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화학작용제는 우선 인체 내로 침투하기 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호흡기 또는 피부를 통해 체내로 침투한 후에는 독성 효과를 나타내기 이전에 신속하게 중화시켜야 화학작용제에 의한 치사율(lethality)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전자와 같이 화학작용제가 인체 내로 침투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을 제독(decontamination)이라 하고, 화학작용제가 인체 내로 침투한 후에 제거하는 것을 해독(detoxification)이라 한다. 군에서 해독은 독성 화학작용제가 호흡기, 점막 또는 피부를 통해 인체 내로 침투한 경우 이를 독성이 없는 물질로 만들어 체외로 배출시키거나 독성 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하며, 독성 물질의 종류에 따라 해독 메커니즘이 다르다. 독성 물질을 화학적, 물리적으로 산화, 환원, 침전, 흡착 등의 방법으로 해독하는 약물 또는 성분을 해독제(antidote)라고 한다.
군사적으로 독성 화학작용제는 체내에서 일으키는 독성 작용에 따라 신경작용제(nerve agent), 질식작용제(choking agent), 혈액작용제(blood agent), 수포작용제(blister agent) 등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 기술하는 해독제 관련 연구는 신경작용제에 관한 것이다. 신경작용제는 독성 화학작용제 중에서 가장 치명적이며, 매우 빠르게 독성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0.01 mg/L의 치사량 미만의 혈액작용제는 독성 증상을 느끼지 못하며, 인체의 자체 방어 시스템 (sulfur transferase 및 methemoglobin의 작용)에 의해 해독되어 체외로 배설된다. 또한, 수포작용제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오염 환자에게 묻어 있는 작용제를 신속하게 제거 또는 중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질식작용제도 오염환자가 스스로 회복하도록 돕는 치료 방법(예: 아미노필린 투여)밖에 없다[1].
따라서, 본 논문은 신경작용제 해독제를 용도별(전처치제, 후처치제, 항경련제, 바이오스캐빈저 등)로 분류하고, 군에서 사용되는 해독제 중 독성 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신속하게 투여해야하는 해독제를 비롯하여 현재 개발되고 있는 해독제의 형태, 구성성분 및 해독원리를 기술하였다. 또한, 바이오스캐빈저 관련 최근 연구를 검토하여 작용 메커니즘(화학량론적, 유사촉매 및 촉매작용)을 기준으로 분류하였으며, 현재의 해독 기술 수준과 향후 발전 전망을 정리하였다.
2. 본 론
2.1. 신경작용제의 독성 메커니즘
신경세포 간의 자극 전달은 대부분 화학적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자극 전달은 시냅스(synapse)라고 하는 부위에서 일어나며, 이때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자극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전 신경세포(pre-synapse neuron)에서 합성되어 시냅스 틈(synaptic gap)으로 분비되고, 시냅스 후 신경세포(post-synapse neuron)의 막에 있는 수용체(receptor)와 결합함으로써 자극을 전달하게 된다. 이처럼 시냅스에서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 중에서 유기인산계 살충제 또는 군사용 신경작용제가 독성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ACh)과 연관되어 있다. 아세틸콜린은 척추동물의 운동신경 말단, 자율신경계의 부교감신경 말단, 중추신경계의 시냅스 전 말단에서 기능한다. 위 그림과 같이 시냅스 틈으로 분비 되어 수용체에 결합한 아세틸콜린은 즉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acetylcholine esterase, AChE, EC 3.1.1.7)에 의해 가수분해되어 시냅스 전 신경세포로 환원되어야 한다[2].
그러나, 인체 내로 침투한 신경작용제는 신경세포 간에 자극을 전달하는 부위인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가수분해하는 아세틸콜린 가수분해효소와 결합하여 세린잔기(Ser203)를 인산화 함으로써 효소의 활성을 강력하게 억제함으로써 시냅스 후 수용체에 결합한 아세틸콜린을 가수분해할 수 없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신경작용제는 인체의 자율신경계를 교란함으로써, 동공 축소, 심장 박동수 감소, 혈압 감소, 과다한 타액 분비 등의 독성 증상을 나타내게 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3](Figure 1).
2.2. 신경작용제 해독제의 분류
Figure 2에 제시된 것처럼 현재 신경작용제 해독을 위한 의학적 치료책은 AChE를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carbamate (pyridostigmine, physostigmine, scopolamine 등)를 사전에 투여하는 전처치 방법과 무스카린성 길항제(atropine), AChE 재활성화제(2-PAM, obidoxime, HI-6 등) 및 항경련제(diazepam, midazolam)를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이후에 투여하는 후처치 방법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처치제는 신경작용제에 의한 오염이 예상될 경우 미리 섭취하거나 피부에 부착하여 체내에 침투한 신경작용제에 의한 독성 작용을 예방하는 해독제이며, 군사적으로는 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이 사용되고 있다. 후처치제는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보호장비를 투과한 신경작용제가 인체 내로 침투하였을 때, 치명적인 독성 작용을 일으키기 전에 신경작용제의 독성 작용을 방해하거나 무력화하는 해독제이다. 군사적으로는 신경작용제에 대해 길항작용을 하는 아트로핀(atropine)과 신경작용제에 의해 활성이 억제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를 재활성화 시키는 옥심(oxime) 계열의 2-PAM이 사용된다[4]. 아트로핀, 2-PAM, 항경련제와 같은 후처치제는 적시에 사용하면 사망을 예방하고 독성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5].
2.2.1. 전처치제(예방용 해독제)
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 bromide)은 중증 근무력증 및 과민성 방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피리도스티그민은 1945년에 특허를 받았고, 1955년부터 의료용으로 사용되었다. 피리도스티그민은 일반 의약품으로, 국외에서는 Mestinon(Valeant Pharma), Regonol이나 Gravitor (SUN Pharma), 국내에서는 피리놀(명문제약) 등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미국 FDA는 2003년 피리도스티그민을 신경작용제 전처치제로 승인했으며, 걸프전에서 사용되었다. 알약을 섭취 후 30 min이 경과하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최대 효과는 2 h 이후에 달성되며, 이후 효과가 점차 감소하므로 8 h 단위로 섭취한다[6].
피리도스티그민은 콜린성 약물 계열의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로, 약 25%의 AChE 억제 효과만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약 30 min 의 반감기로 AChE가 서서히 재활성화되기 때문에 신경작용제와 AChE의 결합을 방지하고 있다가 재활성화된 AChE가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신경작용제의 독성 작용을 완화 또는 제거할 수 있다.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후 옥심을 사용하면, 더 좋은 해독 효과를 보여준다 (Figure 3).
2.2.2. 후처리제(치료용 해독제)
증상치료용 해독제인 아트로핀(atropine)은 알칼로이드계 신경독성 물질로, 심한 갈증을 유발하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며 혈압을 상승 시키는 등 아세틸콜린과는 반대의 현상을 나타낸다(길항작용). 또한, 시냅스 후 신경세포 막에 있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경쟁적으로 결합 하는 특성이 있어 신경작용제 해독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신경작용제에 의한 AChE의 활성 억제로 인해 수용체에 결합한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독성을 나타내는데, 아트로핀을 투여하면 아세틸콜린과 경쟁적으로 수용체에 결합하기 때문에 수용체에 결합한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길항작용으로 신경계의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아트로핀은 무스카린성 수용체에 높은 친화성을 가지기 때문에 무스카린성 증상(서맥, 동공 축소, 침/눈물 흘림, 기관지 분비물 증가, 기관지수축 등)에만 효과적이고, 니코틴성 증상(섬유속성연축, 근력 저하, 마비 등)에 대한 효과는 없다. 또한, 아트로핀은 신경작용제에 억제된 AChE를 재활성화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독성 증상을 완화할 뿐이며 독성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는 못한다. 더욱이, 아트로핀도 신경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과량을 투여하게 되면, 다른 독성 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일정량 이상의 투여는 의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7].
아트로핀을 신속하게 주사할 수 있도록 자동주사기 형태의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Shalon 社에서 생산하는 Atromat®는 충전된 아트로핀의 함량에 따라 흰색(2 mg 어른용), 녹색(1 mg, 어린이와 노인용), 주황색(0.5 mg 유아용)으로 구분한다(Figure 4).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노란색 보호캡을 제거하고 녹색 부분을 허벅지 등 근육이 많은 부위에 강하게 눌러 주사하면 된다[8]. 미국 Meridian Medical Technologies 社도 FDA의 승인을 받은 AtroPen®이라는 아트로핀 자동주사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미 FDA는 2018년 이스라엘의 Rafa Laboratories 社에서 제조하는 Rafa 아트로핀 자동주사기의 긴급 사용을 승인하였다. 이 자동주사기도 Figure 4에서 보는 것처럼 글리세린, 페놀, 시트르산 완충액과 주사용액이 포함된 0.7 mL 의 비발열성 멸균 용액에 0.5 mg, 1 mg, 2 mg의 3가지 아트로핀 용량을 색상으로 구분하여 제공된다[9]. 아트로핀은 일반적으로 2-PAM과 함께 해독제 킷으로 사용되며, KMARK-1, DuoDote, ATNAA (Antidote Treatment Nerve Agent Autoinjector) 등이 사용되고 있다[10].
원인치료용 해독제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2-PAM (Pralidoxime, 2-pyridine aldoxime methylchloride)은 AChE를 재활성화시켜 수용체에 결합하고 있는 아세틸콜린을 다시 분해하도록 제 기능을 복원하는 원인치료용 해독제로, 무스카린성 증상과 니코틴성 증상에 모두 효과가 있다. 특히, 아트로핀의 해독 효과가 없는 니코틴성 독성 증상 환자의 치료에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pralidoxime chloride, pralidoxime mesylate(영국), pralidoxime iodide (일본, 인도, 호주 등), pralidoxime metilsulfate 등 4가지의 형태가 존재한다[11].
신경작용제와 AChE의 결합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것은 매우 느리지만, 2-PAM은 이러한 결합을 신속하게 분리하여 AChE를 재활성화시킨다. 그러나, 신경작용제와 AChE의 결합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화(aging)라고 불리는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게 되면, 2-PAM을 투여하더라도 AChE은 재활성화되지 못한다[12](Figure 5). GD와 일부 노비 촉 신경작용제는 AChE와 결합 후 10 min 이내에 노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따라서, 2-PAM을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아트로핀과 함께 사용하면 해독 효과가 상승 작용하여 신경작용제의 LD50을 약 20배 높인다[14]. 그러나, 2-PAM이 중추신경계 증상에 효과가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2-PAM의 화학 구조상 혈뇌장벽을 투과하기 어렵고, 동물 실험에서도 10% 정도만 중추신경계로 투과하였다[15].
2-PAM 외에도 다른 종류의 옥심 계열 해독제가 있다. 트리메독심(trimedoxime, TMB-4)은 GA 중독 치료에 효과적인 최초의 옥심 계열 해독제이다. GB와 VX에 의한 중독도 치료할 수 있지만, GD에 중독된 동물은 보호할 수 없다. 트리메독심은 쥐에 대한 LD50이 obidoxime, 2-PAM 및 HI-6보다 각 3배, 4배, 8배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6]. 오비독심(obidoxime, 또는 toxogonin)은 분자당 2개의 활성 부위를 가지고 있어서 2-PAM (pralidoxime)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17]. 오비독심을 아트로핀과 함께 사용하면, GA, GB 및 VX를 해독할 수 있으며, 특히 GA 작용제 중독 치료에서 HI-6보다 더 효과적이다. 오비독심은 2-PAM과 트리메독심과 유사하게, GD 작용제 해독은 비효율적이지만, 피리도스티그민으로 사전에 중독을 예방하면, GD에 대한 보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우려되는 단점으로는 20명 가운데 1명 정도는 오비독심으로 재활성화된 AChE가 다시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18]. HI-6 (asoxime)는 GD 중독에 가장 좋은 해독제로, 다른 옥심 계열 해독제보다 급성 독성이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신경작용제 중독에 대한 의학적 치료에서 매우 유망한 해독제로 간주된다. HI-6의 단점은 수용액에서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9]. 시험관 내에서 노비촉 유사작용제 NTMGMP (4-nitrophenyl N-(bis(dimethylamino) methylene) P-methylphosphonamidate)를 사용하여 옥심 계열 해독제들의 AChE 재활성화 효능을 평가한 결과, 재활성화 효능은 trimedoxime > obidoxime > 2-PAM 순이었으며, AChE의 노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trimedoxime 등의 옥심 해독제가 노비촉 중독의 임상 치료에서 중요함을 보여주었다[20].
2.2.2.1. KMARK-1
한국군은 신경작용제 해독제로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미군의 MARKⅠ을 모방하여 아트로핀 자동주사기와 2-PAM 자동주사기를 키트화한 KMARK-1을 전력화하였다. 2개의 자동주사기는 투명한 경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안전 캡에 부착되어 있으며, 아트로핀 자동주사기는 1번, 2-PAM 자동주사기는 2번으로 표시되어 있어 번호 순서대로 안전 캡에서 분리하여 주사하면 된다[21](Figure 6). KMARK-1의 제원은 Table 1과 같다.
자동주사기는 모두 압력이 가해지면 해독제가 자동으로 주입되도록 코일 스프링이 들어있는 단단한 플라스틱 튜브로 되어 있다. 먼저, 아트로핀 자동주사기를 안전 캡에서 뽑아 번호가 표시된 방향의 노란색 뒷면을 엄지손가락으로 막으면서 나머지 손가락으로 튜브를 감싸고 녹색 뚜껑이 있는 부분을 허벅지나 엉덩이에 대고 누른 후 5 s간 대기하면 주사액이 근육으로 주입된다. 2-PAM 자동주사기도 동일한 방법으로 주사한다. 1인당 3개의 KMARK-1을 휴대하여 사용한다. 아트로핀과 2-PAM 주사액은 약 -1.1 °C에서 동결되므로,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는 몸에 가까운 내부 주머니에 넣어 휴대해야 한다[22].
2.2.2.2 ATNAA (Antidote Treatment Nerve Agent Auto-injector)
미군은 아트로핀 자동주사기와 2-PAM 자동주사기를 키트화한 신경작용제 해독제 킷(Nerve Agent Antidote Kit, NAAK), MARKⅠ을 개발하여 운용해 오다가, 2002년 2개의 자동주사기를 1개의 자동주사기로 단일화한 ATNAA로 MARKⅠ을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23]. 그러나, 2013년 일부 결함이 발견된 후 ATNAA의 제조를 중단했다. ATNAA 제조사인 Meridian Medical Technology (MMT) Inc.는 2006년 민수용 제품 DuoDote를 미 FDA의 승인을 받아 주 및 지방 정부, 의료 및 응급 요원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유기인 살충제 중독의 해독제로도 사용되고 있다[24](Figure 7). ATNAA의 제원은 Table 2와 같다.
ATNAA에 충전되는 아트로핀 및 2-PAM의 함량은 KMARK-1과 동일하며, 자동주사기의 형상은 2-PAM 자동주사기와 유사하다. 다만, ATNAA는 23 gauge의 주사침을 사용하는데 2가지 주사액이 순차적으로 다른 부위에 흡수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ATNAA는 사용 편의성을 향상하기 위해 압력 작동식 코일 스프링이 있는 하나의 주사기에 고무마개로 격실을 만들고 앞 공간은 아트로핀, 뒷공간은 2-PAM 주사액을 충전함으로써 한 번만 압력을 가하면 2가지 주사액이 순차적으로 자동 방출되도록 만들었다. 압력을 가하여 바늘이 방출된 후 10 s간 대기해야 한다. 신경작용제 중독 초기에 개인 해독용으로 1인당 3개의 ATNAA를 휴대하게 된다. 아트로핀과 2-PAM 주사액은 약 -1.1 °C에서 동결되므로,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는 몸에 가까운 내부 주머니에 넣어 휴대해야 한다[22].
2.2.2.3 TrobigardTM 자동주사기
Trobigard 자동주사기는 항체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는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인 Emergent BioSolutions (EBS) 社에서 2016년부터 제조 및 공급하였으며, 신경작용제 또는 유기인산염 중독환자가 긴급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Figure 8). Trobigard는 EBS에서 같이 생산하는 Emergard 자동주사기 플랫폼에 아트로핀(atropine sulfate) 2 mg과 오비독심(obidoxime chloride) 220 mg이 충전되어 있다. 그러나, 제조사인 EBS는 아트로핀과 오비독심 복합 해독제의 안전성과 신경작용제에 대한 효능을 테스트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Trobigard는 미 FDA의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독일 공장에서 제조되어 현재 미 국무부(해외 외교관 사용 목적)와 유럽, 중동 및 기타 미국 동맹국에서 긴급 사용 제품으로 비축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생산 과정에서 멸균 후 일부 바늘에서 “빨간 반점” 형태의 변색이 발견되 었다. EBS는 주사기 내부에 충전된 화학물질 일부가 바늘 외부에 침착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8년에도 자동주사기가 주사약 전량을 주입하지 못하는 결합이 발견되어 2019년에 UAE 등이 구입한 수 만 개의 Trobigard에 대한 리콜을 단행하였고, 같은 해 이탈리아에 공급한 자동주사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나 전량 회수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FDA의 승인이나 입찰 경쟁 없이 국무부가 EBS와 대규모의 Trobigard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25].
2018년 EBS는 네덜란드에서 유일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지정 연구실(TNO Defense, Security and Safety, CBRN Protection)과 협업하여 동물 실험을 통해 Trobigard의 안전성과 GB 신경작용제에 대한 효능을 테스트하였으며, 약동학(pharmacokinetics)적으로 아트로핀과 오비독심의 상호작용이 없고 해독제를 투여하지 않은 동물에 비해 생존율과 임상 징후에서 상당한 개선을 보였다[26]. 2021년에는 OPCW 지정실험실을 보유한 캐나다의 Suffield 연구소와 협업하여 VX 신경작용제에 대한 효능을 테스트하였으며, GB와 유사한 효능을 보였다[27].
2.2.2.4. 항경련제
CANA (Convulsant Antidote for Nerve Agent)의 활성 성분인 디아제팜(diazepam)은 현재 FDA가 신경작용제로 인한 발작에 사용하도록 유일하게 승인한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의 항경련제이다(Figure 9). 디아제팜은 발작 환자의 호흡을 억제하는 부작용 위험이 크지만, 미다졸람(midazolam)은 신경작용제로 인한 발작을 줄이는 데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NA 자동주사기는 밝은 회색의 플라스틱 튜브로 되어있으며, 자동주사기 끝에 있는 회색의 안전 캡을 제거하고 반대쪽에 있는 검은 부분에 압력을 가하면 바늘이 돌출되어 충전된 디아제팜 주사액 10 mg이 자동으로 주입된다. 신경작용제 중독으로 인한 발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1인당 1개의 CANA를 휴대하지만, CANA는 KMARK-1이나 ATNAA처럼 스스로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 다른 항경련제로는 미다졸람(midazolam)이 있으며, 벤조디아제핀 계열이 아닌 항경련제로는 페노 바비탈(phenobarbital, 상품명 Luminal®), 페니토인(phenytoin, 상품명 Dilantin®) 등이 있다. 미다졸람은 신경작용제가 유발하는 발작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페노바비탈이나 페니토인은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22].
2004년 이후 미다졸람에 대한 FDA 승인을 얻기 위해 진행한 민군 공동 노력을 통해 미다졸람의 우월성을 입증했다[28]. 2018년 FDA는 간질을 포함한 발작 치료제로 미다졸람을 승인했으며, 2022년 8월 FDA는 Rafa Laboratories 사에서 성인의 간질 치료를 위해 최초로 출시한 미다졸람(10 mg) 자동주사기의 사용을 승인했다. 이 제품은 2017년 Rafa 아트로핀 자동주사기 개발을 협력한 적이 있는 미국 국방부 JPEO-CBRND 간의 협력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현재의 신경작용제 발작 치료제인 CANA(디아제팜 자동주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29](Figure 10).
2.2.3. 바이오스캐빈저(Bioscavenger)
신경작용제는 급성 호흡부전, 발작 및 심혈관질환을 유발하지만, 앞서 살펴본 의학적 치료법들은 완전한 보호(예방)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전처치제로 사용되는 카바메이트는 인지, 신경 행동 및 체온 조절 등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30]. 아트로핀, 2-PAM, 항경련제와 같은 후처치제는 의식 상실과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콜린성 중독을 예방하지 못할 수 있다[31]. 바이오스캐빈저는 이러한 의학적 치료법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수단이다. 바이오스캐빈저는 체내에 침투한 고독성 화합물을 격리하고 비활성화할 수 있는 바이오 의약품으로[32], 신경작용제 중독 예방[33] 및 노출 후 치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34].
신경작용제 해독제로서 바이오스캐빈저는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생리학적으로 신경작용제가 AChE과 결합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신경작용제에 대한 바이오스캐빈저의 중화 반응이 빨라야 한다. 둘째, 바이오스캐빈저는 순환계에서 장시간 잔류해야 한다. 셋째, 바이오스캐빈저는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 않아야 한다. 넷째, 바이오스캐빈저는 2차 효과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바이오스 캐빈저는 GMP (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감염 성 유기체나 바이러스, 내독소 또는 단백질 오염 물질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스캐빈저는 장기간 보관 시 안정적이어야 한다[35].
2.2.3.1. 바이오스캐빈저의 분류
바이오스캐빈저는 신경작용제와 1:1의 몰비로 반응하는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 AChE 재활성화제와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의 조합인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 신경작용제를 촉매적으로 가수 분해하는 촉매 바이오스캐빈저 등의 3가지 유형이 있다.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는 1세대 바이오스캐빈저로, BChE (butyrylcholinesterase)는 화학작용제 해독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36]. 그러나, 이러한 바이오스캐빈저는 분자량이 클 뿐만 아니라, 신경작용제 1개 분자에 1개의 바이오스캐빈저가 비가역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투여량이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LD50의 GD 중독으로부터 사람(70 kg)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200 mg의 BChE가 필요하다[37]. 이처럼 많은 용량의 BChE 또는 AChE를 사용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 수 있고[38], 투여 후 유해한 생리학적 2차 반응의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39].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와 화학적 AChE 재활성화제의 복합체로서, 신경작용제와 결합하여 가수분해를 수차례 수행할 수 있다. 신경작용제와 결합한 바이오스캐빈저의 재활성화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이를 촉진하여 유사촉매 가수분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친핵체(AChE 재활성화제)가 필요하다[40].
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2세대 바이오스캐빈저로, 신경작용제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하여 중화하는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와 달리 신경작용제에 가역적으로 결합하여 여러 주기를 빠르게 가수분해한다. 소량을 사용하여 다량의 신경작용제로부터 효과적인 예방적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에 차세대 의학적 대응책으로 제안되었다[41]. 소량 (1 mg/kg 미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경작용제의 독성 이성질체에 대한 촉매 효율(kcat/ Km)은 1 × 107 M-1⋅min-1 이상이어야 한다. 촉매 효율이 5 × 107 M-1⋅min-1 이상이면 신경작용제의 96%를 10 s 이내에 해독할 수 있다[42].
2.2.3.1.1.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
BChE는 1940년대부터 연구되었지만[43], 1990년 초 Aberdeen Proving Ground의 화학방어연구소에서 BChE로 전처치한 원숭이에게 2×LD50 의 GD를 투여해도 중독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실험 이후에[44] BChE에 대한 관심이 극적으로 증가하였다. BChE는 중요한 생리적 기능이 없어 과량의 BChE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동물 실험을 통해 체내의 BChE 평균 농도의 1,000배를 초과하는 양을 안전하게 견뎌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45]. 이후 수많은 연구에서 인간 혈장 BChE는 신경작용제와 빠르게 결합하고 비활성화하여 신경작용제 독성으로부터 보호하며[46,47],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정제하여 저장하면 활성을 수년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48], 인체 내에서 충분히 체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49].
미 국방부는 인간 BChE의 이러한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2005년 DynPort Vaccine Company (DVC) LLC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여 인간 BChE를 신경작용제 해독제로 개발하였다. 2007~2008년간 DynPort Vaccine Company는 Baxter Healthcare와의 하청 계약을 통해 인간 혈장 BChE를 근육 및 정맥주사하는 1상 임상 시험을 완료했다 (NCT00333515 및 NCT00333528). 2013년 미 국방부와 DynPort Vaccine Company는 인간 혈장 BChE를 신경작용제 해독제로 사용하기 위한 FDA 승인에 필요한 모든 임상 및 비임상 제품(의약품)의 제조와 공정 최적화를 포함하는 계약(약 1억 5,730만 달러, W911QY- 13-C-0056)을 체결하고, 하청 업체로 선정된 Therapure BioPharma에서 제조한 인간 혈장 BChE를 사용하여 5년 동안 1상 임상 시험을 반복하고 2상 시험으로 진행하였다[50].
결론적으로, 신경작용제의 독성 증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현재까지 개발된 바이오스캐빈저는 인간 혈액에서 정제한 화학량론적 바이오 스캐빈저인 HuBChE가 유일하다. 그러나, 2019년부터 현재까지 주계약 당사자인 DynPort Vaccine Company와 하청계약 당사자인 Therapure BioPharma 간에 인간 혈장 BChE 완제품에 대한 기술소유권 및 계약 불이행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51] 인간 혈장 BChE 해독제의 사용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2.2.3.1.2.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
일반적으로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옥심 재활성화제와 조합을 형성한 B-esterase (예: AChE, BChE, CaE)를 말한다[52]. B-esterase가 신경작용제와 결합하면, 옥심 재활성화제가 신경작용제를 가수분해하여 방출함으로써 B-esterase가 다시 신경작용제와 결합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53]. 그러나,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신경작용제의 입체이성질체에 대해 좁은 특이성을 나타내며, 소수의 신경작용제만 효과적으로 재활성화할 수 있다[54]. 일부 AChE 변이체는 신경작용제에 의해 억제된 후 옥심을 매개로 한 재활성화 속도가 유의하게 개선 되었고 노화 속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55].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여전히 바이오스캐빈저의 많은 투여량이 필요하고, 특정 신경 작용제에만 효과가 나타난다.
더욱이, GD는 AChE와 결합 후 빨리 노화되므로 재활성화 효과가 없어진다[56]. 빠른 재활성화 옥심과 함께 특별한 화학량론적 바이오 스캐빈저(예: 인산화 후 “노화”에 취약하지 않은 ChE 변이체)를 같이 투여하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도 있으나, 효소와 재활성화제의 약동학적 호환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57]. 또한, 순환계 내에서 체류 시간이 짧고, 신경작용제에 계속 노출되는 경우 보충이 필요하다[58].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의 가장 큰 단점은 가장 효과적인 옥심-바이오스캐빈저 조합도 신경작용제 중독 예방에 필요한 가수분해 속도보다 약 2~3배 정도 느리다는 것이다[59]. 따라서, 현재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신경작용제를 해독하고 말초 및 중추 신경에서 AChE의 억제를 방지하기에 충분히 효율적이지 않다[60].
2.2.3.1.3. 촉매 바이오스캐빈저
유기인산(OP)은 ChE의 기질이기 때문에, ChE는 신경작용제 가수 분해효소로서 촉매 바이오스캐빈저가 될 수 있다. ChE-OP의 결합과 ChE 활성 부위 세린기의 인산화는 빠르지만, 물을 매개로 한 탈인산화는 매우 느리거나 불가능하다. 따라서, ChE 기반 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탈인산화 속도가 빨라야 한다. 이를 위해 20년 이상 진행된 연구로 60개 이상의 인간 BChE 및 AChE 변이체가 만들어졌지만, 모두 실패했다[61]. 현재까지 연구된 가장 유망한 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PON-1 또는 PTE 변이체이다[62]. PON-1 변이체 C23AL은 라세미 VX에 대해 kcat/Km = 1.2 × 107 M-1⋅min-1의 촉매 활성을 보이며[63], 2 mg/kg PON-1의 용량으로 2×LD50 VX로부터 기니피그를 보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64]. PTE의 변이체 L7ep-3은 GA 및 GB에 대해 kcat/Km > 5 × 107 M-1⋅min-1[65], VX에 대해 kcat/Km = 4.8 × 107 M-1 ⋅min-1, VR에 대해 kcat/Km = 1.6 × 105 M-1⋅min-1의 촉매 활성을 보였다[66]. 이처럼 최근 컴퓨터 모델링 및 재설계 기법을 이용한 새로운 전략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다.
2.2.3.2. 바이오스캐빈저 유형의 해독제 종류
2.2.3.2.1. Paraoxonase 1 (PON1)
PON이라는 이름은 파라옥손을 가수분해하는 능력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67]. 인간 PON1 (HuPON1)은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HDL 입자와 관련된 단백질로 동맥경화와 심혈관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68]. 유기인산 가수분해 활성은 PON1의 여러 가지 활성 중의 하나로, 여러 가지 연구와 생체 실험으로 입증되었다[69]. PON1은 광범위한 유기인 살충제와 신경작용제를 가수분해할 수 있고 순환계에 자연적으로 풍부하게 발현되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촉매 바이오스캐빈저 후보가 되었다. 실제로, 정제된 PON1 (2~4 mg/kg)을 중독 30 min 전에 정맥주사하면, GB 또는 GD로 중독된 기니피그의 생존율과 회복율이 크게 향상되었다[70]. 그러나, 고농도의 신경작용제에 중독된 기니피그는 PON1의 용량을 10 mg/kg으로 증가시켜도 생존하지 못했으며, 5 min 전에 주사해도 중독되었다. 이는 PON1 자체의 촉매 효율로는 신경작용제 노출로부터 효과적인 보호를 제공할 만큼 높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변이유발과 유도 진화를 통해 분리된 rePON1 변이체들은 개선된 촉매 활성을 보여주었다. 정제된 rePON1 변이체 (4E9)를 1 h전에 생쥐에게 저용량(1.1 mg/kg) 투여하면, GF 유사작용제의 독성 이성질체(Sp-CMP-coumarin)의 2×LD50 중독으로부터 약 50%가 생존하였다[71]. 8개의 변이를 가진 또다른 rePON1 변이체(Ⅱ G1)를 기니피그에게 1 h 전에 저용량(1 mg/kg) 정맥주사하면, 2×LD50 의 GF 중독에도 100% 생존율을 보였다[72]. 또한, 진화된 rePON1 변이체(Ⅰ-F11)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복제하여 생쥐를 감염시키면, rePON1 변이체는 혈장에서 고농도(최대 4.1 mg/mL)로 6~7 day 동안 발현되었으며, 5×LD50의 G계열 신경작용제에 대한 4회 반복 노출에도 중독 증상 없이 100% 생존율을 보였다[73]. 이처럼, HuPON1 자체는 치사량의 신경작용제로부터 효과적인 예방적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지만, rePON1의 진화된 변이체들은 G계열 신경작용제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더라도 촉매 바이오스캐빈저로서 훌륭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2.3.2.2. Phosphotriesterase (PTE)
Organophosphatehydrolase (OPH)라고도 부르는 PTE는 살충제 파라티온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처음 발견된 박테리아 효소다[74]. 파라옥손에 대한 가수분해 촉매 효율이 거의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kcat/Km = 약 109 M-1⋅min-1) PTE는 lactonase가 1950년대 이후에 급속하게 자연 진화한 것이라고 제안되었다[75]. 유기인 살충제를 빠르게 가수 분해하는 PTE의 촉매 활성은 신경작용제 해독제 개발을 위한 잠재적인 후보로 인식되었다. 정제된 PTE는 GD와 GF를 적당한 효율(kcat/Km = 4.8 × 106 및 5.8 × 105 M-1⋅min-1)로 가수분해했지만[76], VX (kcat/Km = 4.5 × 104 M-1⋅min-1) 또는 RVX (kcat/Km = 6.3 × 104 M-1⋅min-1)의 가수분해에는 덜 효과적이었다[77,78].
VX 중독 치료제로서 진화된 두 가지 PTE 변이체의 가수분해 촉매 활성이 연구되었다[79,80]. 이 실험에서 기니피그를 2×LD50의 VX에 중독시키고 5 min 또는 15 min 후에 정제된 PTE 변이체를 소량(각 2 mg/kg, 5 mg/kg) 주사한 결과, 2가지 PTE 변이체 모두 혈액 내 VX 농도를 빠르게 감소시킴으로써(C23의 kcat/Km = 5 × 106 M-1⋅min-1, C23AL의 kcat/Km = 1.2 × 107 M-1⋅min-1) 사망과 전신 독성을 예방하고, 뇌의 AChE 활성을 부분적으로 보존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신경작용제가 순환계에 느리게 흡수되는 경우 촉매 바이오스캐빈저가 노출 후 치료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2.2.3.2.3. DFPase
DFPase는 GB 유사작용제인 DFP를 가수분해하는 능력 때문에 북대서양 오징어의 축삭에서 처음 분리되었다[81]. DFPase는 GA, GB, GD 및 GF를 가수분해할 수 있으며[82], 특히 GB 및 GF의 독성 이성 질체에 대한 촉매 효율이 상당히 높다(kcat/Km = 2.5 및 1 × 106 M-1⋅ min-1). DFPase 4중 변이체(Mut1)는 DFP (2.5배), GB (5.5배) 및 GF (29배)에 대한 가수분해 효율이 상당히 증가하였으며, 독성이 덜한 Rp 이성질체보다 독성이 더 강한 Sp 이성질체를 각 4배(GB) 및 5배(GF) 더 선호하였다[83].
DFPase는 비포유류 단백질이기 때문에 포유동물의 순환계에서 빨리 제거되고, 면역항체를 생성할 가능성이 크다. 순환계 내에서 DFPase의 제거율, 면역원성 및 세포독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폴리에틸렌 글리콜(PEG)과 같은 불활성 중합체에 DFPase와 DFPase 변이체를 접합시키고, 중독 5 min 전에 주사하여 3×LD50의 GD 중독에 대한 보호 효과를 시험한 결과, 71 mg/kg으로 PEG화한 DFPase를 주사한 쥐 와 35.8 mg/kg으로 PEG화한 DFPase 변이체를 주사한 쥐는 모두 중독 후 24 hr 이상 생존했다. PEG화한 DFPase 변이체는 PEG화한 DFPase에 비해 중독 증상이 적었으며, PEG에 접합시키는 것만으로는 DFPase에 대한 항체 형성을 억제할 수 없었지만, 2차 투여를 가능하게 했다[84].
2.2.3.2.4. Organophosphate acid anhydrolase (OPAA)
OPAA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처에서 발견된 호염성 박테리아에서 처음 분리되었으며[85], DFP (kcat/Km = 3.7 × 107 M-1⋅ min-1), GD (kcat/Km = 1.6 × 107 M-1⋅min-1), GB(kcat/Km = 1.3 × 106 M-1⋅min-1), GA (kcat = 5.1 × 103 min-1), GF(kcat = 9.9 × 104 min-1), GP(kcat/Km = 1.3 × 107 M-1⋅min-1) 및 파라옥손(kcat = 7.4 × 103 min-1) 을 가수분해하지만, P-CN, P-O 또는 P-S 결합보다 P-F 결합의 가수분해를 선호한다[86]. 그러나, P-F 결합을 포함하는 노비촉 신경작용제 에 대한 OPAA의 촉매 가수분해는 덜 효율적이다(A230의 kcat/Km = 9.5 × 104 M-1⋅min-1, A232의 kcat/Km = 6.9 × 104 M-1⋅min-1, A234의 kcat/Km = 3.5 × 104 M-1⋅min-1)[87].
OPAA는 RVX에서 가수분해 활성이 매우 낮다(kcat/Km = 5.5 × 102 M-1⋅min-1). RVX 가수분해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활성 부위를 변이시킨 OPAA 삼중 변이체(FLYD)는 RVX의 독성이 덜한 Rp 이성질체에 대한 촉매 효율이 약 36배 개선되었으며(kcat/Km = 2 × 104 M-1⋅ min-1), OPAA 4중 변이체는 RVX에 대한 촉매 활성의 개선이 미미하였지만(kcat/Km = 8.9 × 103 M-1 min-1) RVX의 2가지 이성질체 모두 가수분해하였다[88]. G계열 신경작용제에 대한 가수분해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활성 부위를 변이시킨 OPAA 이중변이체(FL)은 OPAA보 다 GB는 6배(kcat/Km = 8.5 × 106 M-1⋅min-1), GD는 5배(kcat/Km = 7.5 × 107 M-1⋅min-1), GP는 10배(kcat/Km = 1.3 × 108 M-1⋅min-1) 개선되 었지만, 이는 독성이 덜한 Rp 이성질체에 대한 가수분해 효율의 개선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89]. 결론적으로, OPAA는 V계열 신경작용제 보다 G계열 신경작용제에 대해 더 높은 가수분해 촉매 효율을 나타내지만, 독성이 덜한 Rp 이성질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2.2.3.2.5. Prolidase
인간 prolidase는 주로 콜라겐과 같은 식이 및 내인성 단백질의 분해와 관련이 있으며, 펩티드 호르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prolidase가 부족하면, 피부 궤양, 기도의 재발성 감염과 다양한 정신 장애를 초래한다[90]. 인간 간에서 추출한 prolidase가 GA와 VX를 가수분해하는 능력에 관한 연구 결과는 상충된다[91,92]. 아데노바이러스 발현 벡터 시스템을 사용하여 재조합 HuProlidase는 쥐의 순환계에서 prolidase의 농도를 100~150배 증가시켰지만, DFP를 1×LD50 2회 누적 용량으로 투여하면 쥐는 단 4~8 h밖에 생존하지 못하였다[93]. 신경작용제 중독을 보호하기에는 촉매 활성이 불충분하지만, 신경작용제의 독성 이성질체에 대한 특이성을 변경하고 증가시킬 컴퓨터 설계 및 유도 진화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2.3. 신경작용제 중독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전략
앞에서 살펴본 해독제들은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다. 첫째, 피리도스티그민과 2-PAM은 중추신경계에 대한 투과가 제한된다. 둘째, 아트로핀은 시냅스 틈에서 니코틴성 수용체는 길항하지 못한다. 셋째, 2-PAM은 광범위한 해독제가 아니며, GA, GD, GF에 대한 효능이 제한적이다. 마지막으로, 노화된 AChE를 재활성화할 수 있는 해독제는 없다. 중추신경계에서 AChE의 재활성화는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후 치사율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약물 중 가장 유망한 것 중 하나는 Pro-2-PAM이다. Pro-2-PAM은 혈뇌장벽을 투과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2-PAM보다 발작과 신경학적 손상을 상당히 감소시켰다[94].
한편, 가역적 AChE 억제제인 갈란타민(galantamine)은 피리도스티그민을 대체하여 신경작용제 노출 전이나 노출 직후에 투여할 수 있다[95]. 갈란타민은 노출 30 min 전 투여시 우수한 중추신경계 투과성을 보여주며, GD 중독에 의한 뇌 손상을 보호하였다[96]. 후페리진 A(huperizine A)는 중추신경계에 도달하는 또 다른 가역적 AChE 억제제이나, FDA 승인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갈란타민보다 약 88배 더 강력하고 우수한 안전성을 보유하고 있어 전처치제로 사용하면 GD의 독성을 방지할 수 있다[97].
RS-194B는 최근 수년 동안 주목받은 또 다른 옥심 계열 해독제이다. RS194B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상당한 중추신경계 투과성과 AChE 재활성화를 보여주었다. 또한, RS194B는 최근 1회 주사 (62.5 mg/kg)로 비인간 영장류에서 GB 중독 증상을 해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8].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법의학 센터는 2년 동안 육군 화학방어연구소(USAMRICD)와 협력하여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한 생화학 분석과 의약 화학 관련 연구를 병행한 끝에 2021년 신경작용제 GB의 독성 작용으로부터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모두 보호하는 해독제 LLNL-02를 개발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LLNL-02는 인간 세포에 독성 없이 혈뇌장벽을 투과하는 최초의 해독제로 평가하고 있으며, VX 및 노비촉 신경작용제에 대한 해독 효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99]. 그러나, 이러한 잠재적인 해독제들은 모두 인간을 대상으로 화합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므로, 당장 사용되기는 어렵다.
2.4. 촉매 바이오스캐빈저의 실용화를 위한 도전과제
촉매 바이오스캐빈저의 안전성, 효능, 생산 및 의학적 적용과 관련하여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새로 개발된 약물의 적용 가능성은 주로 인체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바이오스캐빈저와 같은 단백질 기반 약물은 고분자량, 빠른 분해로 인한 짧은 순환계 체류, 면역원성, 변성 및 응집 등의 장벽에 봉착할 수 있다[100]. 이러한 특성은 제조 비용을 증가시키고, 약물의 생산, 제형, 저장, 전달 및 효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스캐빈저를 경구로 투여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분해효소와 위 산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바이오스캐빈저의 고분자량은 피부를 통한 침투를 어렵게 한다[101]. 또한, 변성 및 응집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 직전까지 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102]. 특히, 인간이 아닌 출처의 바이오스캐빈저는 외부 항원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고, 면역 반응으로 비활성화될 수 있다. 이는 바이오스캐빈저의 효능을 감소시키고, 반복 투여를 증가시켜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인간 출처의 바이오스캐빈저도 많은 양을 투여하면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하여 비활성화될 수 있다[103].
신경작용제 중독에 대한 차세대 의학적 대책으로서 촉매 바이오스캐빈저의 연구와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첫째, 신경작용제 중독은 치료하기 어렵지만, 바이오스캐빈저로만 치료하더라도 효과적인 예방적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화학적 치료 약물의 개선은 지난 70년 간 미미하였으며, BChE와 같은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는 아직 실용화되지 못하였다. 또한, 비교적 많은 양을 반복적으로 투여해야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는 생산 및 비용, 치료에 부담을 줄 것이다. 그러나, 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적은 양을 투여하여 효과적인 예방적 보호를 제공하고 신경작용제 노출 후 치료를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신경작용제의 체내 흡수가 느려 순환계 내 신경작용제 농도가 느리게 증가하면(예: VX의 피부 침투), 노출 후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지난 40년간 이러한 단백질 약물이 다수 실용화되었다. 2011~2016년간 62개의 새로운 치료 단백질이 미 FDA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104]. 즉, 면역원성의 감소, 제품의 안정성 증가, 전달 효율의 개선 등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촉매 바이오스캐빈저의 실용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105].
3. 결과 및 고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신경작용제 해독제는 화학 의약품이다. 신경작용제의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피리도스티그민과 같은 전처치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신경작용제 노출 후 치료에는 길항제(예: 아트로핀), AChE 재활성화제(예: 2-PAM) 및 항경련제(예: 디아제팜, 미다 졸람)와 같은 후처치제가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제들은 신속한 투여를 위해 자동주사기의 형태로 제조 및 공급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해독제들의 가장 큰 단점을 개선하여 혈뇌장벽을 투과할 수 있는 물질의 해독 효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화학적 치료제들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스캐빈저는 이러한 화학적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치료수단이지만, 현재 실용화 단계에 있는 것은 인간 혈청 BChE 하나뿐이다. 그러나, HuBChE는 비가역적으로 신경작용제를 중화하기 위해 많은 양을 투여해야 하므로, 소량을 사용하여 가역적으로 신경작용제를 가수분해함으로써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촉매 바이오스캐빈저가 차세대 의학적 대책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신경작용제 해독제 종류별 특성을 Table 3에 요약하였다.
이러한 유망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독성 효과가 매우 신속하게 발생하는 신경작용제 중독으로부터 충분히 효율적인 효소 기반의 해독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단백질 공학을 이용한 생체분자 설계를 이용하여 이러한 분야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신경작용제 해독제로서 효과적인 바이오스캐빈저는 순환계에서 안정적인 반감기(11~15 day)를 유지하면서 면역원성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바이오스캐빈저는 신경작용제가 AChE을 억제하기 전에 독성 작용을 비활성화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투여(15 min 이내)해야만 독성 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현재의 화학적 해독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106]. 현재까지 연구된 촉매 바이오스캐빈저 중에서 가장 유망한 후보는 유도 진화 및 컴퓨터 설계로 만들어진 PON-1 및 PTE 변이체로, 다양한 신경작용제에 광범위한 가수분해 촉매 활성을 나타낸다. 아직 안전성, 효능, 생산 및 의학적 적용과 관련하여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이 남아 있어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노비촉을 포함한 화학무기를 과거의 걱정거리로 만들 해독제를 개발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