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생화학 기반 분석법에서 검출 신호로 활용되는 여러 물리적 특성 중에서 흡광(absorption)은 형광(fluorescence)이나 전류(current)와 같 은 다른 종류의 신호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장비로 측정이 가능하며, 생성된 신호 데이터 또한 직관적이기에 측정과 해석이 상대적으로 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호 세기가 큰 경우는 육안을 통해서도 인식 및 감지가 가능해 고가의 측정장비를 구축하기 힘든 환경에서 현장진 단검사법(point-of-care testing, POCT)으로 활용하기도 쉽다[1].
흡광을 사용하는 분석법에서 흡광 신호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목적 하는 생화학적 표적 물질과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흡광도(absorbance) 의 증가 또는 색(color) 변화를 유발하는 발색제(color agent)를 사용하 는 방법이 가장 기본적이다[2-4].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한 종류의 발 색제를 제한된 수의 표적 물질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낮은 범 용성과 확장성이라는 문제를 가진다. 이런 전략에 대해, 동일한 흡광 신호생성체를 보다 다양한 타겟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효소에 의한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발색을 나타내는 발색기질(substrate)을 활 용하는 방법이 광범위하게 시도되었다. 대표적인 방법인 ELISA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는 분석법의 명칭에 효소를 명기 할 정도로 효소에 의한 발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면역분석법으로, 표적 물질에 결합하는 항체의 종류를 교체함으로써 동일한 신호물질 의 구성을 여러 종류의 표적 물질들에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 다. 이러한 용도로 사용되는 효소에는 horseradish peroxidase (HRP), alkaline phosphatase, β-galactosidase, catalase 등이 있으며, 개중에서 도 크기가 작고 안정한 HRP가 가장 흔히 활용된다[5]. 그러나 단백질 인 효소는 가격이 비싸며, 온도와 같은 주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아 [6] 장기저장 시에 활성이 저하되거나[7] 긴 반응시간에 의해[8] 안정 성이 변화하여 분석법의 전체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효소를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환경 안정성이 높은 무기 물질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보고되어왔다. 효소 모사 특성 을 가지는 촉매 무기물질로 효소에 의한 발색 반응을 모사하는 방식 이나, 흡광 대신 형광이나 전류와 같이 효소로 확보하기 어려운 신호 를 확보하는 방식, 흡광 특성을 가지는 무기물질로 기질의 발색과정 을 대체하는 방식 등이 그 예들이다[9-12]. 특히 자체적으로 흡광을 가지는 무기물질을 신호물질로 사용하게 되면 무기물질이 효소에 비 해 보다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고, 폭넓은 개질이 가능하다는 등의 부가적인 장점을 통해 다양한 구성의 흡광 기반 분석법으로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흡광 특성을 가지는 무기물질들 중에서, 금 나노입자(gold nanoparticles)는 쉬운 합성과정, 화학적 안정성, 생물학적 친화성 등의 유용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생명의학, 환경, 식품 등의 분석에 다양하 게 활용되고 있다[13]. 특히 표면 전자가 입사된 빛과 공명하는 국소 표면 플라즈몬 공명(localized surface plasmon resonance, LSPR) 특성 이 주로 가시광선 영역의 광원에 대해 발생하고, 520 nm 이상 대역의 파장에서 뚜렷한 흡수 스펙트럼을 나타내 흡광 분석법의 신호물질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어 왔다. 흡광 계수(extinction coefficient)가 크 고 LSPR에 의해 자체로 뚜렷한 색을 띈다는 점을 통해 검출반응 후 반응계 내 금 나노입자의 존재 여부와 양을 흡광도로 측정하여 정성 및 정량분석을 진행하는 방식에서부터, 금 나노입자의 형태를 변화시 키는 반응을 추가로 진행해 해당 과정에 동반되는 흡수 스펙트럼의 변화 여부와 정도로 분석을 진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 외에 금 나 노입자의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이용하여 흡광 외 다른 종류의 광학 적 특성을 검출 신호로 활용하는 방식 또한 폭넓게 연구되고 있다.
본 총설에서는 금 나노입자의 흡광 특성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방 식에 집중하여 최근 발표된 연구 논문들을 중심으로 금 나노입자의 플라스몬 특성을 활용한 생화학 기반 비색 분석법들의 연구동향을 정 리하였다(Figure 1, Table 1).
2. 본 론
2.1. 금 나노입자의 양과 흡광의 직접적 비례관계를 이용하는 전략
금 나노입자는 LSPR에 의해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 에 흡수된 빛의 파장이 나타내는 색과 보색 관계에 있는 가시광선 파 장을 반사 및 산란함으로써 고유한 색을 띄게 된다. 구형 금 나노입자 는 일반적으로 500 nm 초반부의 최대흡수 파장을 가지고 붉은색을 띄며, 입자의 직경이 커지면 공명하여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장파장 쪽으로 이동하는 적색편이(red-shift)가 일어남으로써 입자의 크기의 따라 그 색이 푸른색이나 보라색 계열로 변화할 수도 있다[14]. Beer-Lambert 법칙에 의거한 발색물질의 농도와 흡광도 간의 비례 관 계는 금 나노입자에도 적용되며 입자의 고유 흡수 파장에서의 흡광도 를 입자의 농도, 즉 양(quantity)과 연계시키는 것은 비색/흡광 분석법 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접근 방법이다.
근래의 연구들 대부분은 금 나노입자의 양과 흡광도 간의 비례관계 를 그대로 신호로 활용하기보다는, 금 나노입자의 물리적 상태를 변 화시켜 흡광 신호를 증폭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법을 구성하고 있 다. 때문에 별도의 증폭과정 없이 금 나노입자의 흡광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대부분 증폭과정에 필요한 복잡한 조작이 제한된 환 경을 대상으로 한 POCT 플랫폼의 일종인 측면유동면역센서(lateral flow immunoassay, LFIA)에 주로 적용된다. 단순한 구성과 간편한 사 용법을 가지는 LFIA는 대부분 금 나노입자를 흡광 신호물질로 사용 하고 있으며, 테스트 라인(test line)에 정착한 금 나노입자의 존재 여 부와 흡착된 양을 통해 표적 물질을 정성 및 정량분석할 수 있다. 이 때 정성분석의 경우 표적 물질을 얼마나 민감하게 분석해낼 수 있는 지가, 정량분석의 경우 현장진단에 응용될 수 있도록 복잡한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량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플랫폼 개선의 핵심이 된다.
우선 정성분석의 민감도 향상은 테스트 라인에 존재하는 금 나노입 자의 흡광 세기를 늘려 테스트 라인에 나타나는 색의 강도(intensity) 를 증가시키는 것을 통해 기본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이때 색의 강도 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보다 많은 양의 금 나노입자를 테스트 라인에 위치하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좀 더 크기가 큰 입자를 테스트 라인에 위치하도록 만드는 방법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금 나노입자는 일반 적으로 크기가 커질수록 흡광 계수가 커지는 특성을 보이기에, 보다 큰 나노입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흡광 세기를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 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민감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LFIA 연구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 가지 사례로 Sasima Chotithammakul 등은 각각 20 nm와 50 nm의 크기를 가지는 두 종류 의 금 나노입자에 동일한 검출 항체(detection antibody)를 결합하고 혼합한 뒤 LFIA 플랫폼에 흡광 신호 물질로 적용하는 전략을 소개하 였다(Figure 2)[15]. 일반적으로 직경이 큰 금 나노입자일수록 표면에 더 많은 항체를 담지할 수 있고 흡광 계수 값도 커 표적 물질과의 결 합 효율이 우수하며, 보다 강한 흡광 신호를 생성함으로써 LFIA의 민 감도를 향상시킬 수 있지만, 큰 크기로 인한 낮은 안정성으로 테스트 라인에 도달하기 전에 응집(aggregation)되어 도중에 정지할 수 있다 는 문제가 있다. 저자들은 20 nm와 50 nm의 금 나노입자를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각 크기의 입자가 가진 장점들을 결합할 수 있다고 주 장하였는데, 20 nm 입자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 흡광 세기 가 증가하고 50 nm 입자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서는 안정 성이 향상되었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LFIA는 통상적으로 정성분석에 한정되어 사용되는 포맷으로 알려 져 있지만 근래 들어서는 시료의 진행방향에 여러 테스트 라인들을 배치하여 현장진단 상황에서도 준-정량분석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들의 구성이 보고되고 있다. Simone Cavalera 등 테스트 라인의 수를 늘리는 멀티라인(multiline) 전략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장비나 반 응과정의 개입 없이 육안으로도 일정 정도의 정량분석이 가능한 준- 정량분석 LFIA 플랫폼을 보고하였다[16]. 동일한 포획 항체(capture antibody)로 구성된 두 개의 테스트 라인들을 시료의 진행방향에 전후 로 평행하게 배열하여 시료인 혈장 안의 표적 물질 양이 상대적으로 적을 경우 하나의 테스트 라인에서만 색이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많 을 때는 두 개의 테스트 라인 모두에서 색이 나타나게 하여 표적 물질 의 제한적인 정량분석을 가능하게 하였다(Figure 3). 또한 표적 항원 인 COVID-19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도록 금 나노입자에 코팅되는 검 출 물질을 최적화하였는데, anti-human IgG 항체를 사용하는 대신 recombinant spike receptor-binding domain (RBD)을 테스트 라인과 검 출 금 나노입자 양쪽에 결합시키는 이중 항원(double antigen) 방식을 적용하였을 때 교차반응성(cross-reactivity)의 개입을 막아 보다 정밀 한 정량분석이 가능하다고 보고하였다.
LFIA는 구조가 단순하고 각 구성요소들의 배열이 이미 어느 정도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구성을 변경할 여지가 비교적 제한적이다. 때문에 새로운 구성을 창안해내기보다는 현장진단에서 주요하게 다 뤄지는 의료, 식품, 환경 등의 분야 내에서 중요한 표적 물질을 선정 하고, 전통적인 LFIA 구조를 토대로 최적화 과정을 진행하여 동일 표 적 물질에 대해 표준적으로 적용되는 분석법이나 기존에 보고된 LFIA에 비해 검출 성능의 향상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꾸준히 보고되 고 있다. Gabrielle B. L. Silva 등은 항-살모넬라 항체가 결합된 금 나 노입자를 이용해 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살모넬라균을 검출하기 위한 LFIA 포맷을 최적화하였다[17]. 구성상의 개선은 기존의 LIFA에 비 하면 크지 않았지만, LFIA의 제작 및 반응과정의 최적화로 PCR과 같 이 증폭을 위한 추가적인 단계 없이도 육안 관측을 기준으로 103 CFU/mL의 검출한계를 확보하여 기존에 보고된 항체 사용 살모넬라 검출용 LFIA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민감도를 달성하였다. 특히 닭, 후추, 우유, 초콜릿, 달걀과 같은 여러 종류의 식품들을 lactose broth에 넣은 뒤 살모넬라를 스파이킹(spiking)하여 12시간 배양한 후 검출하였을 때 신뢰성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해, 보다 실용성 에 집중한 방향에서의 결과를 보고하였다.
또한 Santosh Kumar Bikkarolla 등은 신장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정 상 범위(0.5 to 1.5 μg/mL)를 벗어난 혈액 내 농도를 보이는 지표물질 인 cystatin-C를 anti-cystatin-C 항체가 결합된 금 나노입자로 0.18 μg/mL의 검출한계로 정량분석할 수 있는 LFIA 포맷을 보고하였다 [18]. 역시 전통적인 LFIA에 비해 구성상의 차이는 적었으나, 육안 대 신 이동형 LFIA reader를 이용해 sample pad로부터의 위치에 따른 흡 광 데이터를 구한 뒤 신호 면적을 토대로 정량을 진행했다. 소형의 분 석기기를 사용하여 POCT로서 최소한의 전제조건을 벗어나지는 않았 으며, 표적 물질인 cystatin-C를 분석하는 FDA 승인 혈장 단백질 검사 기(Atellica NEPH 630)와 비교하여 유사한 수준의 검출 성능을 가지 고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조립된 LFIA를 50 °C에서 30일 동 안 보관하여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점을 검증하여 역시 상용화 가 가능한 실용성에 집중한 결과를 보고하였다.
LFIA의 형식이 아니면서도 금 나노입자의 흡광을 추가적인 증폭과 정 없이 그대로 활용하는 분석법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는 적지만 꾸 준히 보고되고 있다. Jiaojiao Chen 등은 CRISPR-Cas14a에 의한 유전 자 절단 반응과 다중등온증폭(multiple isothermal amplification)에 의 한 유전자 증폭 반응에 기반하여 금 나노입자를 흡광 신호물질로 삼 아 육안으로 아플라톡신 B1 (Aflatoxin B1, AFB1)을 정성분석할 수 있는 전략을 보고하였다[19]. 최종적으로 신호로 해석되는 흡광을 생 성하는 것은 금 나노입자이지만, 전체 분석 과정에서 자석으로 분리 가 가능한 자성 나노입자를 광범위하게 활용하였다. AFB1와 결합할 수 있는 압타머(aptamer)로 개질된 자성 나노입자를 사용하고, 결합 후 등온증폭과정인 사슬치환증폭법(sequence displacement amplification) 과 지수증폭반응(exponential amplification reaction)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였다. 이 과정들을 통해 하나의 자성 나노입자 위에 단일 사슬 을 통해 복수의 금 나노입자가 결합된 형태의 입자복합체가 준비되며, CRISPR-Cas14a가 입자복합체의 단일 사슬을 끊어 자성 나노입자와 금 나노입자를 분리하였다. 최종적으로 반응계에 남은 금 나노입자의 색을 통해 AFB1의 정성 및 정량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 과정이 복잡 하고 정밀한 정량분석을 위해 microplate reader와 같은 특수 흡광 분 석장비가 필요하여 LFIA와 달리 현장진단에 적합한 구성은 아니지만, 표적 물질의 양과 비례하는 중간물질을 두 단계의 증폭과정을 통해 민감도를 향상시켰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을 통해 AFB1의 검출을 보 고한 기존의 논문들에 비해 31.90 pg/mL에 달하는 우수한 검출한계를 확보할 수 있었다,
2.2. 전구체로부터 금 나노입자를 생성하는 반응을 이용한 전략
앞서 기술한 방식은 미리 제조된 금 나노입자를 활용하여 표적 물 질과 결합된 나노입자의 흡광도와 표적 물질 간 농도의 상관관계를 신호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와 비교해 금 나노입자의 합성 반응에 서 유래되는 흡광 특성 변화를 신호로 이용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 다. 이는 표적 물질에 대한 검출 과정이 종료된 후 신호생성 단계에서 금 나노입자를 전구체로부터 바로 합성해내는 방식(in situ growth)으 로, 합성 반응으로 생성된 금 나노입자가 나타내는 흡광의 여부와 그 양에 비례하는 흡광세기로 정성 및 정량분석이 이루어지게 된다. 나 노입자의 합성 과정을 기술하는 모델로 가장 흔히 인용되는 LaMer의 이론에 따르면, 금 나노입자의 합성과정은 통상 핵생성(nucleation)과 성장(growth)의 두 단계로 이루어지며, 이 중 전구체로부터 작은 크기 의 나노입자인 핵이 만들어지는 핵생성 단계에서 큰 활성화에너지가 요구된다(Figure 4)[20].
LaMer의 모델이 기반하는 classical nucleation theory (CNT)에 따르 면, 핵이 없는 상태에서의 핵생성인 균질핵생성(homogeneous nucleation) 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과포화(supersaturation) 상태와 같은 초임 계 상태(supercritical state)가 필요하다. 핵의 깁스 에너지는 기본적으 로 부피 당 깁스 벌크 에너지(Gibbs bulk energy) 변화량의 음수값과 깁스 표면 에너지(Gibbs surface energy)의 합으로 주어지며, 환원제에 의해 환원된 단량체(monomer)가 뭉쳐져 핵을 만들 경우 해당 핵의 반 경이 임계 반경(rc)이 될 때까지는 깁스 에너지가 핵의 반경에 비례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임계 반경 이하의 핵은 깁스 에너지를 최소화 하려는 성질에 의해 다시 단량체로 돌아가려는 특성을 가져 이후의 성장 단계로 이어지지 못한다. 반면 충분한 활성화 에너지가 가해져 환원된 단량체의 양이 임계 과포화 수준(CS)에 이르게 되면 이들이 뭉 쳐져 만들어진 핵의 반경이 임계 반경을 넘어서게 되고, 해당 지점부 터는 핵의 깁스 에너지 변화 또한 핵의 반경에 반비례하게 됨으로써 만들어진 핵이 소실되지 않고 유지되는 균질핵생성이 진행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제적인 핵 생성은 조금 더 많은 활성화 에너지의 투입 으로 단량체의 양이 최소 임계점(Cmin)에 도달했을 때 일어나며, 여기 서부터 가해진 활성화 에너지가 에너지 장벽(energy barrier)을 넘게 됨으로써 자체 핵생성(self-nucleation)으로 표현되는 대량의 핵 생성 이 유발된다. 이후 대량의 핵 생성에 의해 단량체가 충분히 소모되어 반응계가 과포화 상태를 벗어남으로써 성장(growth)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때는 생성된 핵들이 핵점(nucleation site)으로 작용해 균질핵 생성에 비해 활성화 에너지가 덜 요구되는 불균질핵생성(heterogeneous nucleation)이 진행된다.
때문에 금 나노입자의 합성 반응을 신호 생성으로 활용하는 전략은 균질핵생성 단계를 개시하기 위해 열을 가하거나 강한 환원제를 첨가 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운 과정이 요구된다. 따라서, 면역분석법과 같 은 일반적인 생화학 기반 검출법에서 지향하는 상온 또는 저온, 중성 인근의 pH 등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보통 긴 반응시간 등의 제 약을 가지지만 근래에 들어서도 소수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Mohammad K. Hammood 등은 클로르프로마진 염산염(chlorpromazine hydrochloride, CPZ)을 금 나노입자의 합성에 따른 흡광 변화를 신호 로 활용하여 혈장, 소변, 강물과 같은 액체 시료로부터 검출하는 전략 을 보고하였다[21]. CPZ는 대표적인 항정신병 약물로 치료 시 처방 비율이 높고 수용성이기 때문에 상수원이나 지하수, 해수와 같은 수 계(drainage system)에 잔류하기 쉽다. CPZ와 같은 페노티아진 유도체 는 중성조건에서 산화되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해당 물질이 포함된 액체 시료를 금 전구체와 혼합한 후 중성조건에서 약 2분 동안 40 °C 로 가열하여 활성화에너지를 가해주면, CPZ의 3차 아민의 전자를 통 해 금 나노입자가 생성되면서 용액이 흡광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 전 자를 내놓은 CPZ는 몇 단계의 반응을 통해 sulfoxide 작용기를 가지게 되고, 이 promethazine sulfoxide가 금 나노입자를 안정화하여 부가적 인 안정화제(capping agent) 없이도 생성된 금 나노입자가 분산성을 유지한다. 이때 일반적인 구형 나노입자의 합성과정과는 다르게, 성장 단계가 일어난 이후에도 Ostwald ripening 이 반복적으로 일어남으로 써 최종적으로 스폰지형 구조를 가진 다공성 금 나노구조체가 만들어 진다는 점을 보였다. 시료 내에 CPZ가 더 많이 존재할수록 합성과정 후 용액이 더 높은 흡광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 흡광도를 분광광도계 로 측정하여 CPZ를 정량분석할 수 있었으며 해당 합성 반응의 조건 들을 최적화함으로써 0.1~30 μg/ml의 범위에서 CPZ를 정량분석하였 다(Figure 5).
금 나노입자 생성 반응을 용액이 아닌 고체 기판 위에서 간편하게 진행한 사례도 있다. Resmi P. Edachana 등은 왁스 프린팅으로 소수 성 패턴이 새겨진 크로마토그래프 종이에서 test spot에 금 전구체를 가한 뒤 건조시키고, 해당 위치에 빌리루빈(bilirubin)이 포함된 용액을 점적하여 금 나노입자를 생성함으로써 빌리루빈을 정량분석하는 사 례를 보고하였다[22]. 빌리루빈은 환원력을 가지기 때문에 금 전구체 가 존재하는 test spot에 빌리루빈 용액을 점적했을 때 용액상에 존재 하는 빌리루빈의 양에 따라 test spot의 색이 금 전구체의 색인 노란색 에서 금 나노입자의 색인 분홍색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동반되는 흡광 스펙트럼을 분석함으로써 빌리루빈을 5~1000 mg/L의 범위에서 정량분석하였다. 빌리루빈 자체가 환원제이자 입자 안정화 제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금 전구체와 빌리루빈만으로 모든 합 성과정을 진행할 수 있어 test strip의 제조와 분석과정이 단순화될 수 있었다. 데이터 분석 과정에 대해서는 자연광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이미지를 연동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머신러닝 기법인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방식으로 분석하는 과정 또한 시연함으 로써 측정 장비의 단순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2.3. 금 나노입자의 씨앗-매개 성장을 이용한 발색법
씨앗-매개 성장은 씨앗(seed)이라 불리는 미리 준비된 작은 금 나노 입자에 전구체와 약한 환원제를 가하여 큰 금 나노입자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금 나노입자의 합성에서 가장 큰 활성화에너지가 필 요한 핵생성 단계를 사전에 별도로 진행시키고, 신호 생성/증폭 과정 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성화에너지가 작은 성장 단계만을 진행해 신호 생성과정의 안정성과 재현성을 높이고 절차를 간편화하는 전략이다. 씨앗-매개 성장에 포함되는 물질은 크게 네 종류로 구분된다. 핵이 되 는 씨앗, 성장에 소모되는 전구체, 전구체를 환원시키는 환원제, 합성 되는 입자의 형태를 조절하고 안정성을 부여해주는 안정화제가 그것 이다. 씨앗-매개 성장에 사용되는 씨앗은 작은 것의 직경은 5 nm 정도 부터, 큰 것은 15 nm 정도까지 활용된 예가 보고된 바 있다. 금 나노 입자는 크기가 작아질수록 흡수 단면(absorption cross-section)이 감소 해 흡광 계수가 작으며, 특히 직경이 5 nm보다 작으면 가시광선 범위 에서 뚜렷한 흡광을 나타내지 않는다. 따라서 전구체와 환원제를 가 해 씨앗 입자를 성장시키면 흡수 단면 증가로 흡광 세기가 증폭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23].
신호 증폭을 위하여 다종의 물질을 구성해야 하는 단점으로 인해 씨앗-매개 성장을 이용한 전략의 경우 다소 적은 수의 연구만이 보고 되어 있으며, 근래에 들어서는 해당 전략을 사용하는 논문이 거의 보 고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비교적 과거에 발표된 주요 논 문들을 중심으로 연구 개요와 해당 발색화 전략에 대해 개괄하도록 하겠다. 다만 보고된 대부분의 연구들은 금 나노입자의 씨앗-매개 성 장을 단순히 신호를 증폭하는 용도로만 활용할 뿐이라서 신호 생성 과정에서 효소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었다는 점은 미리 언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 금 나노입자의 씨앗-매개 성장은 무기 나노 입자를 이용해 효소를 완전히 대체함으로써 효소가 가진 제반 문제점 을 극복한다는 방향에서는 적용된 바를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확인 된 보고들은 씨앗-매개 성장의 네 가지 구성요소 중 환원제를 변수로 주로 활용하였다.
Mao-Pan Peng 등은 B형간염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과 알파-태아단 백(α-fetoprotein)을 검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sandwich 타입의 ELISA 구성에서 씨앗-매개 성장으로 신호를 증폭하는 전략을 구현하였다 [24]. 검출 단계의 마지막에 결합되는 검출 항체는 biotin으로 기능화 되어 있어, 네 개의 alcohol dehydrogenase (ADH)가 부착된 streptavidin이 연결되게 된다. ADH는 NAD+와 에탄올 사이의 반응을 촉매하 여 NADH를 생성한다. 생성된 NADH가 환원제로 작용하여 씨앗-매 개 성장반응을 진행하게 된다. 입자는 구형으로 성장하며, 따라서 구 형 나노입자의 특징적인 붉은 색의 채도가 증가하고, 증폭된 흡광의 세기로 표적 물질을 정량분석하였다.
Xuan-Hung Pham 등은 모델 타겟인 rabbit IgG에 대해 실리카 입자 위에 도포된 여러 개의 금 씨앗을 은 증착(silver deposition)으로 성장 시켜 정량분석하는 전략을 보고하였다(Figure 6)[25]. 앞서 소개한 전 략과 유사하게 검출 단계의 마지막에 사용되는 검출 항체에는 alkaline phosphatase가 결합되어 있고, 이 효소가 신호생성 과정의 첫머리 에서 2-phospho-L-ascorbic acid에 작용해 환원제인 ascorbic acid (AA) 를 생성한다. 그런 후 AA가 Ag+를 환원시켜, 실리카 입자 위의 금 씨 앗 입자를 성장시킨다. 다만, 엄밀하게는 금 씨앗을 기반으로 은 나노 입자를 성장시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성장한 입자의 광특성 또한 은 나노입자의 LSPR 파장인 400 nm 초반 범위에서 흡광으로 나타나게 된다.
Tianyu Ma 등은 곰팡이 독소인 zearalenone (ZEN)을 검출하는, 경 쟁(competitive) 방식의 ELISA와 금 나노막대(nanorods)의 씨앗-매개 성장에 기반한 전략을 보고하였다(Figure 7)[26]. Competitive 방식의 검출 단계에서 1차 검출 항체는 먼저 시료와 혼합되는데, 이때 시료 내에 표적 물질이 존재할 경우 1차 검출 항체의 Fab 자리에 결합하게 된다. 이후 ZEN과 ovalbumin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경쟁 물질(ZENOVA) 이 주입된 반응계에 해당 혼합물을 가하게 되면, 표적 물질에 의해 블로킹(blocking)되지 않은 1차 검출 항체들이 이 ZEN-OVA와 결합하게 된다. 이것에 alkaline phosphatase가 결합된 2차 항체를 결 합시키면, 1차 검출 항체의 양에 비례하여 ascorbic acid–phosphate로 부터 입자 성장에 필요한 환원제인 AA가 생성될 수 있다. 따라서 입 자 성장반응에서 표적 물질의 양이 적을수록 환원반응이 우세하여 길 이가 더 증가한 금 나노막대가 만들어진다. 금 나노막대의 경우 구형 금 나노입자와 비교해 길이방향으로의 성장에 의해 추가적인 장축 방 향 플라즈몬 공명 밴드(longitudinal plasmon band)가 나타나므로, 이 에 의해 생성되는 최대 흡수파장의 변화를 신호로 해석하는 전략이다.
2.4. 금 나노입자의 응집에 의한 흡수 파장의 변화 활용
금 나노입자는 수용액 상에서 통상적으로 정전기적 안정화(electrostatic stabilization) 특성을 가지는 이온성 안정화제로 분산을 유지하 며, 특정 조건에 의해 안정화제의 안정화 능력이 소실될 경우 복수의 입자들이 서로 맞닿아 한 덩어리로 결합하는 응집(aggregation)이 유 발될 수 있다. 금 나노입자가 흡수하는 빛의 파장은 입자의 크기와 형 태에 의존하므로 응집에 의해 입자의 크기와 형태가 변화하면 흡수 파장 또한 변화하고, 이러한 파장의 변화 여부와 정도를 분석법의 검 출 신호로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응집이 일어날 경우 기본적으 로 금 나노입자의 크기가 증가하므로 응집된 입자는 원래 입자보다 장파장의 빛과 공명하게 되어 흡수 파장이 장파장 쪽으로 크게 이동 하는 큰 적색 편이가 관측된다. 응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 응집체의 공명파장이 가시광 범위를 벗어나며 침전(sedimentation)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적절한 수준에서 응집의 정도를 조절해 흡광 특성의 변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응집은 표적 물질과 반응해 응집을 유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안정화제를 변수로 하여 다양한 구성을 만들어내기 용이하기 때문에, 앞서 기술한 다른 전략들에 비해서 보고되는 연구 논문들의 수가 매우 많은 편이다.
응집을 이용한 전략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염(salt)과 같은 추가적인 응집원의 첨가 없이 표적 물질이나 해당 표적에 특이적 결합을 하는 물질에 의해 금 나노입자 간의 선택적 응집을 유도하는 것이다. Shang Wu 등은 식품매개성 병원균인 메티실린 저항성 황색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aureus)을 검출하기 위해 phage-displayed peptides (PDPs)에 의한 금 나노입자의 응집을 이용하는 전략을 보고하였다 [27]. 표적인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해 phage display technology (PDT)에 기반한 biopanning을 수행하여 해당 구균 외막의 서로 다른 단백질에 각각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두 종류의 펩타이드를 분리하였으며, 이 펩타이드에 싸이올기를 결합시키면 citrate로 안정화된 금 나노입 자를 응집시킨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황색포도상구균이 존재하는 조 건에서는 해당 펩타이드가 구균과 우선적으로 결합하므로, 이후 해당 반응계에 금 나노입자를 가하더라도 펩타이드에 의한 응집이 그만큼 적게 유발되는 특성을 검출 과정에 활용하여 정량분석을 진행하였다.
Yu-Jen Chang 등은 섬유상 응집체(fibrillar aggregates)를 형성하여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병인으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β, Aβ)를 혈장에서 검출하기 위해, cysteine-Aβ-peptide가 결합된 금 나노입자의 응집을 이용하였다[28]. 알츠하이머가 진행 중인 경우 Aβ가 혈뇌장벽을 투과해 혈액 내에 존재하게 되는데, 병의 진척도에 따라 혈액 내 Aβ peptide의 농도가 증가되어 점차 oligomerization을 일으키게 된다. 10-15 M 이하 수준 농도의 Aβ peptide가 존재하는 혈 액의 경우, cysteine-Aβ-peptide 금 나노입자를 통해 응집을 유발하면 두 세 개의 금 나노입자로 구성된 응집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응집으로도 뚜렷한 색 변화와 흡광 파장의 이동을 나타내기 때문에 극미량의 Aβ peptide를 검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혈액 내 Aβ peptide의 농도가 10-6 M 정도로 증가하여 섬유상 응집의 초기단계인 oligomerization이 진행될 정도가 된 혈액의 경우, cysteine-Aβ-peptide 금 나노입자를 가해 응집을 유발하면 금 나노입자가 대규모로 응집되 어 뚜렷한 색 변화와 폭이 넓은 단일 밴드의 발달을 유발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에 Aβ를 검출하는 방식인 형광 기반 Thioflavin T assay로는 검출이 불가능했던 초기 oligomerization 단계에서의 검출이 가능하였다. 또한 이렇게 금 나노입자와 뒤엉킨 Aβ peptide를 원심분 리를 통해 제거하여 시료 내 Aβ peptide의 양을 줄이는 것으로, Aβ 의 섬유상 응집을 막을 수 있다는 결과를 보임으로써 해당 기법이 내 포한 치료 전략으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하였다.
Yue Wu 등은 허브의 일종인 Atractylodis Macrocephalae Rhizoma (AMR)의 함유 여부와 원산지를 각각 특정하기 위해 두 종류의 금 나 노입자의 특이적 반응을 이용하는 이중 채널(dual-channel) 검출법을 보고하였다[29]. 이중 AMR을 대체하여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허브나 기타 형태적, 기능적 유사성을 가진 다른 허브로부터 AMR을 특정해 내 그 함유 여부를 검출하는 과정은 은 이온(Ag+)에 의한 silver deposition에 의해 신호를 생성하였고, AMR에 함유된 terpenoid들의 서로 다른 조성을 통해 AMR의 원산지를 검출하는 과정은 크롬 이온(Cr3+) 에 의해 유도되는 citrate 금 나노입자의 응집을 활용하였다. 모두 AMR에서 추출된 terpenoid들이 은 이온 및 크롬 이온과 각각 결합해 서 이들 이온이 금 나노입자와 반응해 광학 신호를 생성하는 것을 저 해하는 원리이다. Silver deposition을 통해 신호를 생성하는 방식에서 는 60 °C에서 20분 동안 가열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반면, 응집에 의한 신호생성은 상온에서 10분 이내에 모든 반응을 마무리할 수 있어 절 차가 보다 간편했다는 점을 통해 응집의 신호생성 전략으로서의 장점 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시에는 RGB 데이터에 기반한 PLS-DA 알고리즘을 적용해 좀더 정확한 분류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조금 복잡화된 구성으로는 신호 생성의 마지막 단계에서 NaCl과 같은 염을 첨가해 응집을 유발하는 전략이 있다[30,31]. Fuguo Liu 등 은 와편모조류인 Prorocentrum minimum에 의한 적조 현상(algal bloom) 을 조기 감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압타머가 결합된 금 나노입자의 응 집에 기반한 검출법을 소개하였다. 해당 압타머는 금 나노입자와 결 합해 NaCl가 존재하는 조건에서 입자가 응집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표적인 조류가 존재하면 해당 압타머가 조류와 결합함으로써 NaCl 첨 가 시 금 나노입자의 응집이 유발되고 흡수 파장의 적색 편이가 발생 하게 된다. 해당 전략을 통해 102~107 cell/mL의 범위에서 조류를 정 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정 표적 물질에 대해서는 이와 같이 압타머와 응집용 염 을 사용하는 방법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규명한 연구도 있다. Jian Zhu 등은 살충제를 검출하기 위해 금 나노입자와 살충제의 직접 결합에 의한 응집을 이용하는 방법을 보고하였다[32]. 본 논문에서는 살충제에 특이적 결합을 하는 압타머를 사용해 NaCl에 의한 금 나노입자의 응집을 조절한 기존의 논문들을 비평하며, 유기 인계 살충제나 (서로 다른 계열에 속하더라도) 구조 내에 아민기를 가 지는 살충제와 같이 금 나노입자와 직접 결합이 가능한 살충제에 대 해서는 압타머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살충제의 검 출에 압타머를 사용한 기존의 논문들은 검출 과정에 대해 잘못된 해 석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해당 주장에 대해 압타머의 서열을 바꾸더라도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실험적 결과 를 도출함으로써 실제로 해당 가설을 증명하였다. 본 논문은 또한 이 러한 직접 반응에 기반하여 서로 다른 작용기를 가지는 네 종류의 살 충제를 검출해낼 수 있는 2차원 배열 센서를 구성하였다. 한 살충제에 대해 pH, 이온강도, 안정화 용도의 DNA (T-20)의 농도를 달리해가며 각각의 조건에 따른 금 나노입자의 흡광 변화를 분석해 하나의 살충 제에 대해 총 아홉 개의 신호를 확보, 이것을 지문(fingerprint)으로 활 용하여 살충제를 정성분석하였다.
또한, 표적 물질과 특정 반응을 진행시키고, 그 반응의 결과가 금 나노입자의 안정성에 영향을 주도록 하는 전략이 있다. Ting Zhao 등 은 acetylcholinesterase (AChE)의 활성을 저해하는 특성이 있는 몇 종 류의 살충제를 금 나노입자의 응집을 사용하여 검출하는 방식을 보고 하였다[33]. AChE는 촉매로서의 활성이 유지되는 조건에서는 acetylthiocholine iodide (ATCh)를 가수분해하여 thiocholine을 생성하며, 이렇게 생성된 thiocholine이 금 나노입자와 만날 경우 Au-S bond를 통해 결합함으로써 입자의 응집을 유발한다. 그러나 AChE의 활성을 저해하는 특성이 있는 살충제가 시료에 존재할 경우 thiocholine의 생 성량이 저감되어 금 나노입자의 응집이 적어지고 흡수 스펙트럼의 변 화가 감소된다. 살충제의 종류에 따라 AChE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양 상이 다르기에 같은 양의 살충제를 가하더라도 서로 다른 양의 thiocholine이 만들어진다. 해당 보고에서는 금 나노입자의 응집을 이용해 여덟 종류의 살충제를 각각 정성 및 정량분석하였으며, 안정화제와 형태가 다른 다섯 종의 금 나노입자를 동시에 활용해 여덟 종의 살충 제를 특정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나의 살충제에 대해 얻어지는 흡광 데이터가 다섯 개로 많은 편이기 때문에 측정 결과를 간단한 구 조의 암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선형판별분석(linear discriminant analysis)으로 분석하는 자동화 분석 과정 또한 도입해 시연하였다.
나노입자들이 한 덩어리로 응집하는 경우 외에도, 제한된 범위 내 에 금 나노입자를 매우 조밀하게 배열할 경우 쿨롱 상호작용에 의해 플라스몬 커플링이 일어나 입자가 서로 응집된 것과 동일한 광학적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 또한 실제 응집과 마찬가지로 신호로써 활 용이 가능하다. Christina Wenck 등은 구강 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과 관련된 네 종류의 주요 박테리아들의 존재 및 농도를 검출하기 위 해 양전하를 가진 cetyltrimethyl ammonium bromide (CTAB)와 mercaptoethylamine (MEA)로 각각 안정화된 구형 입자들과 CTAB으로 안정화된 비등방성 입자, 총 세 종류의 금 나노입자를 각기 활용하였 다[34]. 한 종류의 표적 물질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나 압타머 대신, 정전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음전하를 가진 여러 종류의 박테리 아와 반응할 수 있는, CTAB 또는 MEA로 안정화된 입자는 박테리아 와 접촉 시 정전기적 상호작용에 의해 박테리아의 표면에 조밀하게 배열됨으로써 응집 시와 유사한 광학적 효과를 일으키게 된다(Figure 8). 저자들은 사용된 금 나노입자의 특성(안정화제, 형태, 농도)과 박 테리아의 종별 특성(세포외피의 조성, 크기, 형태)에 따라 다른 패턴의 광학적 결과가 얻어지며, 이 패턴들을 RGB 값과 흡수 스펙트럼을 통 해 적절히 분석함으로써 박테리아의 종류와 농도를 충분한 민감도를 가지고 알아낼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2.5. 금 나노입자를 에칭하여 흡광 신호를 변화시키는 전략
금 나노입자를 전구체로부터 합성하거나 씨앗으로부터 성장시키는 방식과 반대로, 이미 준비된 금 나노입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에칭 (etching)하여 형태를 변화시키면 광학특성이 변화하므로, 에칭 과정 에서 나타나는 흡광 변화의 여부와 정도로 표적 물질을 정성 및 정량 분석하는 방법 또한 보고되었다. 결정면에 따른 에칭 효율의 차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비교적 낮은 재현성이 해당 전략의 한계점으로 자주 고려되었으나, 그에 상응하는 여러 장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해당 전략을 사용하는 연구들이 다수 보고되어 왔다.
에칭 전략에서는 대부분 비등방성 입자, 그 중에서도 길이와 폭이 다른 나노막대 계열의 입자를 에칭하게 되는데, 이는 씨앗-매개 성장 을 통한 신호생성 전략에서 비등방성 입자를 합성하는 경우와 마찬가 지로 구형 나노입자에 비해 보다 넓은 검출 범위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Figure 9)[35]. 즉, 주로 길이방향으로 일어나는 금 나노막대 의 에칭에 따른 흡수 파장의 변화는 구형 금 나노입자의 에칭에서 유 발되는 흡수 파장의 변화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일어난다. 응집이 일 어나지 않는 이상 500 nm 초중반의 최대흡수파장에 의한 붉은 계통 의 색만을 나타내는 구형 금 나노입자와 달리 금 나노막대는 에칭 과 정이 진행됨에 따라 회색, 초록색, 남색, 보라색과 같이 좀더 다양한 색을 나타내게 된다. 금 나노막대는 에칭이 길이 방향의 말단에서 순 차적으로 일어나 비교적 오랜 기간 큰 종횡비(aspect ratio)를 유지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해 한축으로의 비등방성이 적은 나노삼각형이나 나노별과 같은 입자의 경우도 부분적으로는 유사한 색 변화 특성을 나타낼 수 있지만 그 변화는 크지 않다. 나노별은 다수의 tip 말단에서 에칭이 동시적으로 일어나 빠르게 구형 나노입자로 변화하며, 편평한 형태인 나노삼각형의 경우는 원주 부분이 먼저 에칭되는 원판 모양의 나노입자로 변화하므로 흡수 파장의 변화를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제한점을 가진다.
이와 같이 구형 나노입자보다 뚜렷한 비등방성 나노입자의 색 변화 를 정량에 활용하는 방법을 멀티컬러(multicolor) 분석이라고 지칭하 며, 이를 이용하면 일정 농도범위에서는 육안으로 타겟의 양을 정량 분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36]. 에칭을 이용한 신호생성 전략에서는 표적 물질의 양과 금 나노막대의 종횡비 간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되 는데, 종횡비가 큰 범위에서 색 변화가 비교적 크기에 낮은 표적 물질 농도에서 육안 변화가 좀 더 민감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존의 문헌들을 포함하여 금 나노입자의 에칭을 활용하는 대 부분의 방법들은 입자를 에칭하는 물질을 표적 물질의 양에 비례하여 생성하기 위해 주로 효소에 의한 촉매 반응을 활용한다. 게다가 통상 적으로 효소에 의한 에칭 물질의 생산 과정과 금 나노입자의 에칭 과 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 신호생성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모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거나, 혹은 보상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에서의 개선점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 다. 대표적으로 효소를 효소 모사 특성을 가지는 무기물질로 대체하 거나, 검출 단계를 면역반응이 아닌 또 다른 특이적 결합 반응을 통해 진행함으로써 분석법의 간편화를 의도하는 사례가 있다.
Zhe Zhao 등은 유방암의 바이오 마커로 활용될 수 있는 hyaluronidase를 검출하기 위해 금 나노바이피라미드(nanobipyramids)의 에 칭에 기반하는 멀티컬러 분석법을 보고했다[37]. 금 나노바이피라미 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금 나노막대에 비해 에칭에 대한 흡수 단 면과 굴절률의 변화가 높다고 알려져 있기에 신호의 민감도를 향상시 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런 이유로 멀티컬러 전략을 위해서는 금 나노막대보다 더 우수한 물질로 간주될 수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금 나노바이피라미드를 에칭시키는 물질의 생성에서 효소 대신 효소 모사 특성을 가진 백금 나노입자를 사용하였다. 백금 나노입자를 폴 리에틸렌이민과 히알루론산이 펩타이드 결합으로 가교되어 생성된 효소 반응성 하이드로젤 내에 다수 담지하였으며, 표적물질인 hyaluronidase가 시료 내에 존재할 경우 히알루론산에 작용하여 하이드로젤 을 가수분해 시킴으로써 내부에 담지된 백금 나노입자가 방출되도록 설계하였다. 백금 나노입자는 catalase 모사 특성에 의해 과산화수소를 분해하는 능력을 가져, 방출된 백금 나노입자가 과산화수소의 존재 하에서 TMB와 만나게 되면 촉매반응을 통해 TMB를 산화시켜 생성 된 TMB2+가 금 나노바이피라미드를 에칭하여 흡수 파장을 청색 편이 시켜 신호를 발생하게 된다.
Xiaoming Ma 등은 환경유해성을 가진 1가 은 이온(Ag+)을 검출하 기 위한 목적으로 금 나노막대의 에칭을 이용하는 멀티컬러 분석법을 보고하였다[38]. 나노입자를 에칭할 물질의 생성에 효소 모사 특성을 가지는 백금 나노입자가 관여하였다. 검출과정에서 시료 내 Ag+이 백 금 나노입자와 특이적으로 반응하여 입자의 표면을 뒤덮게 되면 그 정도에 비례하여 나노입자의 촉매 특성이 저하됨으로써 과산화수소 를 분해하는 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이처럼 Ag+의 촉매활성 억제로 인해 백금 나노입자에 의해 분해되지 않은 과산화수소는, Fe2+ 이온과 Fenton 산화반응을 일으켜 수산화 라디칼을 생성하게 되며, 이 수산화 라디칼이 금 나노막대를 에칭하여 최종적으로 흡수 파장의 청색 편이 를 야기한다. 따라서 은 이온이 많이 존재할수록 금 나노막대가 더 많 이 에칭되므로, 최대흡수파장의 이동을 통해 은 이온을 정량할 수 있 게 된다. 촉매로 활용되는 물질을 검출 과정의 탐침자(probe)로도 활 용하여 보다 간편한 구성으로 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전체 검출 과정에서 촉매 반응을 완전히 배제한 사례도 있었다. Ting Yu 등은 세균성 병원체를 검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 나노별 (nanostars)의 에칭에 기반한 검출법을 보고하였다[39]. 아이오딘은 금 나노별의 표면을 에칭하는 특성이 있는데, mercaptophenylboronic acid (MPA)와 같이 싸이올기가 포함된 안정화제가 존재하면 강한 Au-S 결 합을 통해 금 나노별의 표면에 결합하여 아이오딘의 접근을 차단해 에칭을 막는다. 따라서 싸이올기를 가진 안정화제의 수가 감소할수록 금 나노별의 에칭이 보다 많이 일어나므로, 싸이올기의 수에 반비례 하여 금 나노별의 색이 푸른색에서 점차 붉은색으로 변화하게 된다. 해당 보고에서는 이 전략으로 몇 종류의 그람 음성균들을 검출하였다. 그람 음성균은 세포벽을 구성하는 지질다당류에 cis-diol 작용기가 포 함되어 boronic acid 및 그 유도체와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이 있 다. 따라서 MPA를 그람 음성균과 섞으면 균과 결합한 뒤 외부에 싸 이올기를 드러내게 되어 뒤이어 투입된 금 나노별의 표면에 배리어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에 NaI를 첨가하여 에칭 반응을 유도하면, 박테 리아가 많은 조건에서는 금 나노별의 표면이 차단되어 에칭 반응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일어나고, 박테리아가 적은 조건에서는 표면이 노 출된 금 나노별의 표면이 빠르게 에칭된다. 금 나노별의 에칭이 진행 됨에 따라 흡수 파장의 적색편이로 용액의 색깔이 파랑에서 보라를 거쳐 구형 금 나노입자의 색인 빨강으로까지 변화하였다. 해당 과정 은 에칭 단계가 5분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세균성 병원체 정량의 표 준 방식인 도말평판법(spread plate)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속한 검출이 가능했고, 이 점에 기반하여 병원체 진단을 위한 POCT 플랫폼으로서 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3. 결론과 전망
금 나노입자는 그동안에도 흡광 신호물질로서 꾸준히 활용되어왔 지만, 근래의 연구들은 금 나노입자의 흡광 신호생성 전략을 다양화 하는 방식을 통해 여전히 생화학 분석법의 신호 생성물질로서 광범위 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선 금 나노입자의 양에 의존하여 신호를 생성하는 연구들은 LFIA와 같은 플랫폼에서 현장진단을 목적으로 금 나노입자를 활용하 는 방향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단순한 정성분석을 넘어 준-정량분석 을 구현하는 지점까지 분석의 기준이 향상되어 있었다. 그 외에 자성 나노입자와 압타머로 연결된 금 나노입자를 사용하는 연구는 금 나노 입자의 양에 의존하면서도 LFIA가 아닌 플랫폼을 활용하여 확장성을 확보한 결과를 보였다.
합성이나 씨앗-매개 성장에 의존하여 신호를 생성하는 연구들은 해 당 방식의 고유한 단점들로 인해 최근에는 적은 수의 연구 결과만이 보고되었다. 합성을 활용하는 연구 중에서는 종이 위에서 금 나노입 자를 합성하여 신호를 생성한 연구가 POCT를 구현하여 실용성을 확 보하였다고 판단된다. 씨앗-매개 성장에 의존하는 전략은 대부분의 연구들이 씨앗-매개 성장에 필요한 구성성분 중 환원제의 양을 변수 로 삼고 있었고, 이를 위해 단백질인 효소를 사용하였다는 한계를 여 전히 가지고 있었다.
금 나노입자의 에칭을 이용하여 신호를 생성하는 연구들 또한 소수 보고되었는데, 기본적으로 비등방성 금 나노입자를 도입하여 흡수 파 장이 크게 변하는 멀티컬러 전략을 활용하고 있었으며, 에칭 물질을 생산하는 반응을 위해 효소 외에 효소 모사 특성을 가진 무기물질이 사용되고 있어 복합 무기 나노입자 구성을 가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응집에 의존하여 신호를 생성하는 방식은 금 나노입자의 LSPR 응 용 초기부터 활용된 기법이지만, 최근에도 여전히 많은 수의 연구가 보고되고 있었다. 이는 표적 물질에 특징적으로 작용하는 압타머나 펩타이드(혹은 이온과 함께)를 적용하여 손쉽게 특정 표적 물질에 대 해 기존 기법과 차별성을 가지는 신호생성 과정을 구성할 수 있기 때 문으로 보인다. 대부분 정량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분석법을 구현하고 있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인공지능에 기반한 정 밀한 분류까지 진행할 수 있는 현재의 기술 상황을 반영하여 하나의 표적 물질에 대해 다종의 광학 신호들을 생성하고, 이를 해당 표적의 fingerprint로 활용해 정성 분석을 진행하는 방향으로도 발전해 있었다.
비단 응집에 의존하는 연구만이 아니라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대부 분의 연구에서도 신호 측정 과정을 스마트폰에 설치된 이미지 분석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 분류 프로그램과 연동해 자동화하고 분석 장 비 구성품의 휴대성을 향상시켜 POCT로서의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이와 같이 플라즈몬 금 나노입자와 그에 의한 흡광 신호는 현재에 도 다양한 포맷을 통해 생화학 기반 분석법의 신호물질로 연구되고 있으며, 유전공학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다른 분야의 기술들과 융합해 그 활용법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 나노입자의 흡광 특 성은 앞으로도 보다 정밀하고 간편한 측정 과정으로 휴대성 높은 생 화학 기반 분석법의 개발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