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전례 없는 플라스틱 폐기량 증가와 더불어 파편화된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양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분석 결과 약 269,00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수로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2050년이 되면 바다의 플라스틱 입자가 물고기보다 많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1]. 또한, 미세플라스틱 생성방지를 위해 난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을 소각할 경우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시급히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석유유래 난분해성 플라스틱 대체를 위해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 연구개발이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과 생분해가 가능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바이오플라스틱의 범주에 포함되며, 환경적으로 기존 석유화학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고분자 재료이다[2].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은 바이오 자원을 상당 부분 사용하였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보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Figure 1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여러 고분자를 물질의 기원과 생분해 가능 여부로 분류하여 각각의 화학구조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바이오플라스틱 중 생분해성 특성을 보유한 경우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생분해란 퇴비화, 토양 생분해, 해양 생분해 또는 기타 생분해 과정으로 생물학적 미생물에 의해 고분자가 CO2, H2O, 바이오매스 및 CH4으로 분해되는 것으로 정의된다[3]. 고분자의 생분해성 특성은 물질의 기원과 무관하며 화학적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4].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유기성 폐기물과 함께 퇴비화가 가능하며, 미생물에 의해 유용한 단량체와 다량체를 생산하고 그 유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재사용할 수 있다[5].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 발표 이후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2050년까지 난분해성 플라스틱을 100%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정책과 더불어 Table 1에 EU, 미국을 포함한 여러 해외국가에서 규정한 탈플라스틱 목표를 정리하였다.
공격적인 목표와 달리 현재 생분해성 고분자는 제조부터 폐기처리 까지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는 난분해성 플라스틱에 비해 높은 원가와 낮은 물성으로 원가경쟁력확보와 성능향상연구가 시급하다. 또한, 생분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의에 대해 의견이 수렴되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인증절차에도 여러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소비 과정에서 ‘바이오 플라스틱’, ‘생분해성’, ‘퇴비화 가능성’과 같은 여러 명칭으로 인한 혼란과 과도한 바이오 라벨링으로 인해 잘못된 최종 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확립된 생분해성 재활용 방식으로 인해 처리과정에서 오히려 환경오염을 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7].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생분해성 고분자에 대한 여러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최근 유럽 바이오플라스틱협회(European Bioplastic e.V)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의 생산 능력은 2023년 약 218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약 110만 톤(약 52.1%)이 polylactic acid (PLA), polyhydroxyalkanoate (PHA), 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PBAT), cellulose, polybutylene succinate (PBS) 고분자와 같은 생분해성 소재로 집계되었다. 생산된 생분해성 고분자의 대표적 물성은 Table 2에 정리하였으며 현재 포장재, 자동차, 의료산업 등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본 총설에서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분해성 고분자의 제조기술과 물리적 특성, 그리고 생분해성 고분자의 한계 극복을 위한 고분자 혼합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고부가 가치 응용분야에 대해 정리하였다.
2. 본 론
2.1. 생분해성 고분자 합성기술
유럽 바이오 플라스틱협회(European Bioplastics e.V)은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해 바이오 기반 고분자와 생분해성 고분자로 두 가지 광범위한 범주를 정의하였다[18]. 먼저 바이오 기반 고분자는 바이오매스에서 유래된 고분자를 의미하며, 바이오매스는 사용되는 원료의 종류에 따라 3세대로 분류되었다. 1세대 바이오매스는 밀, 쌀, 감자, 사 탕수수, 보리, 식물성 기름과 같은 식용 원료이다. 식용 원료는 일정량의 토지 면적, 비료, 물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높은 생산 비용과 경작을 위한 에너지 및 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이 발생한다. 2세대 바이오매스는 1세대 바이오매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산림 잔여물 및 목재와 같은 비식용 원료이다. 경작을 위한 특정 품질의 토지 면적, 물 공급 및 비료가 필요하지 않고, 폐기물에서 활용되므로 원료를 경작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2세대 바이오매스는 화학적 또는 물리적 전 처리와 복잡한 가공 장비로 인해 초기 자본비용이 높은 편이다[19]. 3세대 바이오매스는 미세조류에서 추출되며, 미세조류는 단백질, 비타민, 탄수화물, 지질 등과 같은 다양한 생체분자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미세조류는 전 세계 대기 중 CO2 감소의 40%를 기여한다[20]. 하지만 현재 미세 조류의 바이오매스 전환 비용은 비교적 높기 때문에 기존 기술을 개선하고 석유 제품의 현재 가격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구축하는 데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21].
생분해성 고분자는 CO2 등의 유기물과 가스, 퇴비로 분해되는 고분자로, 고분자의 합성으로 생산 가능하다. 생분해성 고분자에는 aliphatic diols와 organic dicarboxylic acids를 기반으로 한 polyester, polyester- amides, co-polyester과 같이 생분해를 촉진하는 작용기를 포함 한다[22]. Figure 2은 생분해성 고분자의 공급원료와 단량체 그리고 고분자 합성을 보여준다. 생분해성 고분자를 합성하기 위한 방법에는 라디칼 개환 중합(radical ring opening polymerization), 음이온 개환 중합(anionic ring opening polymerization), 효소 개환 중합(enzymatic ring opening polymerization), 광개시 라디칼 중합(photo-initiated radical polymerization), 화학효소적 방법(chemoenzymatic method), 효소 중합(enzymatic polymerization), 개환 중합(ring opening polymerization) 그리고 배위 개환 중합(coordinative ring opening polymerization)이 있다. 각 합성 방식은 M. C. Meghana et al.[23]의 보고에서 요약되었다. 개환 중합은 고분자량 생분해성 고분자를 합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간주되며, 효소 중합과 화학효소적 방법도 위치 선택성과 입체 특이성으로 생분해성 고분자 제조에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3]. 합성 이외에도 전분, 셀룰로오스, 키토산 또는 단백질과 같은 천연 고분자를 기반으로 한 복합재를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24].
2.2. 생분해성 고분자의 분류 및 특성
2.2.1. Polylactic acid (PLA)
PLA은 젖산(lactic acid)에서 추출한 열가소성 폴리에스테르로, 석유화학 기반 고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적인 생분해성 물질로 널리 알려져 왔다. PLA는 사탕무, 옥수수 등 재생 가능한 작물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젖산을 중합하여 합성하는 생분해성 고분자이다. PLA는 미생물 발효를 통한 젖산 형성 및 정제와 고리형 이량체 제조, PLA 단량체의 락티드 또는 락티드 축중합의 개환 중합(ring opening polymerization)의 세 가지 기본 공정으로 합성된다. 개환 중합 공정은 고분자량 PLA를 얻기 위해 사용된다. PLA의 특성은 이성질체 조성, 온도, 반응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중합 매개변수를 필수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26]. Figure 3에서 대표적인 PLA의 중합과정을 정리하였다. 다른 생분해성 고분자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높은 강성, 투명성, 가공성 및 생체 적합성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략적인 인장강도 범위는 45~60 MPa이며, 유리전이온도는 55~65 °C, 녹는점은 150~180 °C이다[8]. 그리고 PLA는 열가공성이 우수하여 사출 성형, 블로우 필름, 캐스트 필름, 섬유 방사, 열성형 등과 같은 다 양한 가공법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PLA는 polystyrene (PS)과 비슷한 수준의 수분 투과도(water vapor transmission rate) 및 산소 투과도(oxygen transmission rate)을 보이므로 포장 및 농업 부문의 응용 분야와 함께 세포지체체, 약물 전달 시스템 및 흡착성 수술 봉합사와 같은 생의학 응용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우수한 생체 적합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PLA는 산소 투과에 대한 저항성이 낮고, 파단 신율이 10% 미만으로 부서지기 쉬워 기계적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27,28].
2.2.2. Thermoplastic starch (TPS)
전분은 식물에서 가장 풍부하고, 재생 가능한 다당류 중 하나이다. 전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취급이 용이하며, 산소 투과도가 낮은 필름 제품을 가공할 수 있는 생분해성 고분자이다. 하지만 천연 전분은 부서지기 쉽고 수분에 민감하여 가공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비닐봉지 및 식품 포장 제조와 같은 다양한 응용 분야가 제한된다. 전분의 유연성을 높이고 가공 용이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가소제(glycerol, glycol, sorbitol)를 사용하고, 압출 공정에서 열과 전단 응력을 가하여 전분을 열가소성 전분(TPS)으로 전환하여 사용한다[28,30]. TPS 향상된 기계적 특성을 가지지만, 그러나 흡습성, 낮은 가스 투과성, 부적절한 수분 차단 특성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31].
2.2.3. 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PBAT)
PBAT는 합성 열가소성 고분자로, 기존 폴리에스테르 제조 기술 및 장비를 사용하여 butanediol(BDO), terephthalic acid (TPA) 그리고 adipic acid (AA)의 중축합 반응을 통해 생산할 수 있다. PBAT 중합 시 BDO 및 AA는 이론적으로 바이오유래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TPA는 석유화학계열에서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자 단점이다. PBAT는 100% 생분해가 가능하며 분자량 및 단량체 조성에 따라 물성의 범위가 넓지만 현재 시판되는 PBAT의 대략적인 인장 강도는 40 MPa, 파단 신율은 670%, 굴곡강도는 7.5 MPa, 굴곡탄성률은 126 MPa 내외로 높은 파단 연신율과 높은 유연성을 가진다. 하지만 무정형의 구조로 인해 결정성이 낮고 단일 중합체에 비해 Young’s Modulus (모듈러스)와 강성이 낮은 편이다. 또한, PBAT는 가공에 유리하여 섬유와 혼합하여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어 포장분야, 일회용품, 농업관련 용도, 섬유 등에 적용하고 있다[8,28, 32,33].
2.2.4. Cellulose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세포벽과 많은 미생물의 주요 구조적 구성 요소이며, 나무, 농작물 폐기물 및 기타 바이오매스에서 발견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풍부한 바이오 고분자로, Figure 4에서 셀룰로오스의 기원과 구조를 요약하였다. 펄프산업의 가공기술을 통해 셀룰로오스는 대량으로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가격경쟁력 또한 우수하다. 셀룰로오스는 다양한 처리를 통해 마이크로 및 나노 규모의 물질로 변형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수한 강도특성을 부여하여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34]. 셀룰로오스는 제약이 적고 가공성이 우수하며 식물 셀룰로오스 섬유로부터 제조된 나노물질인 나노셀룰로오스(nanocellulose)는 생분해성, 재생성, 화학적 변형의 용이성 등 셀룰로오스 고유의 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높은 인장강도 및 탄성률(130~150 GPa), 높은 비표면적 등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35]. 또한, 셀룰로오스 나노섬유(cellulose nanofibers, CNFs), 셀룰로오스 나노결정(cellulose nanocrystals, CNCs), 셀룰로오스 나노시트(cellulose nanosheets, CNS)와 같은 나노셀룰로오스 형태로 추가 가공될 수 있다[36]. 하지만 셀룰로오스는 구조적 이질성과 분자 간 및 분자 내 조밀한 상호 작용으로 인해 물이나 일반적인 유기 용매에 용해 되지 않아 용해도와 가공성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친환경용매인 이온성 액체(ionic liquids)를 활용하여 셀룰로오스를 가공하는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34,37].
2.2.5. Polybutylene succinate (PBS)
PBS는 폴리에스테르 계열에 속하는 생분해성 열가소성 고분자이다. 일반적으로 succinic acid (숙신산)와 1,4-butandiol (부탄디올)의 공중합을 통해 합성되며, 둘 다 화석 자원과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파생된다. 폴리에스테르 계열이므로 100% 생분해가 가능하고 분자량 및 조성에 따라 광범위한 기계적, 열적, 화학적 저항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PBS는 밀도(1.26 g/cm3)와 유연성이 높지 않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고분자와의 혼합, 공중합 변형을 통하여 포장, 일회 용품, 부직포, 생체의학 기기용 재료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33,38,39].
2.2.6. Polyhydroxyalkanoates (PHA)
PHA는 과량의 탄소 및 기타 영양분이 부족한 조건에서 박테리아나 고세균과 같은 다양한 미생물에 의해 합성되는 자연 발생 지방족 폴리에스테르 생체고분자이다. PBAT와 PBS와 같은 반응기 내에서의 화학적 중합이 아닌 미생물 내에서 자연발생한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사용된 조건과 미생물에 따라 구조적 차이가 발생하여 다양한 화학구조를 가진다[40]. PHA는 가공성이 높고 해양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PHA 생산 비용은 다른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대비 높은 편이다. 특징으로는 자외선 저항성, 물에 대한 불용성, 낮은 열변형 온도, 높은 기체투과성 등이 있으며[41], 최근 PHA의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증명하는 연구가 보고되어[42] 생의학 응용 분야와 화장품, 농업, 식품 포장에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43].
2.3. 생분해성 고분자 컴파운딩 기술 연구동향
두 종류 이상의 비상용성 고분자를 혼합(컴파운딩)하여 특성을 제어하는 연구는 오랜 기간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된 주제이다. 다양한 유형의 컴파운딩 장비 중에서 이축 압출기(twin-screw extrusion)를 활용한 기술이 산업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44]. 이축 압출기는 여러 단위공정(혼합, 용융, 반응 등)을 하나의 작업으로 통합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다양한 단위 작업을 하나로 병합하여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Figure 5에서 이축 압출기의 기본적인 구조와 원리를 정리하였다.
이축 압출기는 개별 배럴/구역의 열 흐름을 조절하여 특정 온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스크류 설계 및 회전 속도로 압력을 조절한다. 대부분의 이축 압출기에는 공급, 운반, 혼합 구역으로 세 가지 구역으로 나뉘며, 이축 압출기는 요구 사항에 따라 다양한 구성으로 나사를 배열 수 있는 용이성을 제공하므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 축 압출기는 주로 열에 민감한 고분자의 가공과 혼합 및 강화 작업에 사용된다[46]. 최근 생분해성 고분자 분야에서도 이축 압출기를 사 해 서로 다른 물성의 생분해성 고분자를 컴파운딩하여 제품의 물성치를 제어, 응용 분야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47].
2.3.1. PLA/PBAT blends
일반적으로 PLA와 PBAT 고분자는 상용성(compatibility)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PBAT 함량이 증가함에 따라 유연성은 증가하지만 PBAT 함량 50% 미만까지 인장강도는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48]. 최근 두 상의 상용성을 높이기 위한 상용화제(compatibilizer)를 사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49]. 한 예로 다양한 양의 epoxidized soybean oil (ESO) 상용화제를 공정 중에 주입하여 제조한 PLA/PBAT 블렌드의 상용성의 향상을 Figure 6a의 SEM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50]. Figure 6a에서 작고 둥근 입자는 분산된 PBAT 상(dispersed phase)이고 연속상(continuous phase)은 PLA이다. 즉, ESO 가 미첨가된 경우 주변 연속상과의 경계가 명확하여 PLA/PBAT 상용성의 낮음을 알 수 있으며, 첨가된 ESO 양이 증가함에 따라 분산된 PBAT상과 PLA 연속상과의 경계가 흐려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고분자 컴파운딩에 유기점토(organoclay)를 상용화제로 활용하면 블렌드의 기계적 강도과 가연성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51]. 2017년 보고된 문헌에 따르면 PBAT/PLA 컴파운딩 과정에서 항균로 진으로 개질한 유기점토(rosin organoclay, ROC)와 스테아르산으로 개질된 유기점토(SOC)의 상용성 효율을 비교하였다. 비교군인 PLA는 인장강도(tensile strength)가 116.3 MPa이고 파단신율(elongation-atbreak) 이 15.5%인 상당히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고분자이다. PLA 에 PBAT 25 wt% 및 유기점토 2.5 wt%를 첨가하였을 때 ROC의 경우 인장강도는 ~66.3 MPa로, SOC의 경우 ~56.9 MPa로 분명히 감소했지 만, 파단신율은 각각 90.3%와 85.7%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ure 6b)[52].
2.3.2. PBAT/TPS blends
PBAT는 소수성, TPS는 친수성 표면 특성을 가져 두 상 사이의 계면접착력은 낮은 편이며, PBAT/TPS 혼합물의 최대 TPS 함량은 약 20~30 wt%로 제한된다. 또한, TPS의 낮은 신율로 인해 PBAT/TPS 블렌드에 외력이 가해질 경우 계면에 공극이 쉽게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인장강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PBAT/TPS 혼합물에 상용화제와 나노셀룰로오스(CNFs, CNCs)을 첨가하여 PBAT와 전분의 결합을 촉진시켜 인장 강도를 향상시키는 연구들이 보고되었다[53-57]. 또한, TPS를 사전에 가교제를 첨가해 가교한 후 PBAT와 컴파운딩 하여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가지는 PBAT/TPS 복합재를 제조한 연구도 보고 되었다[58,59]. 한 보고된 문헌에 따르면 고온에서 개시제는 빠르게 분해되어 자유라디칼을 생성하고, 가교제(TAIC)는 PBAT와 TPS를 가교시켜 기계적 특성이 향상됨을 보여주었다. Figure 7에서 가교제 (TAIC) 함량이 증가함에 따라 PBAT/TPS 복합 필름의 인장강도가 향상되고 파단신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교제(TAIC) 함량이 2 wt%로 고정되었을 때 복합 필름의 인장 강도는 가교 TPS 함량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감소하였다[60].
2.3.3. PBS/PBAT blends
PBS의 높은 인장강도와 PBAT의 높은 연성을 균형 잡힌 특성을 가진 생분해성 필름을 얻기 위해 PBS/PBAT 블렌드에 대한 많은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Figure 8a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PBAT 함량이 증가함에 따라 파단신율이 증가하고 표면 파괴가 더욱 조직화되어 무정형상의 비율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33]. 특히, PBS25/PBAT75에서는 날카로운 윤곽을 보이는 PBS의 분리된 부분이 PBAT에 고르게 분산된 불균일한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반대로 PBS의 함량이 증가한 PBS75/PBAT25에서는 잘 정렬된 PBS 결정질 입자가 나타났다(Figure 8b)[33]. 최근 보고된 연구에서는 PBS/PBAT를 컴파운딩하여 식품포 장재로 응용하였다. 미세 레이저 천공 공정을 도입하여 필름의 O2/CO2 투과도를 제어하였으며, 식품(망고 등)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이터를 보고하였다(Figure 8c)[61]. 다만 논문데이터의 비교군 선정이 합리적이지 않았으며 명확한 표면적-부피 비율이 기재되지 않아 천공필름의 장점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이를 통해 아직까지는 문헌상에 보고되는 생분해성 고분자 기반의 필름특성 연구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4. 고분자의 생분해 기작 및 특성
생분해성 고분자의 명확한 정의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기초화합물(glucose, CO2, CH4, H2O 등)으로 분해될 수 있는 중합체를 의미한다. 생분해성은 고분자의 화학 구조와 관련이 있으며 원료 유래와는 무관하지만 환경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5].
Figure 9a는 고분자의 생분해 단계를 보여준다. 먼저 화학적 산화, 광분해 및 가수분해와 같은 세포외 효소와 비생물적 작용제는 긴 사슬의 고분자를 짧은 사슬(올리고머)로 분해한다. 이렇게 생성된 올리 고머가 미생물에 의해 생물 동화된 후 광물화되며, 호기성과 혐기성 분해가 발생할 수 있다. 호기성 분해는 산소 조건에서 발생하며, CO2, H2O, 바이오매스 및 잔류물을 생성한다. 혐기성 분해는 산소 없이 수행되며, CO2, H2O, CH4, 바이오매스 및 잔류물을 생성한다[4].
Figure 9b에서 정리된 것과 같이 고분자는 비생물학적(abiotic)으로도 분해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기계적, 열적(또는 열산화), 광(광산화) 및 화학적 분해가 있다. 또한 오존 분해(화학적)는 고분자 분해 메커니즘으로 간주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외부 요인의 작용으로 인해 하나 이상의 메커니즘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으며, 열, 습도, 방사선, 산성 또는 알칼리성 조건과 같은 환경과 관련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분해 과정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62].
2.5.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한 고부가 가치 응용산업
현재 생분해성 고분자는 포장, 가전제품, 자동차, 농업/원예, 장난감, 직물 등과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응용 분야는 포장지로 약 65%가 비중을 차지한다[63].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함으로써 개인에게서 배출되는 난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지원 없이는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생분해성 고분자의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선 포장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부가 가치 산업에 적용되어야 한다.
2.5.1. 분리막기술(membrane technology)
분리막 기술은 증류, 흡착, 추출 등의 전통적인 기술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낮다는 장점이 있어 가스분리, 식품 및 제약산업 , 연료전지, 해수담수화, 폐수처리 등에 널리 사용되는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일회성 필터의 경우 현재 대부분 석유기반 고분자로 제조되어 약 12%가 사용 후 소각되며, 80%는 매립되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64]. 이는 서론에서 설명한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지며, 생분해성 분리막 개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셀룰로오스는 분자 간 강한 수소결합으로 인해 대부분의 유기 용매에 불용성이다. 그로 인해 기존 상전이법으로는 셀룰로오스 분리막을 제조하기엔 어렵다. 최근 보고된 연구에서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전구체를 이용해 분리막을 제조한 후 탈아세틸화하여 내용매성이 높은 셀룰로오스 분리막을 제조하고, 다양한 고분자 농도에서 제조된 셀룰로오스 분리막의 성능을 다양한 용질과 용매로 테스트하였다. 예 상대로, 도프 용액의 고분자 농도가 높을수록 기공이 작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Figure 10a). 25 wt% 셀룰로오스 막의 PPG 제거율은 각각의 투과도(Figure 10c)를 가지는 극성 용매(Figure 10b)를 사용하여 결정되었다. 모든 막을 셀룰라아제(cellulase) 효소 용액에 담가 생분해도를 확인하였다. 셀룰로오스 분리막은 100% 생분해를 보인 반면, 다른 고분자 분리막은 동일한 실험 조건에서 생분해를 나타내지 않았다 (Figure 10d, e). 셀룰로오스 분리막은 유기 용매에 대한 우수한 내용 매성을 나타내어 organic solvent nanofiltration (OSN) 응용 분야에서 석유기반 고분자를 대체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65].
2.5.2. 전기전자 분야
전자 제품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인 재료 및 관련 제조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셀룰로오스는 생체 재생이 가능하고 쉽게 분해되며 유연한 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 전극 제조에 적합하다. 또한 셀룰로오스의 다공성 구조 덕분에 높은 에너지 밀도, 두께 제어, 전해질 이온의 빠른 이동이 가능하여 슈퍼커패시터 적용에 유리하다[66]. 특히, 나노셀룰로오스는 뛰어난 기계적 특성, 높은 비 표면적 , 낮은 밀도 및 낮은 열팽창 계수를 가지고 있어 슈퍼커 패시터 전극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67]. 나노 셀룰로오스의 슈퍼커패 시티로서의 응용은 Yaxuan Wang et al.[67]의 보고에서 요약되었다.
또한 전자 분야에서 생분해성 고분자를 기판으로 사용하는 여러 전자 장치가 보고되었다[68]. Éva Bozó et al.[69]의 연구에서는 PHA의 동종중합체(homopolymer)인 PHB와 PLA의 블렌드를 터치 센서와 인쇄 도체의 기판으로 적용한 연구에 대해 보고하였다. PLA/PHB 블렌드 필름의 표면 에너지가 짧은 Ar 플라즈마 충격으로 증가하므로 딥 코팅 및 잉크젯 프린팅을 통해 PLA-PHB 블렌드 기판이 전도성 탄소 나노튜브 필름 및 미세 패턴을 증착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접촉각 측정을 통해 보여주었다. 또한 Figure 11은 PLA/PHB 블렌드 필름 위에 스크린 인쇄된 전도성 Ag 미세 패턴의 대면적 증착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실제 인쇄물의 품질이 기존 PET 기판의 품질과 유사함을 확인하였다[69].
의료/제약 분야: 생분해성 고분자는 독특한 물리화학적, 생물학적 및 분해 특성으로 인해 생의학 응용 분야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 지지체는 신경 복구, 피부 상처 드레싱, 혈관 복구 장치 및 심혈관 조직 공학용 스텐트, 뼈 및 연골 복구용 정형외과 지지체, 요관 스텐트 등 인체의 거의 모든 부분에 임상 적용된다[70]. 효과적인 상처 드레싱을 위해서는 외부 박테리아 오염으로부터 상처를 보호해야 하며 상처에 대한 적절한 환경 조건(최적의 수화 조건, 가스 교환 가능)을 유지해야 한다. 즉, 상처 드레싱 재료는 수증기 및 산소 투과율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71]. 또한, 약물 방출에 사용되는 합성 시스템의 경우엔 활성 성분을 고정하기 위해 많은 수의 표면 부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72]. 위의 모든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뛰어난 내구성, 생분해성, 생체 적합성을 가지는 PHA를 이용하여 나노구조의 상처 드레싱을 위한 항생 필름 특성을 가지는 PHA 기반의 비대칭 구조의 막이 보고되었다. 자연적인 상처 치유 과정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박테리아 생물막을 통한 감염이다. 생물막의 억제 및 분리를 위해 상처 드레싱을 마이크로/나노구조를 최적화하여 보다 효율적인 항생물막 단백질 방출 프로파일을 얻었다. PHA 막은 항바이 오필름 단백질인 dispersin B(DB)를 포획한다. Polyvinylpyrrolidone (PVP)함량이 많을수록 막의 다공성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단백질 흡수 및 방출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30% PVP K30 PHA막은 물리적 완전성/기계적 견고성의 손실과 막의 최적 방출 속도 사이에 절충안으로 최적의 결합 특성을 나타냈다. 항바이오 필름 단백질(DB)이 탑재된 PHA 막은 억제 및 분리 연구 모두에서 상당한 항생물막 활성을 보여주었다(Figure 12)[72].
3. 결론 및 발전 전망
난분해성 석유 기반 고분자 폐기물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과 화석 자원 고갈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폐플라스틱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생분해성 고분자 시장의 확장이 매우 시급하다. 본 총설에서는 대표적인 생분해성 고분자들(PLA TPS, PBAT, cellulose, PBS, PHA)의 생산과정부터 최종폐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각 고분자들의 특성을 정리하였다. 나아가서 생분해성 고분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고분자 컴파운딩 연구 동향에 대해 조사하였다. 또한 단순포장재 시장에서 벗어나 고부가 가치 산업에 생분해성 고분자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 동향을 살펴보았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본문에 언급한 분야 외에도 자동차, 화장품, 농업용품 등과 같은 산업에서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생분해성 고분자는 기존의 난분해성 고분자와 비교하여 내열성 및 강도가 약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적용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본 총설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현재 확립되지 않은 인증시스템 또한 매우 어려운 난제로 남아있다. 이는 생분해성 고분자의 종류 및 온/습도 조건에 따라 분해되는 속도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며 획일화된 인증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국제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별로 환경에 맞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며, 고분자 컴파운딩 및 특성개질을 통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