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최근 영국의 노비촉(Novichok) 및 말레이시아 공항의 VX 테러 사 건에서 보았듯이 독성물질 피독 시 초기 처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두 사건에서 쓰인 독성물질은 유기인 화합물(organophosphorus coumpounds, OPs)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되는데, OPs는 인과 탄소가 결합 되어 있는 화합물로 농약, 비료, 화학작용제 등 그 쓰임이 다양하다. 최초 살충제나 제초제로 널리 사용되던 OPs는 그 강한 독성으로 인해 화학작용제로 합성 및 무기화되었으며, 사린(sarin, GB), 소만(soman, GD), 사이클로 사린(cyclosarin, GF), 타분(tabun, GA), VX, 노비촉 등 이 이에 포함된다(Figure 1).
유기인산 독성물질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대표적인 물질은 아트로 핀, 옥심, 비옥심계 비스피리디늄 및 카르밤산 등이 있다(Figure 2)[1]. 이를 초기에 또한 적시에 적용한다면, 치사율을 줄일 수 있고 중독 증 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치료물질들은 사후 조치에 해당하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회복 이후에도 의식손실이나 영구적인 뇌의 손상을 야기하는 콜린성 위기(cholinergic crisis)를 예방하는 데 는 한계가 있다[2]. 또한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법들은 유기인산 독성 물질 중독 이전에 적용할 경우에 중추신경계 손상, 혈압 및 심박수 증 가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중독되기 전 예방 대 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3]. 따라서 최근 10여 년간, 적은 양의 단백질 만으로 많은 양의 유기인산 독성물질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가 차세대 대책으로서 제시되어 왔다[4]. 촉매 성 바이오스캐빈저의 후보로는 크게 B-에스테라제 계열의 화학량론 적 바이오스캐빈저(stoichiometric bioscavengers)를 촉매성으로 전환 한 형태의 단백질들과 천연 유기인산 가수분해 효소들이 있으며, 각 각의 후보군의 특성과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로서의 효율성을 논의 해보고자 한다(Figure 3).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는 일반적인 효소가 작용하는 방식처럼, 하 나의 바이오스캐빈저가 다수의 유기인산 독성물질을 가수분해할 수 있다. 대조적으로 부티릴콜린 에스테라제(BChE) 또는 아세틸콜린 에 스테라제(AChE)와 같은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들은 하나의 유기 인산 독성물질 분자에 하나의 비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가 결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독성물질의 가수분해가 이루어지려면 수백 mg 이상의 단백질이 필요하다[5]. 따라서 고분자량의 BChE 또는 AChE를 치료물질로 사용하는 것은 비용 면에서도 부담이 있을 뿐만 아니라, 투여 후 부적절한 생리적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Figure 4)[6].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와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AChE, BChE 또 는 카르복실 에스테라제(CaE)와 같은 B-에스테라제 계열의 화학량론 적 바이오스캐빈저를 옥심 재활성화제(oxime reactivators)로 처리하여 복합체를 형성한 것을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pseudocatalytic bioscavengers) 라고 한다[7,8].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의 경우, 독성물 질의 촉매 세린 잔기(catalytic serine residue)에 공유 결합을 한 후 옥 심 재활성화제에 의하여 불활성화 독성물질을 가수분해 및 방출하는 순서로 작용한다[9]. 통상적으로 촉매성 세린으로부터 억제제가 자발 적으로 분리되는 속도는 효소 및 유기인 화합물의 유형에 따라 다르 지만, 유기인산 독성물질과 상호작용하는 B-에스테라제의 경우는 일 반적으로 그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외부 친핵체(옥심 재활성화 제)가 필요한 것이다[10,11].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의 경우, 그 구 성성분이 통상 혈액 내에 존재하며(인간혈청의 BChE 및 적혈구의 AChE), AChE는 모든 유형의 유기인산 독성물질을 신속하게 유리시 킨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12]. 뿐만 아니라, 옥심이 말초 신경 조직 및 일부의 경우 중추신경계에까지 도달하여 억제된 AChE을 다시 활성 화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장점이다[13-15]. 반면, 현재 이용 가능한 옥심 재활성화제가 갖는 단점들은 다음과 같다. 이들은 소수의 유기 인산 독성물질에서만 특이성을 나타내고[16], 유기인 화합물-콜린에 스테라제 결합의 빠른 노화(aging)에 따라 효과가 없어지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소만과 같은 독성물질에 대해서는 크게 억제력이 없다. 인체 내 순환 체류 시간이 짧을 뿐더러 독성물질 노출이 계속되는 경 우에는 주기적인 보충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밝혀진 옥심매개 재활성 화(oxime-mediated reactivation)에 의한 독성물질 가수분해 속도는 kr2 = 9.3 × 104 M-1min-1 정도가 가장 빠른데, 독성물질 중독을 효율적으 로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가수분해 속도에 비해서는 100~1,000배 정 도 느리다[17]. 이러한 점들로 인해 유사촉매 바이오스캐빈저는 효과 적인 예방을 위한 치료물질로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독성물질 중독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러 종류의 독성물질을 고효율로 분해할 수 있는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를 사용 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적은 효소용량(< 1 mg/kg)을 사용하여 충분 한 효과를 보기 위한 이론적 모델은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가 독성물 질에 대해 1 × 107 M-1min-1 이상의 촉매 효율(kcat/KM)을 갖는 경우로 알려져 있다[18]. 독성물질은 유기인 화합물 가수분해 효소에 대한 비 선택적 기질로서 작용하고 낮은 촉매 효율로 가수분해 되는 외인성 (exogenous) 화합물이며[19], 지금까지 분리된 대부분의 유기인산 가 수분해 효소는 독성 효소보다 독성물질의 저독성 이성질체에 더 효율 적으로 결합하고 불활성화하는 경향이 있다[20]. 따라서 독성물질에 대한 천연 효소의 활성 및 선택성을 모두 향상시킴으로써 효과적인 치료물질로 사용될 수 있는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를 개발하기 위해 분자 진화(molecular evolution)와 단백질 공학 기술(protein engineering techniques)이 사용되어 왔다[21]. 우리는 여기서 촉매성 바이오스 캐빈저의 후보 단백질들과, 그 단백질들의 활동 및 독성물질 가수분 해 기능을 높이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단백질 효소에 대해서 논의하 고자 한다.
2. 본 론
2.1.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 중에서도 B-에스테라제는 유기인 계열 독성물질과의 결합력이 우수하고 가수분해 효율이 높으면서도 활성 능력을 잘 유지한다. 카르복실 에스테라제(CaE), 아세틸콜린 에스테라 제(AChE), 부티릴콜린 에스테라제(BChE)가 B-에스테라제의 대표 효 소들이며, 각각의 변이체 생산 및 단백질 공학 기술을 적용하여 촉매 성 바이오스캐빈저로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2.1.1. 카르복실 에스테라제(carboxylesterase, CaE)
CaE는 카르복실산 에스테르를 알코올 및 카르복실산으로 가수분해 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에스테라제 계열이다(Table 1)[22,23]. 사 람이 보유하고 있는 5가지 CaE 중에서도 간, 대식세포 및 폐 상피에 주로 존재하는 카르복실 에스테라제1(hCE1)과 소장, 신장, 심장 및 골 격근에서 특히 발현되는 장 카르복실 에스테라제(hiCE)가 가장 활발 히 연구되고 있다. hiCE의 경우 HuAChE에 비해 활성 부위의 포켓 (active-site pocket)이 훨씬 크기 때문에 크기가 더 큰 기질에도 결합할 수 있다[24]. CaE는 에스테르를 가수분해하는 데 있어 3개의 아미노 산(Ser221, Glu353, His 464)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5]. CaE 는 콜린계 에스테라제의 촉매 부위에 보존된 트립토판 잔기(tryptophan residue)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26], 독성물질에 의해 억제된 CaE의 재활성화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실험에서 하전된(charged) 유기인 화합물 및 옥심 재활성화제와는 잘 반응하지 않고 하전되지 않은(uncharged) 화합물과 훨씬 더 잘 반응했음이 확인됐다[27]. 하지만, 하전 되지 않은 옥심과의 반응조차도 충분한 재활성화 속도를 보이지는 못 함으로써 CaE 자체가 갖는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로서의 활용 가능 성은 낮아보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의 방식으로 돌연변이체(mutatns) 를 설계하였는데, 첫 번째는 L. cuprina로부터 추출한 E3 CaE의 G137D 돌연변이체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28] hCE1의 활성부위에서 2개의 아미노산을 치환함으로써 얻은 돌연변이체이고, 두 번째는 Bacillus subtilis로부터 얻은 p-nitrobenzylesterase (pNBE)의 돌연변이 체를 hCE1로 치환하여 재활성화 속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먼저, hCE1의 2개의 활성 아미노산 부위를 치환하는데 있어 물 분자를 유 기인 화합물이 결합하는 Ser221 잔기 주변에 위치시킴으로써 활성 부 위의 재활성화 촉진을 시도했다. V146H/L363E hCE1 돌연변이체의 경 우 활성 부위 포켓의 반대편에 있는 2개의 소수성 잔기가 하전된 상 태로 대체됨으로써 독성물질에 대한 친화성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효소의 재활성화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29]. 결과적으로, V146H/ L363E hCE1는 wild type (wt) hCE1에 비해 사린, 소만, 사이클로 사린 에 노출 후 재활성화 속도가 각각 5, 20, 33,000배까지 증가하였고, 반 감기 시간(half-time)은 각각 9.5, 11.5 및 1.2 h로 감소하였다[29]. 하지 만, 효과적인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재활성화 속도를 약 1,000배 이상 높여야 했기 때문에 여전히 한계에 부딪쳤다.
두 번째로는 Bacillus subtilis의 hCE1의 구조적 동족체(structural homolog)인 pNBE를 사용하여 돌연변이체를 생성하였는데, pNBE는 박테리아 세포에서 조작 및 발현하기 쉬운 박테리아 효소라는 점에서 HuAChE, HuBChE, hCE1와는 차별화된다[30]. 자발적으로 재활성화 를 촉진하도록 설계된 돌연변이(A107H)에 pNBE의 활성 세린 인근 5 개의 잔기를 표적화 및 치환함으로써 다수의 pNBE 돌연변이체를 생 성하였다[31]. 소만에 대해 재활성화 속도를 4,000배가량 개선시킨 pNBE 돌연변이체(A107H/A190C)를 식별했으나, hCE1로 해당 돌연 변이체를 치환하였을 때에는 동일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가장 최근 수행된 연구에서는, 어류의 한 종류인 Sparus aurata의 간에서 추출한 CaE (hepatic CaE)가 뇌의 AChE보다도 유기인 화합물 과의 결합력이 우수하며, 특히 항아세틸콜린 에스테라제(anti-acetylcholinesterases) 계열의 독성물질에 대한 효율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 다. Hepatic CaE에 대해서는 다양한 유기인 계열 독성물질에 대한 가 수분해 효율 측정 및 단백질 공학 기법을 통해 해당 효소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32].
2.1.2. 아세틸콜린 에스테라제(acetylcholinesterase, AChE)
AChE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을 가수분해하여 콜린성 시냅스 에서 신경 자극의 전달을 종료시키는 세린 가수분해 효소(serine hydrolase) 이다(Table 1)[33]. AChE 및 BChE는 ~107 M-1min-1의 이분자 속도 상수(ki)로 독성물질에 신속하게 결합하지만, 느린 속도로 자발 적인 재활성화를 거치거나 효소-독성물질 복합체가 노화됨에 따라 영 구적으로 불활성화된다. 독성물질의 가수분해 효율에 대해 여러 포유 류의 AChE를 실험한 결과, 사람의 AChE가 가장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34,35].
AChE는 독성물질의 생리적 표적이기 때문에 특정 아미노산의 치 환을 통해 AChE가 유기인 화합물과 결합 후 재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어왔다. 여러 곤충 종에서 돌연변이 된 형태의 AChE가 유기인 농약 독성에 저항성을 보였으나, 이들 돌연 변이체는 결합된 유기인 화합물의 가수분해를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 라 돌연변이된 AChE 활성 부위에 대한 유기인 화합물의 결합을 감소 시킴으로써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36,37]. 효소의 자발적 재활 성화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다양한 출처의 AChE를 재조합(recombination) 하고 부위-지정(site-directed) 돌연변이 및 부위-특이적(site-specific) 돌연변이를 활용하여 실험한 결과, 부위-특이적 돌연변이의 경 우 독성물질에 노출 후 AChE의 옥심-매개 재활성화 효율이 현저하게 개선되고 노화 속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38-40]. 그 중에서 도 특히 W286A 돌연변이의 경우 비스피리듐 옥심의 친핵체로서의 역 할을 극대화함으로써 wt AChE에 비해 타분에 대한 재활성화 속도가 2~5배 정도 향상되었으며 이 때 모노옥심(mono-oximes)인 K203과 비 스옥심(bis-oximes)인 K075, 두 가지의 비스피리듐 옥심(bispyridium oximes)에 의한 효율이 가장 높았다[41].
소만에 대해서는 Y337A/F338A-HuAChE 돌연변이가 가장 높은 가 수분해 효율을 보였으며, 이를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PEG)로 전처리(PEGylated)하고 HI-6 옥심으로 후처리 한 경우, 쥐는 고용량의 소만에 의한 2번의 순차적 중독에서도 생존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42-44]. Y337A/F338A-HuAChE 돌연변이를 다수의 독성물질 에 대해서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타분을 활용하여 추가 연구하였고, 이 연구에서는 재활성제로서 가장 적합한 옥심을 선별해내는 실험이 시도되었다. 시험된 새로운 옥심 중에는 2-PAM보다 긴 알킬 사슬 (alkyl chain)을 갖고 있는 hexyl 2-PAM이 재활성제로 사용되었을 경 우, Y337A/F338A-HuAChE가 타분에 대해 높은 효율을 가질 수 있었 다[45].
이렇게 옥심과 결합된 AChE는 일부 독성물질에 최적화된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로서 치료물질을 추가적으로 개발하는 데 발판을 마 련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치료는 여전히 고용량의 바이오스 캐빈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과 특정 옥심-AChE 돌연변이체 조합에
2.1.3. 부티릴콜린 에스테라제(butyrylcholinesterase, BChE)
BChE는 사람의 혈장, 간, 피부 및 다리 근육에서 주로 발현되는 세 린 가수분해 효소로, 성인의 경우 AChE보다 훨씬 더 많은 BChE를 보 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46]. BChE의 생리학적 역할은 아직 정 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AChE를 불활성화하고 이를 보호하도록 작용할 수 있는 해독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47], 특정한 경우에는 AChE를 대체하고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호르 몬 그렐린(ghrelin)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48]. BChE의 활성은 Ser198, Glu325 및 His438에 의존하고, Ser198이 유기인 화합 물에 결합되면 억제된다[49].
BChE의 경우 200 mg 정도의 용량이 투여되어야 2 × LD50의 소만 에 대해 인체를 보호할 수 있다[50]. BChE의 자발적 재활성화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여러 돌연변이체를 설계했는데, 그중 하나인 BChE-G117H는 wt BChE보다 사린 및 VX에 대해 각각 1,000배 및 7,900배 정도 저항력이 강했고, 탈인산화 속도(dephosphorylation rates) 는 각각 100 및 2,000배 더 높았다[32]. 이 연구에서는 BChE의 재활 성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화에 주역할을 하는 Glu197을 돌연변이 시킴으로써 전하를 제거했다. 실제로, 단일 G117H 돌연변이체와는 달 리, 2중 돌연변이체 BChE-G117H/E197Q는 소만에 의한 억제 후 촉매 활성을 자발적으로 재생시킬 수 있었다. 해당 돌연변이체를 사린 및 VX에 대해 재활성화 속도를 개선하였으나, 독성물질 가수분해의 전 체 속도는 여전히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로 활용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32].
또한, 고용량의 BChE의 사용은 비용 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BChE의 대량 생산에 초점을 두고 재조합 BChE를 생산했지만, 이는 wt BChE와 비교했을 때 혈장 반감기가 훨씬 짧았다. 반감기 연장을 위한 노력으로 재조합 BChE를 AChE와 마찬가지로 PEGylated 하였 더니 기니피그에 2 × LD50의 소만을 주사한 후 2 h가 지난 뒤에 72 mg/kg의 PEGylated 재조합 BChE를 투여한 경우 최소한의 중독 징후 및 생존율 100%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옥심을 통한 재활성화에 대해서는 효소의 노화를 늦출 수는 있었지만 노화 자체를 방지할 수 는 없었다[50].
최근 연구에서는 촉매 부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47잔기의 아미 노산 치환을 통해 얻은 BChE 돌연변이체(BChE-M47)를 성공적으로 대장균에서 발현시킬 수 있었는데, 이에 E377C/A516C를 추가 도입하 여 얻어진 BChE-M48의 경우에는 특히 37 ℃에서 거의 일주일의 반 감기를 가짐으로써 고도로 안정된 바이오스캐빈저로서 활용될 수 있 음을 보여주었다[51].
결론적으로, 앞서 언급된 에스테라제들은 독성물질과의 결합력이 우수하며, 독성물질을 1차적으로 방어하는 이상적인 생리학적 위치를 갖는 내인성(endogenous) 단백질이다. 단백질 공학 기술 및 부위-지정 돌연변이 유발 방법을 통해 반감기를 늘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과 를 거두었으나, 이들 단백질의 변이체를 자체적으로 또는 화학적 재활 성화제와 조합하여 높은 촉매 효율 속도(kcat/KM ≥ 1 × 107 M-1min-1) 로 독성물질을 가수분해시키는 데는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으로 보인다.
2.2. 천연 유기인산 가수분해 효소
사람, 박테리아, 해조류 등으로부터 발견된 천연 유기인산 가수분해 효소들은 인공 제노바이오틱(xenobiotic) 독성물질에 대해서는 높은 촉매 효율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된 가운데, 유도 진 화(directed evolution) 및 전산 설계 방법(computational design)의 진보 는 이러한 천연 효소들을 재설계함으로써 그 촉매 효율을 상당히 향 상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천연 효소들을 어떻게 재설계하였고, 또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촉매 효율 향상이 이 루어졌는지에 대하여 다뤄보겠다.
2.2.1. 파라옥소나제1(paraoxonase 1, PON1)
PON1은 칼슘 의존성 가수분해 효소(Ca2+-dependent hydrolase)이며 사람의 PON1 (HuPON1)의 경우 간에서 합성되는 당단백질(glycoprotein) 로 혈액 내에서 산화된 인지질(phospholipids) 및 콜레스테릴 리놀 레에이트(cholesteryl linoleates) 수산화물을 가수분해함으로써 저밀도 지단백질(low density lipoprotein, LDL) 및 고밀도 지단백질(high density lipoprotein, HDL)의 산화를 예방하고, 이러한 역할 덕분에 죽상 동맥 경화증(atherosclerosis) 및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중요한 단백질 로 알려져 있다(Table 1)[52-54]. HuPON1는 넓은 스펙트럼의 에스테 르, 인지질 및 유기인산을 가수분해 할 수 있고 특히 락톤(lactone)을 가장 효과적으로 분해한다[55].
유기인산 살충제에 대해 동물들의 반응 민감성이 상이한데, 이는 혈장 PON1의 활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56]. 살충제에 의 해 노출된 후 PON1을 주입하거나 PON1-knockout된 쥐에게 PON1을 주입하는 실험 및 그 결과를 통해 PON1이 유기인산 살충제로부터 생 체 내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55].
인체 내에서 HuPON1의 유기인 화합물 가수분해 활동과 유기인 화 합물 독성에 대한 반응 민감성 간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것은 PON1 유 전자 다형체(genetic polymorphs)와 개체 간 발현 수준의 차이 및 유기 인 화합물의 인체 내 대사 능력의 차이와 더불어 연령, 성별, 건강 상 태 등의 요인들로 인해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다[57]. 그럼에도, PON1 의 활동 수준이 낮은 사람이 유기인 화합물에 노출 시 인체에 위험요 소로 작용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PON1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PON1은 혈액 내 풍부한 단백질이자 사린, 소만, 타분 및 VX와 같 은 다양한 유기인산 독성물질 및 살충제를 가수분해 할 수 있다는 점 [58-60]에서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에 적합한 후보로 떠올랐다. 1.2 × LC50의 사린 또는 소만에 중독 시킨 기니피그에 사람 및 토끼의 PON1, 또는 기타 포유동물의 PON1를 재조합한 효소를 정제하여 투여하였 을 때 기니피그의 생존 및 회복율이 크게 향상되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Table 2)[61,62]. 정제된 PON1을 독성물질 중독 이전에 투 여 시 생존율이 20%에서 75%까지 향상되었으며 중독 이후에도 혈액 및 뇌에서의 AChE 활동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높은 용량(2 × LD50)의 사린, 소만, 사이클로 사린 또는 타분에 노출된 기니피그의 경우에는 재조합 PON1의 양을 늘려도 예방적인 치료의 효과가 없었 다. 동일한 실험에서, 다른 동물들의 경우 4 × LD50 용량의 클로르피 리포스 옥손(chlorpyrifos oxon) 또는 2 × LD50 용량의 다이아족손(diazoxon) 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63], 이는 PON1을 효과적인 바이 오스캐빈저로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혈중 농도가 아니라 유기인 화합 물과의 촉매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향상된 유기인 화합물 가수분해 능력을 갖추고 동시에 인체 내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HuPON1을 얻기 위해 유도 진화 및 전산 설계 방법이 사용되었다. 유도 진화 및 전산 설계 방법은 유전자 조작 (유전자 돌연변이 유발과 같은), 단백질 변이체(variants)의 발현 및 변 이체들의 촉매 효율에 대한 검사의 단계로 진행된다. 위의 방법을 통 해 네 종류의 포유동물 PON1 유전자의 유전자 셔플링(gene-shuffling) 후 재조합 PON1 변이체를 선별함으로써 HuPON1의 수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생성된 단백질(rePON1)은 대장균에서 높은 수율로 발 현되었고 HuPON1과는 유사한 촉매 특성을 나타냈다[64,65]. 유도 진 화 및 전산 설계 방법으로 여러 차례의 돌연변이 및 스크리닝 작업을 거쳐, rePON1에 비해 사이클로 사린 가수분해 능력이 135배 개선된 rePON1 변이체(4E9)를 얻을 수 있었다(Table 3)[66]. 2 × LD50 용량의 사이클로 사린 유사(Sp-CMP-coumarin) 독성물질로 쥐를 중독 시키기 1 h 전, 저용량(1.1 mg/kg)의 정제된 4E9를 예방 차원에서 투여했을 때, 증상이 최소화되고 생존율을 50%까지 증진시킬 수 있었다. 대조 군으로 wt rePON1를 투여하였을 때에는 쥐가 생존하지 못했으며, 중 독 5 min 전 표준 화학해독제인 Atropine plus 2-PAM를 투여하였을 때에는 일시적으로만 생존할 수 있었다.
추가적인 유도 진화 방법을 통해 얻은 rePON1은 모든 G계열 유기 인 독성물질(사린, 소만, 사이클로 사린 및 타분)과의 촉매 효율이 개 선되었다[67,68]. G계열 독성물질에 비해 가수분해가 어려운 V계열 유기인 독성물질에 대해서도 가수분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도 진화 및 계산 설계 방법을 사용하여 rePON1 변이체를 진화시키고자 노력 했으나,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에 요구되는 만큼의 충분한 효율을 얻 지 못했다(rePON1 변이체의 최고 촉매 효율: kcat/KM ~105 M-1min-1).
사후 치료제로서의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파라티온(parathion)과 파라옥손 살충제를 효율적으로 가수분해하는 rePON1 변이체를 사용 해 실험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2 mg/kg 용량에서 중독된 지 1 min이 지난 쥐의 경우에도 글루타메이트-옥살로아세테이트 트랜스아미나제 (glutamate-oxaloacetate transaminase, GOT) 효소가 개선된 rePON1 변 이체와 함께 투여될 경우 1.4 × LD50 용량의 파라옥손에서도 생존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69]. 글루타메이트(Glu) 및 옥살로아세테이트 (OxAc)를 2-케토글루타레이트(2-ketoglutarate) 및 아스팔테이트(aspartate) 로 전환시키는 GOT1은 혈액 및 뇌에서 흥분성 신경 전달물질이 자 신경 조직의 손상 및 여러 뇌질환과 직결되는 Glu 농도를 빠르게 낮추기 위한 촉매성 Glu 바이오스캐빈저로서 사용될 수 있다. 사람의 GOT1과 OxAc를 동시에 투여하였을 때, 유기인 화합물 중독에 대해 뉴런이 효과적으로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70-72].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를 통한 HuPON1의 발현은 클로르피리 포스 옥손 및 다이아족손에 의한 중독을 예방하고[71,73-75] 뇌 전체의 AChE 활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도 진화된 rePON1 변이체 (VII-D11, I-F11)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로 클로닝(cloning) 한 후 쥐에 투여하였을 때, 해당 쥐는 6.3 × LD50 용량의 파라옥손이나 5 × LD50 의 용량의 사린, 소만, 사이클로 사린 또는 타분을 4회 반복 투여한 경 우에도 완벽하게 보호되었다[76]. 발현된 rePON1 변이체는 wt PON1 과 같이 감염된 동물의 혈액에서 HDL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 으며, 혈장에서 6~7 day 동안 고농도(최대 4.1 mg/mL)로 유지되었다.
높은 촉매 효율, 생체 내 적절한 농도, 유기인산 독성물질에 노출된 후의 생존율 등 효과적인 바이오스캐빈저로서 갖추어야 할 구비조건 들에 있어, HuPON1 자체로서는 충분히 그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 다[18,63,77,78]. 그러나 유도 진화 및 전산 설계 방법을 거쳐 얻어진 rePON1의 변이체는 HuPON1의 한계를 극복하고 G계열 유기인 독성물 질에 대한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로서 좋은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2.2. 포스포트리에스테라제(phosphotriesterase, PTE)
PTE는 파라티온 살충제를 가수분해한 토양 박테리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박테리아 효소이다(Table 1)[79,80]. 유기인산 살충제는 토양
박테리아의 세포 내로 유입된 후 인산과 같은 더 단순한 분자로 분해 됨으로써 박테리아의 성장 및 에너지에 필요한 인을 공급한다. 박테 리아의 세포 내에서 살충제를 분해하는 PTE는 본연의 특성 때문에 유 기인산 독성물질 해독을 위한 잠재적 효소로 인식되었다[81-83]. PTE 는 유기인산 화합물과 대체로 높은 촉매 효율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유기인산 계열의 작용제에 대해서는 그 효율이 낮다는 조사가 있다. 정제된 PTE는 소만 및 사이클로 사린 가수분해의 경우 중간 정도의 효율을 보였지만[84] VX에 대해서는 효율이 훨씬 낮았으며[85], 파라 옥손에 대한 가수분해 효율과 비교했을 때에도 작용제에 대한 가수분 해 효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Table 3)[83]. 따라서 PTE를 기반 으로 한 효율적이고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를 개발하기 위해 유도 진화 및 전산 설계 방법의 적용이 필요했다.
유기인산 독성물질 가수분해 효율을 높인 PTE 변이체를 진화시키 는 작업에 있어, PTE를 발현하는 opd 유전자를 발현 플라스미드로 클 로닝하여 대장균 세포로 형질 전환시켰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Escherichia coli (E. Coli)에서 PTE의 발현 수준을 초기 단계로 개선하기 위 해 유도 진화 방법을 사용하였다[86,87]. DNA 셔플링[88], 무작위 돌 연변이[89], 부위-특이적 돌연변이[90], 전산 설계[21] 등과 더불어 언 급된 방법들의 조합을 통해 PTE 돌연변이체의 라이브러리(library)를 생성하기 위해 PTE의 결정 구조와 촉매 시스템 분석에 노력을 기울였 다[91]. 다양한 방식으로 활성에 대해 측정함으로써 여러 PTE 변이체 를 생산할 수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충분한 촉매 효율로 G- 및 V-형 독성물질의 독성 이성질체를 가수분해 할 수 있는 변이체로 개선하여 예방 차원의 활용을 도모했다[21,91].
PTE가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효율적이고 자연적인 유기인산 가수 분해 효소이긴 하지만 효과적인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 역할을 수행 하기 위해서는 유기인산 독성물질과의 가수분해 활성을 증가시켜야 했다. 유도 진화 및 전산 설계 방법을 통해 보다 효율이 개선된 PTE 변이체(10-1-D11, Table 3)를 얻을 수 있었고, 사후치료제로 활용 시 에도 생존 및 회복을 촉진하는데 이 변이체가 성공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PTE 변이체를 유기인산 독성물질에 중독된 기니피그에 투여하 기 위해 골내 주사(intradermal injection)의 방식을 채택한 결과, VX에 의한 사망 및 전신 독성을 예방하고 혈액에서 VX의 농도를 급격히 감소시키며 뇌의 AChE 활성을 부분적으로 보존할 수 있음이 확인되 었다. 이는 독성물질에 중독 시 가장 안전하고 신속하게 혈액 내로 치 료물질의 투여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PTE 변이체의 사후 치료제로서 의 활용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92].
2.2.3. 포스포트리에스테라제 상동체(PTE homologs)
PTE보다 20개의 아미노산을 더 보유하면서 아미노산 서열에 있어 는 PTE와 90%의 동일성을 갖는 OpdA (organophosphate-degrading enzyme from Agrobacterium)는 호주의 Agrobacterium radiobacter P230 이라는 토양 박테리아 균주로부터 분리되었다(Table 1)[93]. PTE와 유 사하게 OpdA도 소만과 사이클로 사린의 독성 이성질체에 대해서는 적당한 효율로 가수분해가 가능했으나, V계열 유기인 독성물질에 대 해서는 덜 효율적이었다. OpdA (0.15 mg/kg)는 3 × LD50 용량의 다이 클로로보스(dichlorovos), 에틸파라티온(ethyl parathion), 메틸파라티온 (methyl parathion)과 같은 살충제와의 실험에서 살충제 가수분해에 높은 촉매 효율을 보였다[94]. 다이클로로보스에 중독 시킨 쥐의 경우 중독 직후 OpdA를 투여 시 24 h가 경과한 시점에서도 100%의 생존 율을 보였고, 에틸파라티온의 경우에는 중독 직후나 10 min 후 OpdA 를 투여해도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중독 후 45, 90 min이 지났을 때 반복하여 OpdA를 투여한 결과, 24 h가 경과한 시점 에서 62.5%의 생존율을 보였다.
다수의 PTE 상동체는 유기인 화합물의 가수분해에 있어 그 효율이 상이하므로[95-98] 유기인산 독성물질에 대해 경제성과 생산성을 갖 춘 효율적인 효소로의 개선이 필요했다. 이전 연구에서 파라옥손 가 수분해 효율을 높인 술폴로부스 솔파타리쿠스(sulfolobus solfataricus, Ssopox)가 선별되었고 사이클로 사린의 독성 이성질체에 대해 그 촉매 효율이 4배가량 개선되었다는 점을 바탕으로, 이 변이체의 유기인산 독성물질에 대한 활성 또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99].
2.2.4. 디아이소프로필 플루오로포스파테이즈(diisopropyl-fluorophosphatase, DFPase)
DFPase는 북대서양 오징어 Loligo pealei 및 유럽 오징어 Loligo vulgaris의 축삭으로부터 분리된 효소로서, 각각 사린과 유사한 DFP와 타분, 소만, 사린, 사이클로 사린을 가수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 졌다(Table 1)[100]. wt DFPase는 독성물질의 저독성 이성질체에 대한 높은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사린 및 사이클로 사린에 대한 촉매 효율 이 아주 높다(Table 3)[101].
DFPase에 대해 부위-지정 돌연변이와 X선 및 중성자 산란(neutron scattering)을 통해 가수분해 효율이 개선된 변이체를 생성하고, 이를 비활성 폴리머인 PEG와 접합하여 비인간 치료 약물에 대한 인체의 면 역원성 특성(immunogenic properties)까지 개선하려는 연구가 시도되 었다. 먼저, 부위-지정 돌연변이를 거친 S271A-DFPase는 wt DFPase 에 비해 DFP에 대한 가수분해 효율이 30% 증가되었고[100], DFPase 의 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X선 및 중성자 산란을 활용하여 설계한 4중 돌연변이체(Mut1, Table 3)도 DFP, 사린, 사이클로 사린에 대해 최대 29배의 가수분해 효율 증대 및 결합력 향상의 결과를 이루었다[101]. DFPase는 비포유류 단백질이기 때문에 포유동물의 면역원성으로 인 해 혈액 내에서 제거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혈액 내 단백질 반감기 시간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비활성 폴리머로 단백질을 변형시켜 면 역원성 감소, 단백질 분해와 세포독성으로부터의 보호, 분자량 증가로 신장에서의 제거율 감소 등의 효과를 얻고자 했다[102,103].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PEGylated DFPase 변이체를 3 × LD50 용량의 소만에 노출시키기 5 min 전 쥐에 투여한 결과, 무처리의 대조군은 중 독 후 15 min 내에 사망한 반면 PEGylated DFPase 변이체를 주사한 쥐는 중독 후 24 h가 경과한 이후에도 생존하였다(Table 2)[103]. 본 연구에서 실험된 DFPase 돌연변이체는 사린 및 사이클로 사린의 독 성 이성질체에 대해 높은 촉매 효율을 보이며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 로서 잠재력이 충분함을 입증했다.
2.2.5. 노화마커 단백질-30(senescence marker protein-30, SMP30)
HuSMP-30은 간 및 신장 조직에서 주로 발현되며, 항 세포자멸(antiapoptotic) 및 항산화(antioxidant) 역할뿐만 아니라 Ca2+ 조절 및 백내 장 발생ㆍ발달에 대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Table 1)[104]. SMP30은 사린, 소만, 타분, DFP 순으로 가수분해가 효율적이며, 소만 의 경우에는 4가지 이성질체를 동일한 속도(~2 × 104 M-1min-1)로 가 수분해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05,106]. 재조합 HuSMP30을 대장균 에서 발현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107], SMP30를 활용하여 보다 효 율적인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를 개발하기 위한 유도 진화 및 전산 설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2.2.6. 유기인산 앤하이드롤라아제(organophosphate acid anhydrolase, OPAA)
OPAA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처에서 발견된 중증호염성 (moderately-halophilic) 박테리아(Alteromonas Sp. 균주 JD6.5)에서 분 리되었으며 여러 유기인 화합물에 대해 높은 수준의 효소 활성을 나 타냈다(Table 1)[108]. OPAA는 C-말단(C-terminal)에서 2개의 Mn2+ 이온에 결합하여 DFP, 소만, 타분, 사린, 사이클로 사린, 파라옥손 및 GP(2,2-dimethylcyclopentyl methylphosphonofluoridate)의 가수분해를 촉진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노비촉에 대해서도 꽤 높은 활성을 보인 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109,110].
OPAA의 VX에 대한 가수분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부위 특이적 돌연변이 방법이 사용되었다. 개선된 OPAA 3중 돌연변이체 는 VX의 저독성 이성질체에 대해 촉매 효율이 36배까지 개선되었다 (Table 3)[111]. 독성이 더 높은 VX의 이성질체를 가수분해할 수 있도 록 추가적인 돌연변이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OPAA 4중 돌연변이체 는 그 촉매 효율이 16배 정도밖에 개선되지 못했지만, 두 가지 이성질 체를 모두 가수분해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크다.
한편, OPAA의 체내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입체적으로 안정화된 리포 좀(stabilized liposome, SL)에 OPAA를 캡슐화하였더니 혈액 내에서 상당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높은 활성을 나타내는 것이 식 별되었다[112]. OPAA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연구는 이에 그치지 않고, 결정성이 높고 다공성의 특성을 가진 금속-유기 구조체(meta-organic frameworks, MOFs)에 300 nm의 크기로 OPAA를 캡슐화 함으로써 독 성물질 가수분해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113].
결론적으로 OPAA는 유기인산 독성물질(소만, GP)을 가수분해할 때 촉매 효율이 매우 높을 수 있지만 저독성 이성질체에 대한 선호도 또한 높을 수 있다. OPAA의 촉매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앞으로의 연 구방향은 독성물질의 이성질체를 선호하고 가수분해 할 수 있는 개선 변이체를 선별하는 것이 될 것이다.
2.2.7. 프롤리다아제(prolidase)
사람의 프롤리다아제(HuProlidase)는 단백질 대사의 최종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C-말단에 프롤린(proline) 또는 하이드록시프롤린 (hydroxyproline) 잔기를 함유하는 디펩티드의 가수분해, 특히 Gly-Pro 결합의 가수분해를 담당한다(Table 1)[114]. 사람의 간이나 대장균 세 포로부터 정제된 재조합 reHuProlidase는 소만, 사린, 타분, 사이클로 사린 등의 독성물질을 가수분해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106,115].
아데노바이러스 발현 벡터를 활용하여 reHuProlidase가 DFP 또는 유기인산 독성물질에 의한 중독으로부터 쥐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에서, 이 유전자는 쥐의 체내에서 높은 수준으 로 발현되고 프롤리다아제의 혈액 내 양도 100~150배 증가되었음에 도, 1 × LD50 용량의 DFP에 두 번 누적 노출된 쥐의 경우 사망시간이 겨우 4~8 h 정도 지연되었을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1 × LD50 용량의 사린, 소만 또는 사이클로 사린으로부터 쥐를 보호하는 데에도 실패 했다(Table 2)[116,117].
동일하게 아데노바이러스 발현 벡터로 감염시킨 쥐에서 mouse BChE를 발현시킨 경우는 대조군에 비해 500~1,500배가량 높은 수준 으로 BChE가 발현되었으며, 해당 쥐는 사린, 소만 및 사이클로 사린 과의 동일한 실험에서 24 h 동안 생존할 수 있었다[117]. 이는 아데노 바이러스 발현 벡터로 감염시킨 쥐의 혈중 reHuProlidase의 농도가 대 조군에 비해 30배 정도밖에 높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보았을 때, 발 현된 reHuProlidase의 혈중 농도가 독성물질로부터 쥐를 보호하기에 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prolidase는 유기인 화 합물에 대한 촉매 효율이 낮기 때문에 쥐의 생존 결과에서 BChE의 경 우와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wt HuProlidase는 유기인산 독성 물질에 의한 중독에 대항하기에는 효율성이 부족하지만, 유도 진화 및 전산 설계 방법을 적용할 수 있었던 시발점이 되어주었다.
2.2.8. 메틸파라티온 가수분해효소(methyl parathion hydrolase, MPH)
MPH는 Plesiomonas sp. WBC-3종의 pZWL0 플라스미드에서 발견 된 메틸파라티온 가수분해 유전자(mph)에 의해 발현되며 메틸파라티 온, 파라티온과 같은 유기인 화합물을 가수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Table 1)[118]. mph 유전자는 이 박테리아가 메틸파라티온만을 탄 소, 질소 및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MPH는 대장 균으로부터 발현되고 정제될 수 있으며, αβ/βα 샌드위치라고 묘사 되는 단량체(monomer) 내 아연 및 카드뮴 이온의 이핵 센터(binuclear center)를 함유한다는 점에서 아연 이온만을 함유하는 wt 단백질과는 차이가 있다[119]. MPH는 메틸파라티온에 대해서는 촉매 효율이 높 지만, 에틸파라옥손과 같은 유기인 화합물에 대한 효율은 약 3배까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120]. 유도 진화 방법을 통해 개선된 MPH 변이 체는 에틸파라옥손과의 효율을 100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었으나 [120],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로서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 양한 유기인산 독성물질과 그 이성질체에 대한 효율성이 연구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3. 결론 및 발전전망
새로 개발된 약물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체 내에서 의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어야 한다. 특히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약 물의 경우, 체내에서 단백질 약물이 분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처리, 면역원성이나 단백질 변성 및 응집 등의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 별한 주의가 필요하다[121]. 단백질 기반 약물의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난 40여 년 동안 PEG와 같은 중합체를 통한 단백질의 화 학적 변형, 단백질 공학 기술 적용 등의 노력을 통하여 단백질 약물을 다양한 질병 치료제로서 활용해 왔다[122].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 또 한,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충분히 차기 치료물질로 발전시킬 수 있 을 것이라 전망된다.
약 70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유기인산화합물 중독 치료를 위한 치료물질의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대부분의 국가가 여전히 아트로핀, 2-PAM 및 다이아제팜 등을 표준 치료제로서 활용하고 있 으나, 더 이상 사후치료제가 아닌 예방적 차원의 치료제가 개발되어 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 효과적인 예방대책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은 단백질 바이오스캐빈저가 유일하다. 바이오스캐빈저 중에서도 화학량론적 바이오스캐빈저는 독성물질에 중독 후 치료제로서도 효 과적인 예방대책으로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재활성화가 불가 하다는 점에서 다량의 단백질 약물을 반복적으로 투여해야 한다는 치 명적 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의 경우에는 하나의 분자가 다수의 유기인산화합물 분자에 대해 반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용량의 단백질로도 치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 기존에 독성물질을 가수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천연 효소들을 단백질 공학 기술을 활용하여 리모델링함으로써 기질 특이성을 가지면서도 촉매효율이 높은 돌연변이체를 얻는 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효소(PON1, PTE, DFPase)가 V계 열 유기인 독성물질을 고효율(kcat/KM > 1 × 107 M-1min-1)로 가수분해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론으로만 제시되었던 촉매 성 바이오스캐빈저의 활용모델을 다양한 효소, 유기인산화합물 및 동 물에 적용하여 그 일반성을 입증하였으며, 독성물질에 대한 예방 대 책으로서 필요한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의 용량 또한 신뢰성을 가지 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가 상용화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촉매성 바이오스캐빈저를 진정한 치료물질 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백질 약물이 가질 수 있는 면역원성, 약동학 및 약력학적 특성, 교차 반응성, 안정성, 생산, 저장 및 전달 등 다양한 미결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