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다양한 합성 소재가 등장하면서 합성 소재의 제조 및 응용 범위가 급격하고 확대되고, 이에 따라 사용된 재료의 처리 및 재활용에 대한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합성 소재를 대체할 수 있으며, 자연계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독성이 낮은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최근에 식물 및 목재 소재에 대해 주목 하기 시작하였다. 목재는 주로 셀룰로스(cellulose)와 리그닌(lignin) 그리고 이 두 가지 성분의 중간에 위치한 헤미셀룰로스(hemi-cellulose)로 구성되어 있다[1]. 셀룰로스는 종이의 주성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종이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면서 그 용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반면, 리그닌의 경우 우수한 기계적 물성, 높은 흡착 성능 등 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용처를 개척하고자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활용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2].
리그닌은 페놀(phenol)계 분자들이 망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천연고분자 형태로 그 구조가 원천적으로 복잡하고 단량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자를 특정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리그닌으로부터 분자를 단리(fractionation)하여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분자들을 얻고자 노력해 왔다[4]. 현재까지도 이 주제는 리그닌을 활용한 분야 중 가장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나아가, 리그닌의 본태적 장점들, 예를 들면 높은 기계적 및 화학적 안정성, 흡착 성능 등을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도 최근 들어 점점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5-7]. 특히, 전기절연성이 강한 리그닌을 전기전도가 가능한 전도성 고분자와 혼합하여 복합재료를 제조하고 센서로 동시에 활용하는 연구가 보고되었다[5]. 나아가, 리그닌을 단독 또는 다른 물질과 혼합하여 탄화 전구체를 제조하고 이를 탄화하여 탄소 소재를 얻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연구도 수행되었다[6].
한편, 리그닌은 원천적으로 다공성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물질 자체로도 다양한 분자 및 응집체에 대하여 우수한 흡착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10]. 예측하건데, 리그닌의 탄화 생성물도 유사하게 뛰어난 흡착 성능을 지닐 것으로 기대되며, 정밀하게 제어된 탄화 과정을 거치게 되어 리그닌의 기공이 온전하게 보전되고, 탄화를 통한 미세기공이 추가적으로 형성된다면 흡착 성능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 탄화 시 리그닌의 구조 안정성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지탱해 줄 수 있는 탄화 가능한 고분자 소재와 혼합한 다면 리그닌의 장점을 살리고 고분자 소재의 장점도 활용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본 연구에서는, 고분자/리그닌 복합소재 전구체로부터 탄화를 통해 수득된 탄소 필름의 다양한 분자에 대한 흡착 성능을 살펴보고자 한다. 탄화가 가능하며 탄화 후 우수한 물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고분자인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olyacrylonitrile, PAN)을 리그닌과 혼합하여 PAN/lignin 전구체 복합소재를 제조한다. 이를 필름 형태로 캐스팅 (casting)하여 고분자/리그닌 복합소재 필름 전구체를 형성한 후, 제어 된 조건과 온도 프로파일(profile)을 통해 탄소 필름을 얻는다. 리그닌의 구조가 보존되며, 미세 기공의 형성을 촉진할 수 있는 탄화 사이클을 도입하여 흡착 성능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도모하였다. 이 탄소 필름의 비극성 유기 분자(벤젠, benzene), 극성 유기 분자(메틸파라벤, methyl paraben), 염료 분자(메틸렌블루, methylene blue)에 대한 흡착 성능을 자외선/가시광선(ultraviolet/visible, UV/Vis) 분광 분석을 통해 리그닌의 탄화물과 비교해 본다. 금속 양이온에 대한 흡착 성능을 고찰한 이전 논문과 함께 본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는 리그닌 및 복합소재의 탄화 거동, 탄화물의 특성, 흡착 거동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 실 험
2.1. 재료
리그닌은 동경화성공업(Tokyo Chemical Incorporation, Tokyo, Japan)에서 구매하여 받은 상태로 사용하였다. 탄소 전구체 고분자인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olyacrylonitrile, Mw = 150 kg mol-1), 용매 디메틸포름아마이드(N,N’-dimethylformamide, DMF), 흡착 실험용 시약들인 벤젠(benzene), 메틸파라벤(methyl paraben), 염료 메틸렌 블루 (methylene blue, MB)는 알드리치(Aldrich, Wisconsin, USA)사에서 구매하여 받은 상태로 사용하였다. 순환전압전류법 측정용 전해질 황산 (H2SO4, 1 M)과 용매 에탄올(ethanol)은 삼전화학(서울, 대한민국)에서 구매하여 사용하였다.
2.2. PAN@lignin 전구체 필름 제조
일정량의 PAN (5~15 wt%)을 용매(DMF)에 녹인다. 이 용액은 일정 시간동안 초음파로 처리하고, 하룻밤 동안 교반하였다. 얻어진 용액에 리그닌 파우더(PAN 질량 대비 7.5~15 wt%)를 넣고 호모게나이저 (homogenizer)로 일정시간 교반하였다. 만들어진 용액을 유리 기판 위에 놓고 닥터 블레이드(Dr. Blade, film applicator)를 이용하여 필름 형태로 제조하였다. 형성된 필름은 섭씨 80도에서 하룻밤 동안 건조하고, 진공에서 추가적으로 3시간 동안 건조하였다. 제조된 필름의 두께 는 약 200마이크로미터(μm)이다.
2.3. PAN@lignin 전구체 필름 및 리그닌의 탄화
온도 조절을 통한 제어된 탄화 공정은 질소 분위기에서 수행되었고 4단계로 구성된다[6].
리그닌, PAN 등의 고분자 전구체는 잔류 유기물 및 용매류가 제거 된 온도인 섭씨 약 100도부터 본격적인 탄화가 시작되어 일어나는 온도인 300도 정도 사이에서 구조적 안정화가 매우 필요하므로, 4단계 탄화 공정을 도입하였다[11]. 탄화 수율은 50%로 나타났다.
2.4. 분석 및 측정
자외선 분광 스펙트럼은 Shimadzu UV 1200 분광기를 통해 얻어졌다. 흡착 대상 분자들을 에탄올에 섞어 자외선 측정용 시료 용액을 제조하였다. 이후, 일정량(0.1 g)의 흡착제(탄화된 PAN@lignin 필름)를 위의 용액에 넣고 300 rpm으로 교반하였다. 흡착 성능은 4시간 동안 관찰되었고, 일정시간마다 위의 용액에서 일정량의 용액을 자외선 분광기로 분석하였다. 이 때 사용된 농도는 벤젠(0.1 mM), 메틸파라벤 (0.1 mM), 메틸렌 블루(1 mM)이다. 순환전압전류법 및 임피던스 분석은 3극 측정용 비커 셀(beaker cell)이 장착된 Palm Sens 4 (Amsterdam, Netherland) 정전압 장치(potentiostat)로 측정되었다. 백금(Pt) 및 은/염화은(Ag/AgCl) 보조 및 기준 전극으로 도입되었다. 1 몰 농도의 황산이 전해질로 사용되었고, 스캔 속도는 100 mV/s로 하였다. 전기적 측정은 Keithley 2612 B (Tektronix, USA) 소스미터 (sourcemeter)와 MST 4000A probe station (MSTECH, Republic of Korea)으로 측정하였다. 탄화된 PAN 및 PAN@lignin film에 에탄올 용액(암모니아 NH3 포함)을 도입하여 전류의 변화를 초기 전류 값으로 나누어 측정하였다. 이 때 ΔI/I0 = (I − I0)/I0로 표시되고, I0와 I는 각각 초기 및 감지된 전류값이다.
3. 결과 및 고찰
PAN과 리그닌은 모두 섭씨 900도 이하에서 탄화생성물이 얻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PAN/lignin 전구체도 해당 온도 영역에서 탄화가 가능할 것으로 추론된다[7]. 본 연구에서는, 높은 규칙성 또는 결정성을 갖는 탄소 소재보다는 표면적인 어느 정도 확보된 탄소를 높은 수율로 얻는 것이 더욱 필요하므로 탄화 온도를 700도 정도로 조절하였다. PAN, 리그닌, 및 PAN/lignin의 복합 소재를 전구체로 하여 얻어진 탄화 생성물에 대한 정보는 이전 논문에 보고되어 있다[7].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흡착 실험에 적합한 탄화 생성물이 수득되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순환전압전류법으로 얻어진 탄소 필름을 분석 하였다. Figure 1은 리그닌 및 PAN/lignin 필름을 탄화하여 얻은 탄화 생성물의 CV 프로파일이다. 전압의 범위는 기존 문헌을 참고하여 선정하였다. 전체적으로 모양은 길쭉한 사각형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넓은 영역에서 상당히 안정적인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12]. 사각형의 높이가 높지 않다는 것은 비표면적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하의 축전 효과가 낮게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투입된 고분자 매트릭스가 상대적으로 표면적을 감소시키는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전 연구에서 해당 탄화 생성물의 표면적을 측정하였을 때 탄화 전후로 큰 변화를 나타내지 않았다[7]. 특히, 넓은 전압 영역에서 산화/환원과 같은 전기화학적 활성 반응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얻어진 탄소가 매우 안정적인 표면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흡착 성능이 표면의 화학적 상태와 표면적에 상당히 의존하기 때문에 CV 결과는 흡착 실험을 통해 상대적인 흡착 능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결과로 판단된다.
먼저 리그닌의 자외선/가시광선에 대한 흡수 여부를 체계적으로 판단해 보았다(Figure 2). 리그닌은 다수의 페놀 유도체 분자들을 포함 하고 있으므로 자외선/가시광선을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되나, 아주 낮은 농도에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농도가 증가할수록 200~400 nm 파장 영역에서 강한 흡수를 나타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용매(에탄올)에 약 2 wt% 녹았을 때, 흡수 피크들이 겹치면서 분석이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특히, 3가지 대상 분자들이 벤젠 고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리그닌의 흡수 영역과 해당 분자의 흡수 영역이 겹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리그닌에 의한 흡착 특성은 향후 다른 주제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어지는 결과에서 언급되겠으나, 탄화된 리그닌의 자외 선/가시광선을 직접 흡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Figure 3~5), 이는 탄화에 의해서 페놀 유도체 분자들이 탄소 구조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결과는 탄화된 리그닌의 흡착 거동은 리그닌과는 무관 하다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Figure 3은 탄화된 리그닌과 탄화된 PAN/lignin 필름의 벤젠에 대한 흡착 특성을 나타내는 UV/Vis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두 가지 탄화된 물질은 벤젠에 대하여 유사한 흡착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탄화 된 필름의 흡착 거동이 PAN의 흡착 성능보다는 탄화된 리그닌의 흡착 능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탄화된 리그닌은 UV/Vis 광 선에 대해서 반응을 거의 나타내지 않는다(검은색 스펙트럼). 그러므로 200~220 nm 영역에서 드러나는 비교적 넓은 높은 흡수 밴드(band) 는 벤젠에 의한 흡수가 된다. 흡착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 흡수 밴드의 세기(높이)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탄화된 리그닌 또는 탄화된 필름에 의한 벤젠의 흡착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리그닌의 표면에는 벤젠 유도체 분자들이 다수 존재하나, 탄화된 이후에는 이 분자들의 다수가 사라지게 되어 벤젠과의 흡착도를 향상 시킬 수 있는 동력이 약해진다. 또한, 벤젠의 경우 분자 자체의 쌍극 자 모멘트(dipole moment)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탄화된 리그닌과의 상호작용(interaction)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탄화된 리그닌과 탄소 필름의 극성 유기분자에 대한 흡착 거동을 고찰하여 Figure 4에 나타내었다. 탄화된 리그닌이 역시 UV/Vis 광선에 대하여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면, 스펙트럼의 200 nm 및 280 nm 영역에 나타난 밴드들은 메틸파라벤 분자에 의한 흡수로 볼 수 있다. 탄화된 리그닌에 의한 흡착의 경우 시간이 경과할수록 280 nm 영역의 밴드 세기(높이)가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탄화된 필름에 의한 흡착에서는 해당 영역의 밴드 세기(높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흥미로운 현상을 의미하고 있는데, 탄화된 리그닌에 의한 극성 분자 흡착이 촉진되었음을 보여준다. 탄소 필름 에서는 이러한 메틸파라벤 흡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도입된 PAN 매트릭스(matrix)가 리그닌의 기공에 침투하여 리그닌이 분자를 흡착할 수 있는 장소의 형성을 억제하였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또한, 탄화된 리그닌의 표면에 탄화후에도 극성 작용 기들의 흔적(trace)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경우, 이 잔류 관능기와 메틸파라벤과의 극성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위에서 고찰한 경향을 조금 더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 극성을 갖고 분자의 크기가 다소 큰 염료인 메틸렌블루를 도입하여 흡착 실험을 실시하였다. Figure 5는 탄화된 리그닌 및 PAN/lignin 필름의 탄화로 얻어진 탄소 필름의 메틸렌블루에 대한 흡착 거동을 UV/Vis 분광기로 분석하여 얻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Figure 4에서 보여주던 특성이 그대로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600~700 nm 영역의 흡수 밴드는 메틸렌블루 분자에 의한 흡수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밴드가 흡착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 현상은 탄화된 리그닌에 의한 분자 흡착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결과이다. 예측한 대로, 극성을 지니며 분자의 크기가 큰 메틸렌 블루 분자가 탄화된 리그닌에 의해서 조금 더 수월하게 흡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문단에서 설명한대로 탄화된 필름에 의한 흡착에서는 600~700 nm 영역의 밴드 세기가(높이)가 거의 변화하지 않고 있다. 자외선 영역인 280 nm 근처에도 흡수 밴드가 나타나 있는 데, 600~700 nm 영역 밴드에서 보여지는 현상이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사실은 두 밴드 모두 메틸렌블루에 의한 흡수 밴드임을 의미 한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탄화된 리그닌과 고분자/리그닌 필름으로부터 탄화를 통해 수득된 탄소 필름의 다양한 분자에 대한 흡착 거동을 살펴보았다. 먼저, 탄소의 성공적인 형성은 순환전압전류법으로 분석하였으며, 두 가지 탄소 모두 동일한 형태의 프로파일을 나타냈으므로 흡착 거동의 비교가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두 가지 탄소 재료의 비극성 분자(벤젠), 극성 분자(메틸파라벤), 염료 분자(메틸렌블루)에 대한 흡착 거동을 시간에 따라 비교해 보았을 때 탄화된 리그닌의 흡착 성능으로 인해 탄소 필름도 유사한 특성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탄화된 리그닌은 극성 분자에 대해 비극성 분자보다 높은 흡착도를 가졌으며, 이는 탄화된 리그닌의 표면에 극성 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분자의 크기가 클수록 리그닌에 의한 흡착에 조금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탄화된 리그닌의 흡착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향후 관련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