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송무백열(松茂柏悅)’이라는 말이 있다.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 무가 기뻐한다’라는 뜻으로 벗의 잘 됨을 기뻐한다는 의미이다[1]. 사 철 푸른 상록수인 소나무(Pinus densiflora)와 잣나무(Pinus koraiensis) 는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속(genus)에 속하며 오래 전부터 건축이나 가 구 재료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의약, 향료, 새집증후군 처리제 등의 형태로 여러 방면에 사용되어 왔다[2,3]. 현재는 다양한 생리활성을 가지는 천연 폴리페놀을 포함하는 소나무와 잣나무에기인한 기능성 소재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스틸벤(stilbenes, 1,2-diphenylethene) 은 그 자체가 천연물은 아니지만 그 유도체는 주로 식물 체내에 존재한다[4]. 피토알렉신(phytoalexin)이란 식물이 미생물의 감염이나 곤충의 침입으로부터 대응하기 위하여 만들어내는 방어 물질로 생리 활성을 가지는 이차적 부산물인데, 식물체내에 존재하는 스틸벤 유도 체(stilbene derivatives)는 그 중 하나이다(Figure 1)[4,5]. 피노실빈(pinosylvin, 3,5-dihydroxy-trans-stilbene)은 스틸베노이드(stilbenoid) 계열 의 물질로서 소나무의 심재(心材), 솔잎 및 잣나무의 목부 등에서 발 견되며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3,5,4’-trihydroxy-trans-stilbene)과 유 사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항산화, 종양 억제, 항균 등 다양 한 생리활성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6].
본 리뷰 논문에서는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 소나무 및 잣나무 스 틸베노이드 계열 화합물의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의 원료 가능성을 포함한 최근 동향을 소개하고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2. 소나무속의 유전학적 분류 및 국내 자생 소나무
소나무와 잣나무는 유전학적으로 소나무과의 소나무속에 속한다. 소나무속의 속명 피누스(Pinus)는 산에서 나는 나무라는 뜻의 켈트어 ‘Pin’에서 유래되었다. 소나무속에는 단단한 소나무인 Pinus 아속과 비교적 무른 소나무인 Strobus 아속이 있으며, 각 아속은 Gernandt 등 [7]의 엽록소 DND 시퀀싱(chloroplast DNA sequencing) 결과와 Zeb 등[8]의 게놈 분석(whole plasmid genomic analysis) 결과를 토대로 총 4개 섹션(Pinus 아속: Trifliae, Pinus; Strobus 아속: Quinquefoliae, Parrya)으로 구분되었다. 한국에 자생하는 소나무속의 하위 종으로는 흔히 육송이라 불리는 소나무(Pinus densiflora)와 해송이라 불리는 곰 솔(Pinus thunbergia), 삼엽송이라 불리는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 잣나무(Pinus koraiensis), 섬잣나무(Pinus parviflora), 눈잣나무(Pinus pumila) 등이 있다(Table 1)[9].
리기다소나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이고 국내에서 설악산에만 분포 하는 눈잣나무는 북반구가 원산인 반면, 국토 전반에 걸쳐 분포하는 소나무, 곰솔, 잣나무, 섬잣나무는 대한민국을 원산으로 한다(곰솔, 섬 잣나무에 대해서는 일본을 원산으로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소나무는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나무로 소나무의 “솔(松)”은 “으뜸”을 뜻 하며, 전통적으로 왕가가 거주하는 궁궐이나 왕릉의 제궁도 소나무로 만 지어졌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금강산부터 태백산맥 일대의 줄기 가 곧고 심재가 노란 양질의 소나무를 황장목이라 하고, 국가의 중요 한 건축물과 왕가의 물건들을 만드는 데만 사용하고자 소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는 “금송령”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소나무는 적송(赤松)이 라고도 하며 현재 대한민국 산림생태계의 바탕이 되는 제1의 주요 수 종으로, 전국 입목지 면적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어 단일 수종 기준 으로는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Figure 2(a)]. 한국갤럽이 2006, 2010, 2015년 대한민국 국민 및 산림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나무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 소나무는 60% 이상의 선호도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무이다[Figure 2(b)]. 잣나무는 홍송이라고도 하며 고산지대 한랭한 기후를 좋아하는 수종이기 때문 에 압록강 유역에서 가장 많이 자란다. 대한민국 산림경영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수종이기 때문에 인공림 조성을 위한 노력이 이 루어지고 있고, 60년대 이후 44만 h를 조림하여 전체 산림의 3.3%를 차지한다.
3. 소나무, 잣나무로부터 분리되는 생리활성물질의 종류
소나무, 잣나무로부터 분리되는 생리활성물질은 변재(sapwood)에 외 부환경으로부터 저항하는 메커니즘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Figure 3). 소나무, 잣나무에서 추출할 수 있는 물질로는 정유(essential oil), 폴리페놀(pholyphenol), 및 레진(resin)이다. 소나무, 잣나무의 2차대사 산물로서 정유 성분은 α-pinene, β-pinene, camphene, borneol 등의 테 르펜류로서 동일한 분자 단위인 isoprene (C5H8)으로부터 만들어진다. Isoprene (C5)을 구성단위로 하여 단위 수에 따라 monoterpene (C10), sesquiterpene (C15), diterpene (C20)으로 구분되며 공통적으로 소나무 와 잣나무에서monoterpene (C10)인 α-pinene이 주료 화합물로 분석되 었다[10].
잣나무 수피를 EtOAc 용해분에서 stilbene glycoside류 화합물을 분 리, 동정한 결과 (E)-pinostilbenoside, (E)-resveratroloside, (E)-desoxy- rhaponticin, (Z)-pinostilbenoside이 발견되었다. 대체적으로 glycoside 유도체들은 alycone계열의 stilbene보다 낮은 활성을 보이나 glycoside 들은 생체 내에서 쉽게 가수분해되어 aglycone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 문에 잣나무 stilbene류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1]. 스틸벤 유도체로 pinosylvin 및 resveratrol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 소나무, 잣나무 에서 새로운 스틸벤 유도체를 분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생리활성 기능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소나무 및 잣나무의 폴리페놀(polyphenol)에 관하여 다양하게 연구되었는데, 이는 축합형 탄닌으로 분자 내에 2개 이상의 페놀성 수산기를 가지는 유기화합물 로 카테킨, 에비카테킨을 monomer로 하여 중합된 프로안토시아니딘 (proanthocyanidin)이다[12]. 프로안토시아니딘의 생리활성은 그 중합 도 및 화학구조에 크게 의존하는데 B-ring의 수산화 정도 및 수산기의 위치에 영향을 받는다. B-ring이 ortho-dihydroxy 구조(catechol 골격) 일 때 더 높은 활성을 나타낸다[13]. 소나무, 잣나무의 송진(rosin)은 나무에 상처가 나면 세균의 침투를 막기 위해 나오는 물질이고, 관솔 은 송진을 머금은 나무로 송진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면서 가 지 굵은 부위에 송진이 몰린다. 송진은 항균력이 강하여 염증을 치료 하는 고약이나 궤양을 치료하는 약으로 피부병 치료에 사용되었는데 송진은 대표적인 천연 레진으로, 아비에트산(Abietic acid)이 약 80%, 정유 약5%, 레진은 약 5% 함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나무나 잣나 무의 송진 성분이 함유된 오일 및 추출액은 탈모, 상처치유효과 등 인 체에 유리한 유효성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14], 특히 송진의 성분 이 구강 내 휘발성 황화물을 억제 시킬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15] 코로나19 시대에 마스크 착용으로 유발되는 구취(halitosis)제거에 관 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스틸벤과 소나무, 잣나무에서의 생리활성을 가지는 성분의 구조들은 Figure 4와 같다.
4. 소나무, 잣나무 추출물의 생리활성
국내외 여러 연구진들에 의해 소나무와 잣나무의 잎, 껍질, 줄기 등 다양한 부위의 원물을 물이나 유기용매로 추출한 추출물들의 백내장 예방, 신경보호, 항산화, 항염증, 항균 등 다양한 생리활성이 보고되고 있다. Kim and Choung[16]이 sodium selenite를 처리하여 백내장을 유 도한 새끼 쥐에 소나무 껍질 추출물을 40~120 mg/kg을 위에 주입한 결과 소나무 껍질 추출물이 농도 의존적으로 백내장 형성을 예방하였 다. 소나무 껍질 추출물은 항산화 효소 조절, m-calpain 유도 단백질 분해 억제 및 세포 사멸을 통해 백내장 형성을 방지하여 수정체의 투 명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수정체의 투명도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되 었다. 한편 Kim and Im[17]이 소나무 껍질 추출물을 분석한 결과 추 출물로부터 4종의페놀 화합물(vanillin, protocatechuic acid, catechin, taxifolin)이 검출되었고, 총 페놀 및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각각 397.9 및 248.7 mg CE/g 수준이었다. 신경 세포에 처리한 결과 농도 의존적 으로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신경 세포의 생존력을 유지시키고 cholinesterase 활성을 억제하여 신경 보호제로서 잠재력이 있음을 보고하 였다. Kim[18]이 소나무 잎의 폴리페놀 함량을 측정한 결과 건물 1 g 당 150.7 mg의 폴리페놀을 함유하였으며, 소나무 잎 열수 추출물의 과산화수소 소거능을 상용 항산화제 butylatedhydroxyanisole (BHA), butylated hydroxytoluene (BHT), tert-butyl hydroquinone (TBHQ), ferulic acid (FA), α-tocoperol과 비교했을 때, 소나무 잎 열수 추출물 의 과산화수소 소거능이 BHA, BHT, TBHQ, α-tocoperol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고 FA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생 소나무의 심 재 부위를 물과 에탄올로 추출한 결과 에탄올 추출물로부터 스틸벤 유도체 피노실빈이 약 1.3%의 수득률로 분리⋅검출되었으며, 이를 염 증반응을 유도한 대식세포주에 처리하였을 때 대식세포주의 염증반 응을 50% 이상 억제하였다. 또한 소나무 심재추출물은 높은 항산화 활성을 보였으며, 항산화 활성은 에탄올 추출물에 비해 물 추출물에 서 유의적으로 더 높았다(unpublished data). Venkatesan and Choi[19] 이 전통적인 속슬렛 추출법으로 추출한 잣나무 껍질 추출물의 총 폴 리페놀 함량을 확인한 결과 잣나무 껍질 추출물에는 92.8~266.0 mg GAE/g 수준의 폴리페놀을 함유하였다. 항산화 활성 측정 시에는 20% 에탄올, 40% 에탄올, 20% 아세토나이트릴을 용매로 사용한 추출물이 이소프로판올, 아세톤, 메탄올, 물을 용매로 추출한 추출물에 비해 유 의적으로 높은 활성을 보였다. Park and Kim[20]이 피부병원균 5종 (Staphylococcus epiermidis, S. aureus, Propionibacterium acnes, Candida albicans, C. tropicalis)에 대하여 소나무의 잎, 꽃가루, 열수 및 에탄올 추출물을 처리하여 항균 활성을 조사한 결과 소나무 잎 추출 물이 0.002~0.0063% 범위 내에서 피부병원균의 생장을 억제하였다. 또한 Lee and Lee[21]이 소나무 추출물의 분획물을 잔디균병을 유발 하는 진균류 6종(Rhizoctonia solani AG1-1B, R. solani AG2-2IV, Sclerotinia homoeocarpa, R. cerealis, Pythium spp., Colletotrichum grami- nicola)에 처리했을 때, 항진균 활성이 관찰되었고 분획물로부터 상당 량의 피노실빈을 검출하여 소나무 유래 피노실빈의 항진균 활성을 보 고하였다.
5. 소나무, 잣나무를 원료로 한 제품 현황
국내외 소나무, 잣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식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 원료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특히 소나무의 경우 대한민국 국토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수종이기 때문에 솔잎, 솔방울, 뿌리, 껍 질, 꽃가루 등의 부산물들이 차, 소금, 술, 엑기스 등의 식품을 제조하 는 원료로 오래도록 사용되어 왔다(Figure 5).
국내 유통 식품의 기준과 규격을 정하는 식품공전에는 소나무의 순, 줄기, 가루, 잎, 꽃가루와 잣나무의 잎, 씨앗이 원료의 양이나 가공 방 법에 관계없이 식품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등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다양한 연구진과 기업들이 소나무 부산물의 상업적 활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를 토대 로 소금, 정유, 식품 조성물, 추출물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과 조성물 들을 개발하여 상업화를 시도해 왔다(Table 2).
한편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은 연구자에 의해 회자 된 소나무를 원료로 한 제품은 프랑스 해안송 껍질 추출물이다(Figure 6). 그 상품명은 피크노제놀(pycnogenol)로, 플라보노이드 복합체로서 단량체 형태의 페놀화합물인 카테킨, 에피카테킨, 탁시폴린과 플라보 노이드인 프로시아니딘 등과 같은 다양한 페놀화합물을 함유하고 있 다[22]. 피크노제놀은 비타민C의 50배 이상의 항산화 효과를 보이는 물질로 피부세포에 피해를 주는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수축된 혈관을 이완시키는데 영향을 주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개선 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3-25].
최근 연구에서는 염증 개선 효과도 밝혀져 전 세계적으로는 피부 케어, 눈 건강, 관절 건강, 갱년기 여성 건강, 인지 건강, 호흡계 건강, 스포츠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23,25-29].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랑스 해안송 껍질 추출물을 “인체에 유해한 활 성산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음” 및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기능성을 보이는 원료로 개별 인정하였다(식품 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0-92호). 한편 나무의 심재는 나무 안쪽의 빛 깔이 짙은 부분으로 전분성분이 거의 없고 페놀성 물질 등 생리활성 성분들이 고농도로 축적되어 짙은 색을 띠면서 부패균 등 유해 미생 물이나 곤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부위를 말한다[30]. 소나무와 잣나 무의 심재를 원료로 상용화 한 제품 사례로는 차와 소금이 있으며, 심 재의 항균⋅항진균 효과를 응용하여 화장품, 위생용품 등을 개발한 사례도 보고되었다(Figure 7).
6. 결 론
대표적인 국내 자생 소나무류인 소나무와 잣나무에서는 정유, 폴리 페놀, 레진, 피노실빈과 같은 스틸벤 유도체(stilbene derivatives)를 비 롯한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들이 분리된다. 학계는 계속해서 소나무, 잣나무의 잎, 껍질, 줄기 등 다양한 부위의 원물을 물이나 유기용매로 추출한 추출물들의 항산화, 항염증, 항균 등의 작용뿐만 아니라 백내 장 예방, 신경보호 등의 생리활성을 규명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 렇게 밝혀진 효과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식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위생용품, 생활용품 등의 다양한 산업군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며 학계에서 밝힌 효과성과 제품의 기능이 직결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소나무, 잣나무의 부 산물과 다양한 부위의 추출물의 생리활성 및 그 산업적 활용성에 대 한 기초 연구 및 산⋅학⋅연 협력을 통한 응용 연구를 통하여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도록 고도화된 제품들의 개발⋅출시를 위 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