이때, 포도당 산화반응에서 발생되는 독성 부산물인 과산화수소가 나노세 리아에 의해 분해되어 포도당 산화효소의 변성이 저해되었다.
금 나노입자 또한 과산화수소의 제거를 통해 치료효과를 향상시키 는 보조 물질로 이용되고 있다. Kim 등은 카탈레이스 특성을 갖는 금 나노입자를 치료 단백질인 요산 산화효소(urate oxidase)와 함께 플루 로닉 나노담체(pluronic nanocarrier)에 담지하여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uric acid)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하였다[25]. 고요산혈증 환자의 혈액에 해당 구조체를 주입할 시 요산 산화효소가 요산을 5-hydroxyisourate (5-HIU)로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산화수소가 발생하게 된 다. 이때 나노구조체에 같이 담지된 금 나노입자가 발생된 과산화수소 를 분해하여 독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치료효과가 향상됨을 in vitro 및 in vivo 실험을 통해 제시하였다.
나노자임은 약물이나 치료 단백질을 이용한 약물치료의 보조 물질 로서의 활용 외에 물리적인 치료법에도 적용되고 있다. Sun 등은 카 탈레이스 특성을 나타내는 Pd@Pt 나노입자를 초음파로 국소감염부위 를 치료하는 방법인 초음파역학치료(sonodynamic therapy, SDT)의 보 조제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였다(Figure 2b)[26]. 초음파에 민감한 유기 약물인 meso-tetra(4-carboxypheyl)porphine (T790)을 Pd@Pt 나 노입자에 결합시킴으로써 약물의 체내 안정성을 높였고, 나노입자의 EPR (enhanced permeation and retention) 효과를 통해 박테리아 감염 부로의 약물 전달 효율도 향상시켰다. 치료 대상이 되는 감염부에 음 파민감물질이 적고 산소가 부족할 경우 치료효과가 감소되는데, 복합 체 형태의 Pd@Pt-T790를 사용하면 치료부에서 T790의 농도를 높일 수 있고, 동시에 Pd@Pt 나노입자가 염증 부위에 존재하는 과산화수소 를 분해해 산소를 생성함으로써 치료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 고하였다. 덧붙여, 해당 시스템에서 음파민감물질인 T790는 초음파가 없는 환경에서는 Pd@Pt 나노입자의 활성을 구조적으로 억제하지만, 초음파에 감응될 경우 구조가 변형되어 활성이 나타나게 할 수 있어 Pd@Pt 나노입자의 활성이 감염부에서만 작동하도록 조절해주는 역할 또한 수행하였다.
2.3. 산화효소 모사 나노자임
산화효소(oxidase)는 산소를 물과 과산화수소로 환원시킴과 동시에 특정 물질의 산화-환원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로서, 반응 결과로 물이 생성되는 사이토크롬 c 과산화효소(cytochrome c oxidase)와 과산화수 소가 생성되는 포도당 산화효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는 효소의 경우 과산화효소와 함께 단계적 연쇄반응(cascade reaction)을 일으키도록 설계되어 검출, 진단 반응에 사용되고 있다. 전이금속 산화물 나노구조체나 나노세리아 등이 이와 같은 산화효소 모사 촉매활성을 갖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 일례로, Chen 등은 사이 토크롬 c 산화효소 특성을 가지며 산성조건에서 입자의 크기가 작을 수록 산화효율이 우수해지는 산화구리 나노입자(Cu2O NP)를 보고하 였다[27]. 통상적으로 이러한 산화효소 모사 나노자임은 특정 물질을 검출하는 응용분야에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산화효소 모사 나노자임의 경우 앞서 기술한 과산화효소 모사 나노 자임들과는 달리 과산화수소 없이도 특정 기질을 산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최근의 연구는 기질과 나노자임 사이의 상호작용을 인 위적으로 제어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검출법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He 등은 헤파린(heparin)으로 안정화된 백금 나노입자 (HS-PtNPs)로 항결핵제, 항우울제로 사용되는 이소니아지드(isoniazid) 를 정량 분석하였다[28]. HS-PtNPs는 TMB를 산화시켜 푸른색을 띠 게 만드는데, 이소니아지드의 피리딘(pyridine)고리가 HS-PtNPs의 촉 매 활성점에 대해 TMB와 경쟁 반응을 하여 TMB의 발색을 저해하기 때문에, 이소니아지드의 농도가 높을수록 oxTMB의 흡광세기(A450)가 감소하므로 정량 분석이 가능하였다.
나노자임과 기질 간의 접근성은 입자 표면을 안정화하고 있는 리간 드에 크게 좌우되므로, 이를 선택적으로 제어하여 촉매 활성의 변화 를 추적한 검출법도 제시되고 있다. Xu 등은 DTT (dithiothreitol)로 안 정화된 팔라듐 나노입자(Pd-DTT)를 사용해 독성 물질인 비소 이온 (As3+)을 검출하였다[29]. As3+가 없는 조건에서 팔라듐 나노입자는 TMB를 산화시켜 푸른색을 띠게 만들지만, As3+가 존재할 경우 입자 표면의 DTT와 킬레이트 결합을 함으로써 TMB가 팔라듐 표면과 접 촉하는 확률을 낮추어 그에 비례해 흡광세기를 약화시켰다. 최적화 후 확인한 검출한계는 35 ng/L이었다.
활성의 선택적 변화를 이용해 특정 유기물이나 이온을 검출하는 것 외에 효소와 같은 생체활성 단백질을 검출하는 응용법도 보고되고 있 다. Cheng 등은 산화효소 특성을 갖는 나노세리아를 합성하고 효소를 통해 산화 촉매 활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하여 나노세리아 활성의 pH 의존성을 극복하는 검출법을 제시하였다(Figure 3)[30]. 나노세리아는 pH 4.5에서는 산화효소 모사 활성이 확인되지만, 양성자(H+)가 부족 한 높은 pH에서는 활성이 저하된다. 하지만 양성자를 공급할 수 있는 물질을 도입하면 중성 조건(pH 7.0)에서도 반응이 일어나는 양성자- 의존 조절 메커니즘(proton-dependent regulatory mechanism)을 나타낸 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활용해 양성자를 제공하는 효소인 아세틸콜린 가수분해효소(acetylcholinesterase)와 양성자를 소비하는 효소인 요소 분해효소(urease)를 각각 분석할 수 있는 분석법을 제시하였다. 아세 틸콜린 가수분해효소의 정량분석에서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기질로 사용하여, 아세틸콜린이 아세틸콜린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콜 린(choline)과 아세트산(acetic acid)으로 분해되면 아세트산에 의해 반 응계의 pH가 낮아져 나노세리아의 산화 촉매 활성이 나타나(positive regulation) oxTMB의 발색이 강해지는 원리가 활용되었다. 이와 반대 로 양성자를 소비하는 효소인 요소분해효소를 정량할 경우, 요소분해 효소에 의해 pH가 증가하게 되어 나노세리아의 산화 촉매 활성이 감 소하는 원리(negative regulation)가 이용되었다.
이러한 분석 방법 외에도 산화효소 모사 나노자임은 유기물을 분해 하는 방향으로의 활용도 가능하다. Yang 등은 산화효소 특성을 보이 는 Fe-N-C 나노자임을 식수원인 지표수 내에 존재하는 유기오염물인 부식산(humic acid, HA)을 산화분해하는 용도로 활용하였는데[31], 중 성 조건에서 Fe-N-C 나노자임을 10 mg/L 정도 첨가하는 것으로 기존 의 산화분해 방식에 비해 6배가량 높은 분해 성능을 얻어낼 수 있었 다. 이와 함께 전압전류법(cyclic voltammetry) 및 전자상자기성공명법 (electron paramagnetic resonance) 등의 분석법과 범밀도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을 활용하여 해당 입자의 산화 메커니즘을 제시 하였다.
2.4. 다중 활성을 갖는 나노자임
환경조건에 따라 동일한 나노물질이 두 가지 이상의 촉매 활성을 모사하는 경우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다중효소-유사 활성(multienzyme- like activity)을 갖는 나노자임들은 두 가지의 전이금속을 섞어 서 만드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pH를 변화시킴으로써 그 활성을 조절 할 수 있다. 다중효소-유사 활성을 나타내는 무기 나노자임은 대사 과 정을 제어하는 데 있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Bhagat 등은 과산화효소, 카탈레이즈, 초과산화물불균등화효소(superoxide dismutase, SOD)의 세 가지 활성을 보이는 금/산화세륨 코어/쉘 나노입자(Au@CeO2 core/shell nanoparticles, Au@CeO2 CSNPs)를 합성하고, pH 변화에 의 해 입자의 활성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32]. 해당 입자 는 기본적으로 카탈레이즈 특성을 보유하는 동시에 pH 4~6 범위에서 는 뚜렷한 과산화효소 활성을 보였으며, pH 12를 제외한 모든 범위에 서는 60% 이상의 SOD 활성을 나타냈다. Gharib 등은 BSA로 안정화 되어 과산화효소와 카탈레이스의 두 가지 활성을 갖는 백금-은(AgPt) 나노자임을 고안하고 합성 조건을 최적화하였다. 해당 입자는 pH 4에 서는 과산화효소 활성을, pH 11에서는 카탈레이즈 활성을 나타냈는 데, 합성 시 은 : 백금 비율을 85 : 15로 하였을 경우 가장 높은 활성을 보였다. 이러한 다중 활성 나노자임의 경우 최근 계산화학 등을 통해 메커니즘의 규명이 시도되고 있으나[33], 단일 촉매활성을 보이는 나 노자임들에 비해 메커니즘의 이해는 아직 미진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촉매 활성을 진단 및 치료에 응용하는 연구들은 꾸 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다중효소 모사 나노자임을 포함해 과산화효소-활성을 보이는 기존 의 나노자임들은 일반적으로 염기성 조건에서 활성이 나타나지만, 반 대로 GOx는 염기성에서 활성이 낮다. 이러한 이유로 나노자임에 의 한 포도당 검출에서는 pH변경을 통한 2단계 분석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Zhang 등은 산성 조건(pH 5.0)에서 최적 촉매활성을 나타나는 다중효소 모사 Co2V2O7 나노자임을 보고하였다[34]. 산화효소, 과산 화효소, 카탈레이즈 특성을 동시에 갖는 Co2V2O7 나노입자를 수열합 성법으로 합성한 후 pH 조건에 따른 활성 변화를 관찰하였고, 각각의 활성에 최적화된 조건에서 GSH와 포도당을 각각 TMB에 의한 비색 분석 및 benzoic acid (BA)에 기초한 형광 분석으로 정량분석하였다. 해당 입자는 pH 2.5에서 가장 높은 산화효소 활성을 보였으며, 해당 pH 조건에서 글루타치온을 비색정량 함으로써 2.5~20 μM의 선형범 위를 얻을 수 있었다. pH 5.0에서는 과산화효소 활성이 높게 관측되었 는데, 이는 GOx의 최적 활성 pH와 동일해 추가적인 pH 변화 없이 단 일-단계 포도당 검출이 가능하였다. 동일 pH 조건에서 과산화수소와 포도당에 대해 형광으로 정량분석하였을 시 과산화수소의 경우 8~3200 nM, 포도당의 경우 0.1~80 μM의 선형범위가 확보되었다.
다중효소 모사 나노자임이 모사하는 촉매 활성이 pH에 의존해 달 라지는 특성은 치료제로서의 응용에 활용되기도 한다. Ling 등은 카 탈레이즈 및 산화효소 활성을 갖는 MoO3-x nanourchins (NUs)을 종양 치료에 응용한 결과를 제시하였다(Figure 4a)[35]. 해당 입자는 약산성 조건(pH ~6)에서 두 가지 촉매 활성을 동시에 나타내 단계적 연쇄 촉 매반응이 가능하다. 따라서 MoO3-x NUs의 카탈레이즈 활성 모사 반 응에 의해 과산화수소가 분해되어 생산된 과량의 산소는 이후 산화효 소 활성 모사 반응에 의해 종양세포의 선택적 세포자멸(apoptosis)을 유도할 수 있는 초과산화물 라디칼(superoxide radical, O2-⋅)로 전환 되는데, 이에 의해 종양 주변으로 전달된 나노자임이 종양 주위의 산 성에 노출되어 단계적 연쇄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치료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생리적 환경 (pH ~7.4)에서는 pH-응답성 분해과정을 통해 촉매 활성을 잃고 소변을 통해 배출되기에, 생체 안전성이 확보 된 선택적 치료 능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다중효소 모사 나노자임의 연쇄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ROS 는 다른 치료법과 병행하면 치료효과의 선택성을 높일 수 있다. Jang 등은 SOD, 과산화효소, 카탈레이즈 모사 활성을 갖는 Ru-Te hollow nanorod를 광역학 치료(photodynamic therapy, PDT)와 조합하여 종양 치료제로 활용하였다(Figure 4b)[36]. PDT는 종양 주변과 같은 저산소 조건에서는 효율이 저감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양 주변에 나노자임을 도입하여 다중효소 모사 활성을 통해 ROS를 생성 하는 동시에 산소를 발생시켜, 근적외선 영역의 레이저를 이용한 PDT 치료효과를 향상시켜 종양의 사멸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었다. 해당 입자는 pH 5의 약산성조건에서 세 종류의 활성을 모두 나타내기 때문에 이러한 용도에 적합하며, 실제 종양 저산소증이 흔히 발생하 는 췌장암세포에 대해 실험한 결과 효과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 을 확인하였다.
3. 결 론
효소 모사 활성을 갖는 무기 나노입자, 나노자임에 대한 연구는 (1) 촉매 활성을 모사하는 새로운 무기 나노소재의 탐색, (2) 반응 메커니 즘의 분석, (3) 기질 선택성 및 반응성의 향상과 같은 전략으로 천연 효소의 촉매 활성에 근접하기 위한 방향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단순히 비색화 검출법에서 효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가 능성을 제시하던 초기 연구에서 나아가 임상에서 적용이 가능할 정도 의 검출한계가 확보된 상황이다.
pH 등의 반응 환경에 대한 높은 안정성과 반응 조건 변화에 따른 촉매 활성의 선택적 제어가 가능하다는 특성은, 검출-치료 분야에서 나노자임이 갖는 강력한 장점이다. 단순히 검출법의 표지 물질로 활 용하는 초기 연구에서, 단계적 연쇄반응과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검 출법의 개발, 생리학적 환경에 대응한 설계를 통한 치료제로의 응용, 다른 치료법과의 결합으로 인한 새로운 종양 치료법의 개발 등 그 활 용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무기 나노입자는 형광 및 흡광 등의 광학특성, 자성 등의 독특한 물 리적 성질로 이미 생명-의학 연구 분야에서 기존 진단 및 치료법의 한 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오고 있다[37]. 이들 소재의 효소 모사 활성은 생명-의학적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부가적인 효용 성을 제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물리-화학-생물학적 시너지 효과의 창 출로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